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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바람난 여자>, 독서광인 편집인의 책 이야기

즐거운책벌레/에세이

by 산삐아노 2015. 8. 10. 1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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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바람난 여자

저자
아니 프랑수아 지음
출판사
| 2005-03-19 출간
카테고리
시/에세이
책소개
책으로 발생할 수 있는 여러 가지 부작용들에 대한 소소한 고찰로...
가격비교

이 책은 재미있지는 않지만 개성있다.

독서광이 아니고서야 쓸 수도 없는 책이다.

 

누구는 나를 놓고 책벌레라고 하지만, 사실 난 책벌레도 독서광도 아니다.

따라서 나는 이런 책을 상상도 할 수 없다.

 

아무튼 이 책은 읽는 내내 다른 생각으로 빠지게 만든다.

 

1.우선 작가와 내 모습이 교차해서 떠올랐다.

책을 팔지 않는다는 작가와 달리 책을 팔려고 애쓰는 나,

<백년간의 고독>을 특별히 좋아하는 작가와 달리 <백년간의 고독>을 그만큼 좋아하지 않는 나,

책을 사서 읽기 좋아하는 작가와 달리 책은 빌려서 읽기 좋아하는 나...

 

2. 책은 한 번도 훔치지 않았다는 작가의 고백에

이미 고인이 되어 버린 대학친구가 떠올랐다.

그 친구는 학생운동을 하는 동안

수시로 서점에서 책을 훔치면서 내게 "보급투쟁"이라고 말하곤 했다.

 

3. 활자책이 아니라 만화책에 몰두하다가

한 번은 전봇대에 부딪치고 또 한 번은 하수로에 빠진 어린시절의 기억이 떠올랐다.

 

4. 책이 많아서 마루가 내려앉았다는 이야기에 

절대로 바닥이 책으로 가라앉지 않을 견고한 건물, 고양이 건물을 지은 일본의 작가 다치바나 다카시가 떠올랐고...

 

5.  내가 책을 선택하는 기준 중 하나는 이렇다.

도서관 서가를 이리저리 걷다가 눈에 꽂힌 책을 읽는 것이다.

바로 이 책도 그렇게 읽게 되었다.

 

6. 작가의 표현 중 "벌목하듯 책 읽기"라는 표현이 나오는데,

한 작가 작품을 폭식하듯 읽는 것을 말한다.

 

요즘 내가 베르나르 베르베르 소설을 그렇게 읽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저자는 "벌목하듯 책 읽기"의 단점은 음미할 시간이 없다는 것이라고 하지만,

나는 베르나르 베르베르 책을 음미하면서 읽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순전히 내 생각이지만,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책은

만화책을 읽듯, 그냥 낄낄 거리면서 재미있어 어쩔 줄 몰라 하면서

마구 읽어내려가는 것이 어울린다.

 

7. 책 원제는 Bouquiner인데 <책과 바람난 여자>라고 제목을 붙인 출판사,

대단하다. 

내 생각에 저자가 한국식 제목을 들었다면 싫어했을 것 같다. 

Bouquiner는 말 그대로 책 구하러 떠돌아다니는 행위를 가리키는 동사 아닌가.

 

8. 이 책을 읽는 동안, 여러 페이지에서 책 귀퉁이를 접힌 것을 발견했다.

도서관에서 이 책을 읽은 자가 매 번 읽은 자리를 표시하기 위해 접어둔 것이겠지.

나는 일일이 그 부분을 펼치느라 애썼다.

나는 도서관 책 귀퉁이를 접어놓는 사람이 싫다.

나는 내 책도 접어놓지 않지만,

자기 책도 아닌 책을 자기 책처럼 이용하는 사람이 싫다.

이들에게 저주 있으라!

아니, 저주까지는 좀 심하지만,

길을 걷다가 책 귀퉁이가 접히듯, 발목이라도 접지르길!

 

 

9. 마지막으로 이 책에서 마음에 드는 구절은

 

"하지만 가장 아름다운 소리는 아래와 윗부분이 두 장씩 붙어 있는 페이지들을 자를 때 나는 소리다.

(...) 어떤 사람들은 아주 날카로운 낡은 칼을 재활용하기도 하는데,

내 경우에는 보풀의 열렬한 지지자이다 보니 지하철표나 고색을 띤 날카로운 대나무,

또는 낡아 이빨이 빠진 작은 칼의 무딘 칼등을 이용한다.

하지만 난 이 금속과 종이의 결합을 가장 덜 좋아한다.

하지만 먼지가 내려 앉을 미래의 함정인 보풀이 약간 둥글고 보송보송하게 생기기만 한다면

도구야 뭘 사용하든 무슨 상관있겠는가."('음악' 중에서) "

 

 

내게는 프랑스에서 산 아래와 윗부분이 붙어 있는 페이지들로 된 책들이 몇 권 있다.

나는 이 책들이 무척 마음에 들었다.

나는 그 책들이 내 손에 들어오자마자 붙은 페이지들을 모두 갈라놓았다.

이 페이지들을 갈라놓기 위해서 가장 좋은 도구는 바로 '종이나이프'라고 생각한다.

특히 내가 가지고 있는 종이나이프는 끝이 아주 뭉특해서

저자가 말하듯 보풀이 보송보송 생기게 만든다.

아마 저자가 금속과 종이의 결합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고 했지만,

이 종이나이프는 마음에 들 것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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