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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르나르 베르베르 [기억]1, 최면을 통한 이전 생의 심층기억과의 만남

즐거운책벌레/소설

by 꿈꾸는 산삐아노 2020. 11. 20. 1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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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에서 마침내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최신 한글 번역판 [기억]1,2 권을 빌렸다. 

지난 번에 직접 열람실에서 책을 대출하지 못하고 안심대출을 해야 했던 시기에 이 책을 이미 예약을 해두었는데, 무슨 이유에서인지 내 예약이 취소되어 있었다. 그래서 지금껏 읽지 못하다가 이번에 운좋게 빌릴 수 있었다. 

[기억]은 프랑스에서는 2018년에 출간된 책이다. 번역출간하는데 2년간의 간격이 있구나.

미야베 미유키 책 번역보다 더 시간이 걸리는 이유는 불어번역이 일어번역보다 더 힘들기 때문일까?

아무튼 코로나19확진자가 나날이 증가해 300명에 이르는 요즘, 도서관에서 도서대출이 가능해서 무척 다행이다. 

 

기억이란 주제에 대해 관심이 많아서 '기억'이란 제목이 달린 이 책이 정말 읽고 싶었다.

이 주제를 작가는 심층기억을 윤회와 연결해서 풀어냈다. 마술과 최면이라는 흥미로운 소재가 등장한다. 

주인공 32세 역사교사인 르네 톨레다노는 여자사람친구인 엘로디 테스케와 오팔 에체고엔의 최면공연에 갔다가 피험자로 선택되어 최면을 통해서 자신의 앞선 생들 가운데 하나인 이폴리트라는 청년을 만난다. 알고 보니 그는 112번째 생을 살고 있었다. 윤회를 거듭한 그는 한 때 독일군과 싸우다 죽는 프랑스 청년이고 탐욕스런 가족 앞에서 죽음을 맞은 백작부인이었고 아틀란티스의 천문학자였다. 

이폴리트가 독일군과의 전쟁 속에서 죽음을 맞는 광경을 최면과정 속에서 목격하고 강렬한 감정을 경험한 그가 공연장을 뛰쳐나가 맞부딪친 노숙자를 본의 아니게 죽음에 이르게 한다. 그리고 시신을 센 강에 버린 사실이 밝혀져 살인 혐의로 잡혀간다. 친구 엘로디의 개입으로 그가 최면으로 인해 야기된 정신적 문제로 살인을 벌였으니 정신병원에 수용해 치료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받아들여져 정신병원에 감금되어 전기충격치료를 받던 중 정신병원을 탈출하게 된다. 이까지가 1권의 내용이다. 

르네는 앞선의 생의 삶을 목격하다가 급기야 앞선 생의 자신과 소통까지 하게 된다. 작가의 상상력이 날개를 다는 지점. 

작가의 또 다른 상상력은 아틀란티스 대륙이 실존했다는 것. 르네는 아틀란티스 대륙의 천문학자와의 소통을 통해서 아틀란티스 대륙이 역사적 사실이고 신화가 아님을 확인한 후 아틀란티스 대륙이 가라앉기 전에 아틀란티스인들을 구하기로 결심한다.

르네는 역사교사라는 자신의 직업까지 그만두고, 엉겁결에 노숙자의 죽음까지 빼았고, 정신병원 신세까지 지면서 르네의 인생이 점차 파란만장해진다. 그의 삶은 어디로 나아갈까?  기억2권에서 이야기가 어떻게 풀려나갈지 정말 궁금하다. 

노트, 이어진 생각>

"황당무계한 생각 하나가 뇌에는 염산만큼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수도 있어."(22, 엘로디의 말)

나는 이 생각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그래서 정신과 마음을 안정시키는 수련이 필요하다고 보는 입장이다.

진정한 심리적 문제는 영혼의 시원에서 비롯되는 게 아닐까?그녀의 눈에는 오직 최면만이 이 무의식의 경계를 뛰어넘을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었다. (32, 오팔의 생각)

흥미로운 상상이다.

"우리가 존재하는 이유는 우리가 누구인지 기억해내기 위해서야."(40, 르네의 말)

플라톤의 상기를 윤회적 세계관 속에서 끌어낸 듯한 말.

"결합되는 감정에 따라 길과 나무의 중요성이 달라지죠. 우리 병원의 이름이 마르셀 프루스트인 건 그가 이런 과학적 원리를, 기억은 곧 감정이라는 것을 가장 잘 보여줬기 때문이에요. 입에 들어간 마들렌이 일으키는 감정이 프루스트에게 이미지와 소리와 냄새와 맛을 떠올리게 하죠."(47, 의사 쇼브의 말)

기억이 곧 감정인 것은 맞는 것 같다. 감정은 기억만이 아니라 합리적 인식에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믿는다. 

인간의 정신은 그들이 믿는 것 이상으로 복잡하다. 정신을 숲에 비유하는 것은 여러가지 이유 때문이다. 정원이 식물들을 분리하고 나눈다면 숲은 식물들이 상호작용하게 한다. 말끔함과 깔끔함은 결코 자연이 하는 선택이 아니다. 내 최면 경험은 숲 밑에 한 층이 더 있다는 것을, 다시 말해 또 하나의 숲이 존재한다는 것, 아니, 하나가 아니라 여러 개의 숲이 존재한다는 것을 입증해준다. 나라는 존재는 <111개의 기억들이 켜켜이 쌓인 라자냐>다. (47, 르네의 생각)

정원과 숲의 대비, 자연적인 정신은 숲, 정신과의사에 의해 정리된 정신은 정원이라는 식의 생각이 흥미롭다. 그리고 우리 정신은 윤회를 통해 무의식 속에 담은 이전 생의 기억의 숲이 켜켜이 쌓여 있다는 생각은 참신. 하지만 영혼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을 때 이런 작가의 생각은 재미난 상상력일 뿐. 영혼불멸을 벗어나면 오히려 우리의 기억이라는 것은 생물학적으로 상상해 볼 수 있다.  DNA에 저장되어 유전되어 때로는 불이 들어오고 때로는 불이 들어오지 않아 무의식으로 남는 기억. 오히려 이 쪽이 더 흥미로운 상상 아닐까 싶지만.

"우리의 정체성이라는 건 우리가 바꿀 수 있는 기억들의 집합에 불과"(51, 의사 쇼브의 말)

우리가 기억을 변화, 왜곡시킨다는 것은 사실. 우리 정체성이 기억들의 집합이라는 것은 요즘 통용되는 과학적 생각 아닌가. 바꿀 수 없는 DNA에 저장된 무의식적 집단기억이 존재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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