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생네 아파트를 가로질러 가는데 새들이 집단적으로 비명을 질러댔다.
가다가 잠시 발걸음을 멈추고 나무를 둘러보았다.
시선을 나무 아래로 내렸을 때 나와 시선이 마주친 검정 고양이.
고양이는 막 나무를 오르려하다가 들킨 듯, 앞 발을 나무에 걸친 채 잠시 정지자세로 나를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슬그머니 앞발을 내리고 나를 바라보았다.
조금 주저하는 듯 하더니...
그냥 내 존재를 무시하기로 했는지, 아니면 새들에 대한 관심을 버릴 수가 없는지,
고양이는 다시 나무 위 새들을 향해 시선을 맞췄다.
다음 순간 고양이는 잽싸게 은행나무를 오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중간즈음에 멈췄다.
새들은 날개짓을 하고 비명소리는 더 거세졌다.
새가 모두 6,7마리는 되는 것 같았다.
대부분은 까치였고 두 마리는 다른 새였는데... 직박구리인지 정확히 잘 모르겠다.
새들 대부분이 고양이의 출현에 불쾌감, 불안, 공포심을 드러내다가
다들 다른 나무로 옮겨갔다.
고양이는 닭 쫓던 개가 되었다.
나무에서 다시 겸면쩍은 듯 나를 내려다 보았다.
나는 그 고양이가 내려오려나 지켜보았다.
하지만 고양이는 계속 그 자리에 머물러 내려올 생각을 않는다.
좀 기다리다가 포기하고 난 내 갈길을 갔다.
고양이는 내가 떠난 후 바로 내려왔을까?
그저께 벌어진 일이었는데,
그 다음날 새벽수련을 다녀오는 길목에서 난 이 고양이를 다시 만났다.
고양이는 잠시 화단에서 나를 바라보며 걸음을 멈췄다.
우리는 시선을 맞추고 곧 바로 서로 갈 길을 갔다.
우리 동네 길고양이인가?
대장고양이가 바뀌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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