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호수가에서 본 프랑스 혁명기념일 불꽃놀이(Rennes, France)

나들이예찬/나라밖나들이

by 산삐아노 2015. 10. 5. 16:36

본문

어제는 우리 동네 시민축제의 마지막날이었다.

늦은 저녁, 동네 공원을 산책하다가 음악소리에 이끌려 중앙공원으로 나가 보았다.

그 넓은 공원은 사람들로 가득차 있었다.

무대에서는 하드락 공연이 한참이었다.

무대의 불빛이 너무 자극적이라서 무대를 똑바로 바라볼 수도 없었고

하드락 공연을 하는 가수는 음정도 제대로 맞추지 못하면서 소리만 질러댔다.

 

시끄러운 노래가 얼른 끝나기를 기다리면서

마지막 프로그램인 불꽃놀이를 기다렸다.

 

그리고 10분 정도 흘렀으려나...

늦은 밤의 서늘한 기운에 몸도 오싹했고 서투른 가수의 노래가 만드는 소음도 도저히 견뎌낼 수가 없었다.

난 불꽃놀이 보기를 포기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우리동네 불꽃놀이가 뭐 대단하랴...하면서.

 

 

그러다가 떠오른 것이 바로 2년 전 프랑스 혁명기념일 불꽃놀이였다.

 

프랑스 혁명기념일 불꽃놀이를 본 것이 한 두 번도 아니었지만,

매 번 참 장관이었다.

한 번은 쏟아지는 화약 아래 머물러 불꽃놀이를 보기도 했었다. 

 

그런데 가장 멋졌던 것은 바로 Rennes시가 주관한 Apigne호수가에서 본 불꽃놀이였다.

 

시에서는 전날부터 호숫가 주변길을 차단해 두고 불꽃놀이를 준비했다.

사진 속에서 보듯이 당일날 불꽃놀이를 보러가는 시민들이 안전하게 걸어갈 수 있는 길을 안내하는 임시 표지판도 설치했다.

 

 

호수는 우리 집에서 그리 멀지 않아서 난 느즈막히 불꽃놀이를 보기 위해 길을 나섰다.

나처럼 삼삼오오 길을 나선 이웃들이 가는 길 도중에 보였다.

 

 

해가 지기도 전에 호숫가에 와서 수건을 펴놓고 앉아서 불꽃놀이를 기다리는 사람이 적지 않았다.

 

 

마침내 해가 졌지만 불꽃놀이는 아직 시작하지 않아서

7월중순이었지만 한기로 으슬으슬해졌다.

 

 

그러다가 호수 맞은 편에서 불꽃놀이가 시작되었다.

호수 반대편에서 화약을 쏘았기 때문에 관람하는 시민 누구에게도 화약 찌꺼기가 떨어지는 일은 없었다.

안전하게 불꽃놀이를 감상할 수 있어 좋았다.

 

게다가 호수에 비친 불꽃놀이까지 감상할 수 있어 두 배의 공연을 구경할 수 있었다.

 

 

하늘을 가르지르며 쏘아올린 화약이 만들어내는 불꽃들.

 

 

불꽃놀이도 시작과 중간, 끝을 얼마나 멋지게 디자인 하냐가 중요하다.

내가 올린 대부분의 사진들은 불꽃놀이 중반의 사진들이다.

 

 

직접 불꽃놀이를 보랴,

사진도 찍으랴, 참으로 분주한 시간이었다.

어느 하나도 놓치고 싶지 않았다.

그만큼 아름다운 시간이었다.

 

 

사진을 체크해가면서 불꽃놀이를 감상하는 것이 쉽지는 않았다.

그런데 사진이 실물보다 만족스럽지 않았다.

실제 불꽃놀이는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장관이었다.

 

 

 

그래서 난 이날 그토록 많은 사진을 찍었으면서도 이후 이 사진들을 들춰보지 않았다.

불꽃놀이는 내 눈으로 직접 본 아름다운 기억으로 충분했기 때문이다.

오히려 사진을 보면 실망스러워할 것 같았다.

 

 

2년이 흘러서 펼쳐본 불꽃놀이는 사진속에서도 아름다왔다.

이날 직접 본 기억은 세월이 흐르면서 점차 희미해져서 그날 참 아름다운 불꽃놀이를 보았다는 기억만 남았지

실제로 본 불꽃놀이의 기억은 모두 사라졌다.

 

 

이 사진은 마지막 피날레 사진 중 하나다.

프랑스 친구의 말로는 마지막 불꽃놀이를 부케라고 부른다고 했다.

이 부케가 하일라이트라면서 불꽃놀이의 흥분은 이 부케를 보면서 절정에 이른다고 한다.

 

이날의 부케가 참으로 아름다와서 말로 표현할 수도 없고

이 사진으로 대신할 수도 없지만

그나마 이 사진이 있기에 그날의 부케를 완전히 잊지 않고 시간이 한참 지나서도 다시 볼 수 있어 행복하다.

 

두 번째 다시 Apigne호수가에서 불꽃놀이를 볼 일은 없을 듯하지만

이렇게 아름다운 불꽃놀이를 한 번이라도 볼 수 있어서 행복하다.

 

 

관련글 더보기

댓글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