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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념품 가게 앞에서 만난 얼룩 고양이 (프랑스, Paimpont)

고양이가좋아/직접만난고양이

by 산삐아노 2014. 6. 30. 1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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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봄 브르타뉴의 브로셀리앙드 숲을 구경할 겸 뼁뽕(Paimpont)이란 작은 마을에 갔었다.

버스에 내려서 여행안내소를 찾아가려면 반드시 아래 사진의 출입구멍(?)을 지나야 한다.

 

 

그리고 이 아치형 입구를 지나서 노란 화살표가 가리키는 쪽으로 고개를 돌리면 제법 규모가 큰 기념품 가게가 나온다.

노란 화살표는 바로 그 기념품 가게로 유인하는 표시이다.

그 가게는 'Au pays de Merlin'이라는 이름을 간판으로 달고 있는데,

'메를렝의 고장에서'로 번역할 수 있겠다.

 

메를렝은 브로셀리앙 숲에 유배된 마술사로서 아더 왕에게 조언을 해주던 사람이기도 했다고.

영어식으로 읽으면 '멀린'이다.

이 마술사는 요정과 사랑에 빠져 요정에게 마술도 가르쳐주었다고 한다.

요정은 메를렝을 떠나지 못하게 하기 위해서 배운 마술을 이용해서 창살 없는 감옥에 가둬버렸다고 한다.

이곳 사람들은 비바람이 부는 날에 숲에서 들려오는 울부짖는 소리는 바로 감옥에 갇힌 메르렝의 절규하는 소리라고들 말한다.

 

바로 그 '메를렝의 고장에서'라는 이 기념품가게 입구에서 나는 열심히 몸단장을 하는 고양이 한 마리를 발견했다.

 

 

나는 기념품을 구경하다가 말고 고양이 사진부터 얼른 찍기로 했다.

흰색털에 검정 얼룩 무늬가 있는 이 고양이는 신경도 쓰지 않고 몸단장중이다.

 

(잠시, 기념품 가게 앞에 펼쳐져 있는 기념품을 살펴보면,

요정, 마술사의 전설을 가진 숲자락에 위치한 마을 답게 기념품가게도 여느 브르타뉴 가게와 달리, 요정을 소재로 한 것이 많다. )

  

 

 

고양이는 몸단장이 끝이 났는지 제 갈길을 가기로 하고 어슬렁어슬렁 내 앞을 지나갔다.

애석하게도 난 고양이에 촛점을 제대로 맞추지 못했다.

그래서 고양이의 모습이 흐릿하게 잡혔다.

오히려 보도블록이 더 선명하게 나왔네.ㅠㅠ

 

이 마을 구경을 끝내고 다시 이곳으로 돌아왔는데, 갑자기 소나기가 쏟아졌다.

덕분에 이 기념품 가게 안에서 이것저것 구경하면서 시간을 더 보낼 수 있었다.

가게 안에서 난 무엇보다도 브르타뉴어와 불어 혼용 미니사전에 마음이 끌렸다.

그 크기에 비해 6.60유로나 하는 것이 너무 비싸다 생각되서 사지 않고 나왔다.

 

하지만 다시 그곳을 찾았을 때 나는 미니사전을 사고야 말았다.

 

 

(사진을 보면 한불사전과 그 미니사전 크기를 비교할 수 있다. 정말 작은 사전인데, 만원 돈이나 하는 것이 비싸긴 하다...

작지만 8000단어가 실려있다고 하니 아주 작다고 말할 수는 없나?)

 

브르타뉴지방에는 아주 극소수의 사람만이 이 브르타뉴어를 쓸 수 있다고 한다.

불어와 브르타뉴를 공용으로 쓰는 학교가 브르타뉴 지역에 있어서 그곳 출신은 그래도 간단한 회화정도는 할 수 있나 보다.

그래도 브르타뉴어를 자유자재로 구사할 수 있는 사람들은 이미 너무 나이가 들었고

브르타뉴어는 점차 사어가 되고 있는 느낌을 받았다.

결국 식민지가 된 민족이 자기 언어를 지키지 못하는 것은 필연적인 운명이 아닌가 싶다. 슬프다.

 

그럼, KENAVO~

('또 보자'라는 의미의 브르타뉴말이다. 헤어질 때 사용한다. 영어의 'See you again'이라고 번역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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