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천주정>을 보고 나는 평소 아무런 관심도 없었던 '현대의 중국'에 대해서 깊은 인상을 받았다.
그것은 어떤 두려움이었다.
사회주의에서 자본주의로 이행하고 있는 현대의 중국은
그야말로 세계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독특한 상황이 연출되고 있는 곳으로 보였다.
지아 장 커 감독이 보여준 중국은
내 눈에는 우리의 과거와 현재가 혼재된 곳,
과거 20세기의 6,70년대와 21세기가 혼재되어 있는 곳으로 보였다.
그곳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은 혼란스러운 상황 속에서
생존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발악을 하는 것 같았고,
그곳에서는 개개인의 생명이 크게 중시되지 않는 느낌을 받았다.
<천주정>이 보여주는 중국인의 삶은 처절하다 못해 공포스러울 지경이었다.
그러다가 이번에 우연한 기회에 그의 <스틸 라이프>를 보게 되었다.
7년 전의 작품이었다.
양쯔강의 댐 건설로 어마어마한 사람들이 삶의 터전을 상실했다는 이야기는
오래 전 신문을 통해 읽은 바 있지만,
그곳을 배경으로 해서 그곳에서 처절하게 생존해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지아 장 커 감독은 신랄하게, 또 유머있게 그려내고 있었다.
블랙 코메디적 요소가 있다.
이 영화 속에서도 <천주정>에서와 마찬가지로 과거와 현재가 혼재된 중국의 모습이 그려졌다.
혼란스러운 사회변화 속에서 중국인 개개인은 그냥 생존할 따름이었다.
개같이 목숨을 잃을 수도 있는 상황 속에서 어떻게든 생존해나가야 할 뿐이었다.
미래의 대한 희망 따위는 찾기도 어려웠다.
<천주정>과 <스틸 라이프>는 꼭 닮아 있었다.
다만 <스틸 라이프>는 시각적으로 자극하기보다는 블랙 코미디를 섞어 표현했다면,
<천주정>은 폭력적인 장면들을 통해 온감각을 자극하는 방식을 택했다는 것에서
두 영화는 차이를 보인다.
그런데 좀더 생각해 보니,
언젠가 그의 다큐 영화를 본 적이 있다는 것을 기억해냈다.<무용>
옷과 관련한 흥미로운 다큐였었다.
완전히 잊어버렸지만, 그 영화 역시도 내가 본 두 편의 픽션 영화에서처럼
현대를 잡초처럼 살아가는 중국 민중의 모습을 담고 있었다.
중국의 현대를 바라보는 그의 시선은 신랄하다.
나는 이 감독이 마음에 든다.
그의 다른 영화들도 좀더 보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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