오대산 월정사의 전나무길은 해가 바뀌어도 큰 변화가 없다.
스쳐지나간 작은 변화들이 익숙함을 송두리째 빼앗아 가진 못했다.
수년 만에 들른 전나무숲길.
왼편의 휴식처는 낯설다. 그때는 없었던가?
멀리 성황당이 보인다. 여전하다. 우리나라 불교와 무속신앙은 서로 뗄래야 뗄 수 없는 사이인가 보다.
전나무의 위풍당당한 모습은 언제봐아도 그대로 인 듯하다.
세월이 흘러 이들도 변화를 겪었겠지만 내 시선에 이 전나무들만은 항상 푸르른 그 모습 그대로 인 듯한 착각을 준다.
아름답다.
새벽에 살포시 내린 눈이 아직도 덜 녹아 곳곳에 흔적을 남겨두었다.
겨울의 문턱에 들어섰다는 기분에 또 한 해를 마감하구나, 하는 생각과 함께 숙연해진다.
수 년 전에도 이렇게 속을 드러낸 채 누워있었던 것 같은데...
반갑다.
나무는 살아서도 죽어서도 긴 세월을 함께 한다.
죽어 남긴 흔적이 이토록 아름답게 계속되는 것이 부러운 마음 마저 들게 한다.
평일 오전의 전나무숲길은 관광객도 거의 없어 한적하기만 하다.
고요한 가운데 이 길을 걷는 행운이 한동안 소란스러운 일상을 계속하게 할 힘이 되리라.
금강연이라고 했나.
월정사 앞을 흐르는 이 물은 한강으로 떠난다고 쓰여 있었다.
살얼음이 언 위를 살짝 눈이 덮었다.
낮에 이곳을 지날 때는 이 흔적도 어디서도 찾을 수 없었고 맑은 물이 흐르고 있었다.
물 위에 비친 나무가 아름다워서 한 컷.
눈으로 본 것만큼 아름답지는 않지만 그래도 그때 그 기억을 고정시켜두어 내내 즐길 수 있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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