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인도교에서 내려다 본 하천 풍경 변화3(2020.7.22-9.18)

사노라면/변화의 매혹

by 산삐아노 2020. 9. 21. 17:39

본문

2020.7.22. 12:00

7월 22일은 처음 하천가에서 거위들을 만난 날이었다. 다리 위에서 내려다 보니 오른편 풀 사이에서 하얀 새 두 마리가 보였다. 

한참 장마비가 계속되던 시절인데 누가 거위들을 풀어놓은 것인지...

2020.7.24.11:39

장마비로 하천물의 수위가 좀더 높아졌고 섬들이 물에 좀더 잠겼다. 

줌을 당겨서 보니까 백로 한 마리가 섬에 머물러 있다.

2020.7.25.10:43

거위들이 거처를 하천가 오른편에서 왼편으로 자리를 옮겼다. 

하늘에는 구름이 가득하다. 

2020.7.26.10:20

하늘에는 흰구름이 뭉게뭉게, 하지만 햇살이 나왔고 하천가의 수위가 좀 줄었다. 

거위는 오른편을 거처로 삼은 건지 움직이지 않았다.

2020.7.27.12:47

하천 산책을 나올 때마다 다리 위에서 거위가 무사한지 살펴보는 것이 일이 되기 시작했다.

2020.7.28.6:40

거위는 하트 섬에 있었다. 

거위들이 헤엄을 친다는 것을 확인한 날.

2020.7.29.10:52

계속내리는 비로 하천은 다시 흙탕물이 되었다.

거위는 하천 오른편에 머물고 있다. 

이 거위들은 장마비에 당황하고 있을 것이 분명했다. 어떻게 해야 할지 전혀 알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2020.7.31.오전7:34
2020.8.2. 18:17

8월 2일, 거위를 발견하고 12일째 되던 날. 하천물은 완전히 누렇게 변했고 섬들은 거의 가라앉았다.

거위들이 머무는 곳도 물에 거의 잠겨 자리가 좁아졌다. 

이날이 이 거위들을 본 마지막 날이었다. 

거위의 하천가 생활이 끝이 난 것이다. 난 장마기간에 거위들은 하천가에 풀어놓은 사람을 원망했다.

2020.8.4. 18:25

거위를 마지막 본 날 이후 며칠 동안 난 거위들을 찾아보았다. 하지만 거위들은 어디에도 없었다.  

2020.8.5.17:36

너무 비가 오고 날씨가 흐리니까 사진이 제대로 나오질 않고 흐릿하기만 하다. 

2020.8.6. 16:45

전날보다 조금 이른 시간이기도 했고 구름이 뭉게뭉게 피어오른 날이라서인지 하천모습이 좀더 선명하게 찍혔다.

전날보다 하천물이 누런빛이 좀더 가셔서 좀 맑아졌다. 

2020.8.7.15:06

아직도 하천물의 수위는 완전히 내려가지 못했다. 

아쉬움에 거위가 머물던 자리를 눈으로 더듬어보았다. 불쌍한 거위들...

2020.8.11.15:53

아직 장마는 끝이 나질 않았다. 장마는 54일간 이어졌으니까. 

하천의 섬들이 계속해서 사라졌다 나타났다 한다.

2020.8.15.11:15

섬이 조금 모양을 드러냈다. 하천물은 흙탕물. 

2020.8.20.6:02

장마가 끝나갈 무렵 코로나 19확진자들이 갑자기 불어나고 나의 하천가 산책도 중단되었다. 

8월22일부터 9월17일까지 하천을 찾지 못했다. 

그사이 태풍들이 차례로 찾아왔다.

하천의 섬들도 사라졌다 나타났다를 반복했을 테고, 하천물도 누렇게 되었다 맑아졌다는 반복했을 것이다. 

2020.9.18.13:04

그리고 다시 하천가를 찾았을 때는 하천의 섬들의 모양도 달라졌다. 

거위가 머물던 하트섬은 더는 존재하지 않고 다른 모양으로 바뀌었다. 

실려온 흙들이 섬을 키웠다. 하천물은 다시 투명해졌다. 

 

장마비도, 태풍도, 거위도 모두 떠나간 9월 중순의 하천은 떠나간 존재들에 대해서 기억하는지 못하는지 다시 평화롭게 보였다. 

햇살도 따사롭고. 

코로나19의 확진자는 오늘 70명으로 떨어졌다고 한다. 

관련글 더보기

댓글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