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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야베 미유키 [눈물점] 미시마야 변조괴담 시리즈 6

즐거운책벌레/소설

by 산삐아노 2020. 12. 12. 1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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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야베 미유키 소설은 코로나19바이러스에 대한 두려움에도 불구하고 도서관으로 내 등을 떠민다. 

속으로 갈등하면서도 미야베미유키의 미시마야 변조괴담 시리즈 5권 [눈물점(북스피어, 2020)]을 예약하고 도서관에 가서 책을 찾아왔다. 

미야베 미유키가 괴담99편을 쓰겠다고 결심을 밝힌 바, 이 작가가 쓰는 괴담이 정말 궁금하기 때문이다. 

 

지금껏 미시마야변조괴담시리즈는 총 6권이 출간되었다. 

1권 [흑백]에서 5편, '만주사화', '흉가', '사련', '마경', '이에나리' 

2권 [안주]에서 4편,  달아나는 물', '덤불 속에서 바늘 천 개', '안주', '으르렁거리는 부처'.

3권 [피리술사]에서 6편, '다마토리 연못', '기치장치 저택', '우는 아기', '가랑눈 날리는 날의 괴담 모임', '피리술사', '절기 얼굴',

4권 [삼귀]에서 4편, '미망의 여관', '식객 히다루가미', '삼귀', '오쿠라 님',

5권 [금빛 눈의 고양이]에서 5편, '열어서는 안 되는 방', '벙어리 아씨', '가면의 집', '기이한 이야기책', '금빛 눈의 고양이'

그리고 이번에 번역한 6권 [눈물점]에는 4편, '눈물점', '시어머니의 무덤', '동행이인', '구로다케어신화저택'이 실려 있다. 

일본에서 출간된 연도를 기준으로 2008년부터 2019년까지 총 6권을 쓰고 이 책들에 담긴 괴담은 총 28편. 

99편까지 쓰려면 갈 길이 멀다. 

편집장도 염려하는 것과 같이 미야베 미유키의 나이가 벌써 우리 나이로 예순 하나. 1960년생이다.  

12년 동안 28편을 썼는데, 99편을 쓰려면 대략 42년은 더 걸린다는 계산이 나온다.

윽... 미야베 미유키가 100살 이상 살아야 가능하다는 건데...

어쩌면 미야베 미유키는 99편을 쓰지 못하고 죽을 수도 있을 것 같다. 

물론 괴담에만 집중한다면 훨씬 빠른 시간에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 것도 같다. 

 

뭐 그건 그렇고 이번에 실린 괴담들 가운데 '눈물점'과 '시어머니의 무덤'은 덜 재미있었다. 

'눈물점'은 한 여인의 복수극이자 집안의 어두운 성을 다루었고, '시어머니의 무덤'은 고부간의 갈등, 특히 시어머니의 무조건적인 며느리 증오를 소재로 했다. 두 소재 모두 내게는 큰 흥미가 없어서인지 재미가 덜했다. 

그런데 왜 우리나라에서 '눈물점'을 책 제목으로 삼았을까? 일본에서는 '구로다케어신화저택'을 제목으로 했는데 말이다.

물론 이해할 수 있다. '구로다케어신화저택'은 사실 얼른 봐서 제목이 이해가 안 된다.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적절한 제목은 아닐 것 같다. 

그렇다고 '시어머니의 무덤'으로 하자니 덜 흥미롭고 '동행이인'으로 하려고 해도 이해가 쉽지 않으니... 별 선택지가 없었던 것도 같다. 

 

개인적으로 이번 편에서 '동행이인'은 참으로 흥미로운 이야기였다. 

일본 에도시대 파발꾼을 소재로 하면서 사랑하는 가족의 상실에 대한 고통을 내용으로 다루었다는 점에서 그렇다. 

사랑하는 가족을 모두 잃었을 때의 심리적 반응이 미야베 미유키의 유려한 필치 아래 세심하게 표현되었다. 

 

'구로다케어신화저택'은 단편이라기보다 중편에 가까워 분량이 많다. 이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니, 게임이 연상되었다. 

평소 게임광인 미야베 미유키가 게임적 요소를 더해서 흥미진진하게 소설을 쓴 것 같다. 

소설은 원혼을 다룬다. 소재로는 기독교와 가미카쿠시(갑작스런 행방불명). 

처음에 기독교 소재가 나와서 갑자기 흥미가 떨어진다 싶었는데, 참고 계속 읽어보니 역시나 미야베 미유키구나, 싶었다. 

흥미진진해서 책을 손에서 놓을 수 없었다. 

 

책을 덮고는 성급하게 다음 책에 조바심을 낸다.

2020년에 일본에서 출간된 시대소설은 아직 우리나라에서 번역출간되지 않았는데, 얼른 번역해주시기를 바란다. 

 

노트>

눈물점은 뭐랄까. 망령의 증거라고 할 수 있다. 망령이 씌면 눈물점이 생기고 툭 떨어지면 띄었던 것이 떨어진다.(눈물점 중에서)

 

"예로부터 빈도리 꽃을 피우는 빈도리 나무에는 악한 것을 물리치는 영력이 있다고들 했다."(동행이인 중에서)

 

"달리고 또 달리고, 혼자서 달리는 동안에는 에도에서 아직 모두 건강하게 지내고 있다고 생각할 수 있었거든요."

(...)

무엇 하나 달라지지 않았다. 아무것도 잃지 않았다. 그렇게 생각하기 위해, 가메이치는 달렸다.(동행이인 중에서)

-사랑하는 사람을 잃었을 때 현실을 부정하는 태도. 가메이치의 태도는 바로 그 부정의 태도를 취한다.

 

"구와바라, 구와바라"

(구와바라는 본래 뽕나무밭을 가리키는 말이지만, 벼락을 피하기 위한 주문, 또는 꺼림칙한 일을 피하기 위한 주문으로 흔히 쓰인다.)"(동행이인 중에서)

 

글자는 무서운 거야. 장난으로 써서는 안 돼.(구로타케어신화저택 중에서)

-미야베 비유키의 생각이 아닐까?

 

도미지로는 먹을 것을 함부로 여기는 사람을 매우 싫어한다.(구로타케어신화저택 중에서)

-나도 먹을 것을 함부로 여기는 사람은 싫다. 그래서 절대 집에 식사초대하지 않는다. 뿐만 아니라 친구로 삼지 않는다.

 

"귀한 신의 불이라고 하네. 화산에는 신이 깃든다는 생각으로 섬기는 풍습은 어디에나 있지. 내 고향에도 있지만, 어신화라고 하면 그것은 이 오시마 섬 미하라야마 산을 가리킨다네."(구로타케어신화저택 중에서)

 

 

마지막으로 미야베 미유키의 말을 덧붙인다면, "괴담은 소중한 감정을 환기시키게 만드는 장르"라고 한다. 

읽을 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인간의 심리를 파고들고 그것을 괴담이라는 장르를 통해서 상상력을 발휘해 흥미롭게 표현해내는 미야베 미유키는 참으로 대단한 작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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