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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날] 배우자 죽음으로 인한 상실의 치유, 그리고 조력자살

볼영화는많다/상상의힘

by 산삐아노 2021. 1. 10.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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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기 감독의 영화 [어느날(2016)]은 아내의 자살로 상심에 빠진 남자가 교통사고로 식물인간이 된 여성의 영혼을 만나 치유의 기회를 얻는 이야기를 다룬다. 로맨스라고 하기에는 판타지라고 할까? 인간의 영혼이 있다는 상상은 판타지물의 흔한 레퍼토리다. 

아내를 잃은 남자 역은 김남길, 식물인간이 된 여성역은 천우희가 맡았다. 둘다 개성 강하게 생긴 배우로 호감이 간다.

특히 천우희는 연기를 너무 잘 해서 눈여겨보는 배우다. 

식물인간이 된 시각 장애인 여성 '미소' 관련해서 보험회사의 사고 조사관으로 파견된 '강수'.

아무도 미소의 영혼을 알아보지 못하는데 강수의 눈에만 보인다.

미소는 아직 죽지 않았으니 '생령'이라고 해야 하나? '사령'인 유령은 아니니까.  

아직 죽지 않은 미소는 식물인간이 되어 죽을 날이 그리 많이 남지 않았다. 

강수는 미소와 대화를 나누고 미소의 외출동반 소원을 들어준다.

시각장애인으로 살면서 소리와 촉감으로 경험하던 세상을 시각으로 경험하게 된 미소의 영혼. 흥미로운 상상이다.

김남길과 천우희 이외에 이 영화에 출연하는 다른 배우들에게 눈길이 간다.

미소랑 같은 병원에 입원한 어린 아들을 둔 아버지역으로 윤제문이 우정출연했다.

또 지금 방영중인 TV N드라마 [철인왕후], 작년 2월에 종영한  TV N드라마 [사랑의 불시착]에도 나왔던 김정현의 모습도 보인다. 

강수의 보험회사 직원으로 잠깐 등장한다. [그대 이름은 장미]에도 나왔다고 하는데, 기억이 안 나네.

김정현과 함께 [사랑의 불시착]에 나왔던 김영민도 보험회사 동료로 잠깐 출연한다.  

 미소를 버린 엄마로 나오는 배우 정선경도 반갑다. 

시각장애아인 미소를 버린 비정한 엄마, 그 엄마를 만나러 갔다가 거부당한 미소는 자살 아닌 자살을 선택한다. 

결국 강수의 도움으로 죽기 직전 엄마의 간호를 받고 화해하는 순간을 갖는다. 

이 영화는 아내의 죽음을 받아들이기 어려워 고통받는 남편이 결국 상실감을 극복하는 이야기이기도 하지만,

'조력자살'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강수가 미소의 요청에 응해서 미소의 삶을 끝내는 것을 돕기 때문이다. 

생전에 연명의료를 거부한다는 분명한 의사를 밝히지 못했으니 미소는 연명의료를 벗어나길 어렵다.

하지만 미소는 어머니와의 관계도 회복했고 더는 어머니를 힘들게 하고 싶지 않아 죽음을 스스로 선택한다. 

하지만 자살할 수 없으니까 강수에게 죽을 수 있도록 도와달라 부탁하고 강수가 그 부탁을 들어준 것이다.

미소의 입장에서는 '조력자살'이고 강수의 입장에서는 '살인'이다.

영화는 담담하게 조력자살을 긍정한다.  

우리나라에서 조력자살은 법적으로 인정되지 않는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조력자살 역시 개인의 선택지 중 하나였다고 생각한다.

영화에서는 말하지 않지만 만약 강수가 미소를 죽이는 장면이 CCTV에 잡혀 그가 살인죄로 잡혀간다면

그는 자신을 변호할 수 없다. 영혼이 부탁해서 죽였다고 말한다면 완전 미친 놈이다.

따라서 이 조력자살조차 판타지로 봐야 할 듯.  

미소 덕분에 자신의 아내의 죽음을 받아들일 수 있게 된 강수로서는 미소에게 고마움을 표현하고 싶었을 수도. 

영화는 전체적으로 잔잔하면서도 죽음과 관련한 여러 질문을 우리에게 던져준다. 

이윤기 감독의 2008년도 작품, 전도연과 하정우가 나왔던  [멋진 하루]도 좋았던 기억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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