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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고 또 걷고 (프랑스, 마르세이유)

나들이예찬/나라밖나들이

by 산삐아노 2014. 5. 17. 2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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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마르세이유 관광엽서. 언덕 꼭대기에 <노트르담 드 라 가르드>성당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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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처음 프랑스의 마르세이유라는 항구 도시에 발을 디딘 것은 

아마도 1998년이었던 것 같다.

마르세이유를 구경하기 위해서라기 보다는
일본 대사관에 볼 일이 있어 그곳을 찾았었는데
그 당시 나는 참 무모했었다.

나는 그때 마르세이유 기차역 주변의 싸구려 여인숙(벼룩이 득실거리고 너무나 더러운 곳)에
거처를 정하고 지도를 펼쳤다.
일본대사관까지 걸어서 가보기로 결정을 했다.
여인숙 주인에게 물어보니 교통수단을 이용하라고 충고한다.
걸어가기에 만만치 않다면서...

하지만 난 그 충고를 뿌리치고
지도를 들고 배낭을 매고
지도에 난 길을 참고하면서 아침 일찍 일어나서 길을 떠났다.

일본대사관으로 가기 위해서는
마르세이유시 중심에 자리잡고 있는 언덕,
'노트르담 드 라 가르드'라는 성당이 우뚝 서 있는 곳을
넘어가야 했다.

하지만 나는 그 일이 얼마나 엄청난 일인지 잘 알지 못했다.
게다가 지도에 나 있던 길은 자동차가 다니는 길을 표시한 것이라
사람이 다니기에 적당하지 못한 길이라는 것도 알지 못했다.
헉헉거리며 언덕을 넘으려고 할 때
그곳에는 인도가 없었다.
좁은 도로만이 꾸불꾸불 나 있었을 뿐이었다.
나는 지나가는 차를 피하며 언덕을 넘어가야 했다.
그때 가까이 그 성당이 내 눈에 들어왔다.
대단한 건물로 보였지만
그 당시 난 관광을 위한 여행객이 아니었기에
그곳에 들르지 않고 뒤로 남겨 둔채
바로 목적지를 향해 묵묵히 땀을 흘리며 길을 재촉할 밖에.

사람을 위한 길도 아닌 곳을 따라 언덕을 넘어
바다를 구경하며 가다가
또 엉뚱하게 남의 사유지에 들어가서 얼른 도망쳐 나오기도 했다.
우여곡절 끝에 나는 무사히 일본 대사관에 도착했는데
3시간 반 정도 걸렸던 것 같다.

워낙 걷기를 좋아했기 때문에
지금도 그 일을 괴로운 추억이라기보다는 즐거운 추억으로 기억하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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