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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절사고난 작년 가을 관악산에서 만난 고양이, 잘 있을까?

고양이가좋아/직접만난고양이

by 산삐아노 2020. 12. 3. 1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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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11월10일, 두 명의 친구와 관악산 산행을 갔었다.

단풍이 알록달록한 날이었는데, 이날 산행을 마지막으로 오늘까지 산행을 단 한 번도 가질 못했다.

 

바로 이 날은 내 절친 산행동무의 골절사고가 일어났던 날이었다. 

지금 생각해도 무척 아찔한 기억이다. 

그리고 동행한 또 다른 친구의 생일날이기도 했다. 

그날 우리는 산 중턱 바위에 앉아서 쉬었는데, 얼룩 고양이 한 마리를 만났다. 

고양이가 필요한 것은 무엇이었을까?

배가 고팠을까? 물이 먹고 싶었을까? 

줄 만한 것이 없어서 물을 나눠주었다. 

산 중턱에서 내려다 본 관악산은 참 아름다웠다. 

이렇게 단풍이 들어 아름다운 날, 즐겁게 산을 올랐다가 하산하는 길에 사고가 난 것이었다. 

119에 신고하니 먼저 소방관 아저씨들이 달려올라왔고 뒤이어 헬리콥터가 떴다.

관악산이 바위산으로 험해서 아저씨들이 올라오는데 시간이 걸렸다.

발을 동동 구르면서 소방관을 기다리는데 오고가는 등산객들의 시선이 모두 쓰러진 친구를 향해 내려꽂혔다.

몇몇 사람들은 안타까워하면서 함께 기다려주기도 하고 친구의 체온이 떨어지지 않도록 옷을 벗어주기도 했다.

지금 생각해도 무척 고마운 사람들이다.

헬기는 친구를 싣고 응급실로 날아갔고 나는 부지런히 산을 내려가서 병원 응급실로 향했다.

이날 한 친구의 생일축하는 뒤로 미뤄졌다.

원래는 하산하면 식당에 가서 친구생일을 축하해주기로 했었다.

 

너무 정신없어 이날 만났던 고양이도 잊어버렸다.

그때 만난 그 고양이는 아직도 관악산에서 잘 살고 있을까? 불현듯 궁금하다.

1년이 훌쩍 넘어 이제서야 그때 찍은 사진들을 들여다볼 여유가 생겼다.

지금까지 이 사진이 있다는 사실까지 잊고 있었다.

지금 보니 이날 산의 모습이 정말 예쁘다.

그리고 씩씩하게 산을 오르는 친구의 모습도 감회가 새롭다.

골절사고를 당한 친구는 이제 1년이 지난 지금, 걸음을 잘 걷는다. 하지만 아직도 계단을 잘 내려가지 못한다.

두 번 다시 산행은 하지 않겠다고 단단히 결심한 듯.

그래서 나는 최고의 산행동무를 잃었고 산에 갈 의욕이 생기질 않았다.

게다가 코로나사태까지 벌어져서 외출도 자제하는 바람에 더더욱 산과 멀어졌다.

언젠가 다시 산에 갈 날이 있겠지.  

 

가을의 관악산은 우리나라 산 가운데 가장 사고가 많이 일어나는 산이다. 

그래서 작년 그날도 산을 오르는 동안 친구들에게 이 이야기를 하면서 절대 조심해야 한다고 주의를 주었건만...

일어날 사고는 일어나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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