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원 공원에는 은행나무길이 있다.
그 길의 은행나무 열매가 노랗게 익어가는 중이다.
공원길을 걸을 때 은행이 떨어져 뒹구는 길에는 역한 냄새가 난다.
조심조심 떨어져 뭉개져서 뒹구는 은행을 밟지 않으려고 걷는다.
우리 은행나무길의 은행나무들 가운데 많은 나무들이 암은행이라는 사실에 좀 놀랐다.
요즘에는 암은행 수은행을 구분해서 수은행나무를 주로 심는다고 하지만 이 공원이 조성되었을 때는 그냥 되는 대로 심었던 것 같다.
비록 은행이 익는 가을에는 은행의 지독한 냄새를 맡으며 걸어야 하긴 하지만 그래도 난 가을에는 은행이 열리는 것이 좋다. 자연스러우니까.
하지만 요즘에 이 벤치 아래 앉아있고 싶지는 않다. 벤치 뒤 은행나무들, 사진 속 세 그루의 은행나무가 모두 암은행이다.
혹시나 암은행이 머리 위에 옷에 떨어지는 걸 원치는 않는다.
이렇게 꼴이 형편없는 은행나무에도 은행은 열린다.
생명은 생산활동은 죽기 전까지 최대로 이루어지는 것만 같다. 애처로울 지경이다.
도대체 은행나무들이 왜 이런 꼴들인지...
공원의 은행나무들은 쉼없이 죽고 또 심고 그리고 이렇게 이상한 꼴로 가지가 잘리우고... 수난이다.
공원에서 은행나무가 잘 자라기 어려운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하다.
꼴이 형편없긴 해도 이 은행나무들이 다들 계속해서 살아남길 바라는 마음이다.
은행나무의 건투를 빌며.
댓글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