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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야베 미유키 [세상의 봄] 하, 소아성애의 피해자인 다중인격자와 얽힌 진실찾기

즐거운책벌레/소설

by 산삐아노 2020. 8. 9.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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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야베 미유키의 [세상의 봄(비채, 2020)]은 2017년 일본 신조사에서 상,하권으로 출간되었다. 

도서관이 개방된지 얼마되지 않아서인지 이 책을 대출하기가 여간 힘들지 않았다.

예약조차 줄이 길어서 일단 [세상의 봄]하권을 빌렸다. 상권은 9월이나 되서야 빌릴 수 있을 것 같아 하권부터 읽기로 한 것이다. 

그런데 하권부터 읽어도 충분히 이해할 만하고 나쁘지 않다. 소설 맨 뒷 부분에 등장인물에 대한 간단한 설명이 되어 있어 도움이 되었다.

이 소설은 미스터리물이면서 일본시대소설이다. 

나는 미야베 미유키의 현대 미스터리물도 좋아하지만 특히 일본시대 소설인 미스터리물을 더 좋아한다. 

일본 문화의 독특함이 묻어나기 때문인 것 같다. 무엇보다 상상력이 가미될 여지가 더 많아서인 것도 같다. 

이번 소설의 주인공은 기타미 번의 번주별저인 고코인에 갇힌, 6대 번주인 기타미 시게오키이다. 

시게오키는 정신착란을 이유로 고코인에 유배되었다.

이번 소설 속에 그려진 시게오키란 인물은 참으로 흥미진진하다. 젊은 미남자인 시게오키의 내면에는 여러 인격이 함께 존재한다.

시게오키는 어린 시절 아버지로부터 수 년간 성학대를 당해 마침내 아버지를 살해하기에 이른다.

어린 시절의 성학대의 고통스러운 기억, 공포, 분노를 견뎌내기 위해 자신을 세 존재로 분리시킨다.

그를 지탱해주는 어린 아이 고토네, 그의 분노를 폭발시켜 살인적인 괴력을 발휘하는 라세쓰(나찰), 그리고 소아성학대로 고통받는 시게오키.

그리고 자신의 고통스러운 기억을 불러일으키는 제 4의 존재, 그에게 고통을 준 존재인 사악한 여자까지. 

무려 4개의 인격이 차례로 나타났다 사라지는 정신착란을 일으키는 시게오키. 

미야베 미유키는 소아성학대 피해자가 고통을 기억하고 고통을 두려워하고 고통을 견디고 분노를 폭발시키는 과정을 4개의 인격분열을 통해 그려나간다. 시게오키라는 인물은 이 소설에 빠져들게 하는 가장 흥미로운 인물이다.   

결국 시게오키를 구하고 진실을 밝히려는 사람들에 의해서 진실은 어둠을 걷고 드러난다.

시게오키의 부친 나리오키의 '덩굴문서'로부터 시작된 일이 틈새 부녀의 원한을 불러 일으켜 나리오키의 아들 시게오키의 성학대, 마을 아이들을 제물로 삼은 살인사건, 이즈치 촌의 참극까지 야기한다는 미스터리의 진실. 

이야기꾼으로서의 미야베 미유키가 건재함을 확인할 수 있다. 

 

 

<노트1 > 뛰어나고 현명하고 유덕한 군주인 나리오키가 어린 아들 시게오키를 수 년간 성학대를 했다는 진실 앞에서 그를 따르고 존경했던 사람들은 그 진실을 대면할 수가 없어 부정한다. 진실을 어둠 속에 오랫동안 숨어오는 동안, 소아성학대의 피해자인 시게오키는 트라우마의 희생양으로 고통받는다. 미스터리를 파헤치는 사람들은 인정하고 싶지 않은 진실을 수면 위로 드러내 어둠을 걷어내기로 한다. 그리고 시게오키가 고통으로부터 빠져나올 수 있도록 돕는다. 이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니 최근에 벌어진 사건이 떠올랐다. 진실을 감추고 덮으려는 사람들이 이 소설 속 가상 인물들을 통해 자신을 들여다 보는 계기를 삼아도 좋겠다 싶은 생각이 들었다. 

""허나 주군으로 영명했다고 부모로서, 남자로서 저지른 악행이 없어지지는 않아."

사람의 선악은 평균을 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

"그러나 이번에야말로 눈앞의 어둠을 외면해서는 안 되네."

오리베와 와키사카 가쓰타카는 시게오키의 아버지 살해를 함께 은폐한 사이다.

오리베는 그것을 후회하고 있었다. 그때 작은 나리의 어둠을 겉으로 끌어내야 했다.

어둠을 드러내는 것은 그 어둠에서 해방되는 첫 걸음이기 때문이다.

(...)

인간은 어둠에 약하다. 그렇기에 어둠 앞에서 물러나면 안 된다."(8장 해명 중에서)

""우리 눈에 큰나리께서는 가신은 물론 일반 사람들에게도 자비롭고 공정하며 영명하신 주군이었습니다. 

그런 큰나리께 만일 외부에 알려져서는 안 되는...... 극히 내밀한......"

여기서 나오지로는 잠시 말을 잊지 못했다.

"꺼림칙한 비밀이 있었다면 우리도 함께 그것을 짊어지자고 각오했을지도 모릅니다."

"함구령이 내려지든 아니든 처음부터 그냥 삼키셨을 것이라는 말씀이군요."

나오지로는 고뇌 어린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너무나도 믿기 힘들고 받아들이기 힘든 일이기에 무슨 착오가 있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당연히 착오라고 믿는 그런 사고방식도 있을 겁니다. "

그런 일은 실제로는 벌어지지 않았다, 자신은 뭔가 터무니없는 오해를 한 것 뿐이라고. 

"그게 사람 마음, 부처님과는 다른 인간의 천성이라는 것이겠죠.""(9장 애증 중에서)

""사람들은 너무나도 기묘한 일, 보통 있을 수 없는 일에 직면하면 그것을 인정하기보다 부정한다고 합니다.""(의사의 말, 9장 애증 중에서)

"우리 나리께서 설마, 

아버지가 아들에게 설마, 

인간의 도리를 벗어나는 행위가 설마 번저에서, 

그런 일이 있을리 없다. 내가 잘못 본 것이다. 내가 어떻게 된 것이다. 전부 오해가 틀림없다."(9장 애증 중에서)

<노트2>

"누군가의 목숨을 빼앗고 혼에 상처를 입히는 일을 계속하다 보면 언젠가 반드시 자기 몸과 혼에도 같은 일이 벌어진다."

(9장 애증 중에서)

 

사족> 뒤늦게 최근에 보았던 드라마 [킬미힐미(2015)]도 [세상의 봄]과 마찬가지로 어린 시절 학대 관련 잃어버린 기억과 함께 자신을 지키기 위해 인격을 조각내서 다중인격자가 되고 조금씩 기억을 되찾아가면서 진실에 직면하면서 다중인격이 치유된다는 동일한 설정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리고 진실 되찾기에는 다른 사람의 도움이 큰 역할을 한다. 특히 사랑하는 여성을 만나면서.  이런 식의 이야기틀은 혹시 흔한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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