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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에게 가는 길] 성소수자 부모의 성장 다큐멘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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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산삐아노 2022. 7. 19.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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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에게로 가는 길] 포스터, 왼쪽이 예준의 어머니, 오르쪽이 한결의 어머니(네이버에서 다운로드)

변규리 감독의 다큐멘터리 [너에게 가는 길(2021)]은 보고 싶었던 다큐멘터리였다. 

성소수자와 관련한 다큐멘터리라는 점이 흥미로왔다. 

영화 제목 '너에게 가는 길'에서 '너'는 성소수자 자녀임을 알 수 있었다. 

영화는 성소수자 자녀를 둔 부모가 성소수자 자녀를 이해해가면서 성장하는 과정이 담겼다. 더불어 성소수자 자녀의 이야기도 담았다.

이 다큐멘터리에는 게이아들을 둔 어머니 비비안과 FtoM 트랜스젠더 자녀를 둔 어머니 나비, 그리고 비비안의 아들인 예준과 나비의 아들인 한결이 등장한다. 

성소수자 혐오가 만연한 이 땅에서 이렇게 다큐영화 속에서 자신을 드러낼 용기를 보인 이들이 대단하다 싶었다. 

한결의 어머니 나비는 50대 중반으로 소방관으로 재직하고 있었고 이혼 후 홀로 한결을 키우는, 한 눈에 보기에도 단단해 보이는 여성이었다. 나비의 트랜스 아들인 한결은 생물학적으로 여성으로 태어났지만 남성으로 정체화한 트랜스 남성이다. 어머니에게 가슴 및 자궁 절제수술을 받고 싶다는 의사표현을 했지만 여러 차례 거부당했고 우울증에 빠져 자살기도를 했다. 하지만 자살로 생을 마감할 수 없었던 것은 '여성으로 죽기 싫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 이야기를 듣는 데 한결이 얼마나 남성이길 간절히 원했는지 알 수 있었다. 

결국 한결의 어머니는 성소수자 부모 모임을 나가면서 한결의 마음을 이해하게 되고 수술에 동의했다. 한결은 가슴과 자궁 절제수술을 받고 성별정정신청을 하고 법적으로 남성으로 인정받는다. 한결의 사례를 통해 보아도 우리나라에서 성별정정이 얼마나 힘겨운 일인지 알 수 있었다. 부모동의서를 비롯해서 18가지 서류를 마련해서 신청해야 한다는 것은 몰랐다. 물론 2019년 8월부터는 부모 동의 없이도 성별정정신청이 가능하게 되었다고는 한다. 그런데 성별정정신청을 위해서는 자궁과 가슴을 절제하는 수술이 필수라는 것, 그리고 판사에 따라서는 외부성기수술까지 요구할 수 있다는 것은 불합리해보인다. 건강과 목숨에 위협이 될 수 있는 성전환수술을 하지 않고서는 성별정정이 불가능하다는 것에 안타까움이 느껴졌다. 유럽 대부분의 나라에서는 외과적 수술 없이도 성별정정을 허가하고 있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외과적 수술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뿐만 아니라 수술시 들어가는 비용을 생각해 본다면 돈이 없으면 성별정정도 불가능하다는 결론이 나온다. 

트랜스젠더의 경우, 성별정정은 사회 속에서 살아남는 힘겨운 첫 걸음으로 보인다. 성별정정을 하지 못하면 불안정한 일자리를 전전할 수밖에 없다. 주민등록상의 성별과 외모가 일치하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성별정정을 해도 여중, 여고의 이력이 안정적 일자리를 구하기 어렵게 만든다. 예전에 성적소수문화인권연대 연분홍치마에서 만든 [3xFTM(2008)]를 보았을 때 트랜스젠더 남성으로서 이 사회에서 돈을 벌어 먹고 살기가 얼마나 고단한지를 알 수 있었다. 

예준의 어머니 비비안은 국내항공사에서 근무한다. 아들이 편지를 써서 동성애자임을 커밍아웃했을 때 눈물을 쏟았고, 다시 성소수자 부모 모임에 처음 나갔을 때도 눈물을 쏟았다. 동성애자인 아들을 온전히 받아들이는 데 2년의 시간이 필요했다고 고백한다. 아들과 함께 성소수자 부모 모임에도 나가고 퀴어 퍼레이드에도 참여하고 동성혼 및 파트너 쉽을 호소하는 시위에도 참여한다. 성소수자 혐오의 사회에서 성소수자 자녀를 가졌다는 이유, 그 자녀를 사랑하고 이해한다는 이유로 부모가 서서히 투사로 변모하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예준은 동성애자로서 살아가기에 좀더 나은 환경의 캐나다에 유학도 가보지만 결국 한국에 있는 남자친구 때문에 귀국을 선택한다. 예준은 남자친구를 부모에게 소개하고 또 남자친구의 어머니도 만난다. 예준은 포용력 있는 부모를 만난 운 좋은 경우다. 남자친구인 성준은 어머니에게만 커밍아웃했을 뿐, 아버지에게는 커밍아웃하지 못했다. 성준의 어머니도 아들을 사랑하지만 아들의 성정체성을 이해해보려는 노력으로 성소수자 부모모임에 나간다. 우리의 평범한 대부분의 부모가 성소수자 자녀을 수용하고 이해하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니겠지만 결국 자녀 사랑이 자녀를 포용할 수밖에 없도록 만드는 것 같다. 

성소수자자녀들 덕분에 평범한 부모들이 조금씩 눈이 열리고 성장해 나가는 모습이 보기 좋다.  '너에게로 가는 길'은 바로 부모가 성장해가는 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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