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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셸 투르니에의 짧은 글 긴 침묵

즐거운책벌레/에세이

by 산삐아노 2014. 5. 17. 2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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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글 긴 침묵 (개정판)

저자
미셸 투르니에 지음
출판사
현대문학 | 2004-04-17 출간
카테고리
시/에세이
책소개
미셸 투르니에의 산문집 [짧은 글, 긴 침묵]은 철학적 신학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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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이 책을 잡고는 사실 지루해서 괴로왔다.

그런데 참 이상한 것은 어느 순간 너무너무 재미있는 것이었다.

 

 

특히 이미지에 대한 글이 나를 매혹시켰다.

 

또 부록으로 첨부된 김화영씨가 투르니에와의 만남을 쓴 글은 나를 웃게 만들었다.

 

 

투르니에가 말한 것과 달리 2000년에는 그의 죽음이 중대사건이 되지 못했고

아직도 여전히 건재하다. 24년생이니까 우리식 나이로 지금 91세인가?

장수하신다.

 

 

나도 기회가 된다면

김화영씨처럼 공동묘지에 인접한 사제관이 있는 그의 집을 방문해 보고 싶다.

 

인상깊은 구절

에로티시즘은 무엇인가?

그것은 하나의 절대로 간주된, 즉 종족보존에 봉사하기를 거부하는 성 그 자체를 말한다.

그것은 그 자체를 목적으로 하는, 순수한 사치로서의 성의 실천이다.

식도락이 음식을 영양공급 기능에서 분리시켜서 절대적 가치로 승격시키고

요리를 하나의 순수한 예술로 삼는 것과 같다.

식도락가와 배고픈 사람은 서로 등을 돌릴 수 밖에 없는 처지다.

빅토리아조의 도덕이 생식의 조건과 목적 속에서 이루어지지 않는 일체의 성행위를 단죄할 때

그 공격의 표적이 되는 것이 바로 에로티시즘이다.

나폴레옹이 아이를 낳지 못하는 조제핀을 버리고 마리 루이즈와 결혼하면서 "나는 모태와 결혼한다."고 말했을 때

그는 장래의 아내와 갖게 될 관계에서 일체의 에로틱한 의미를 미리부터 제거하는 것이었다.

그와 반대로 피임약과 낙태는 성행위에서 생식의 의미를 제거하는 것으로 에로티시즘의 보조 수단이라고 할 수 있다. 원천적으로 생식과 무관한 동성애는

그처럼 위험하고 범죄적인 기만술책들에 의존할 수 밖에 없는 이성애보다 더 순수하게 에로틱하다.

생식은 시간적으로나 공간적으로나 엄격하게 제한된다.

세 아이를 가진 한 집안의 아버지는 엄밀하게 말해서 일생동안 세 번 이상 사랑을 하면 안될 것이다.

그것도 쌍둥이를 낳지 않는다고 가정할 때 말이다!

그런데 한 남성은 일생 동안 평균 오천 번에서 일만 번 정도 사정을 하는 바,

돼지와 더불어 철이 바뀌는 것과 관계없이 언제나 사랑을 하는 유일한 동물이다.

이 간단한 통계만으로도

빅토리아조 도덕의 속임수와 인간의 억누를 수 없는 에로틱한 천성이 어느 정도인지를 헤아릴 수 있다.

('이미지'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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