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삐아노의 꿈놀이터 :: 베르나르 베르베르 [죽음1,2], 살해된 작가의 살해범 찾기

도서관의 경쟁자를 뚫고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죽음] 1,2권을 읽는 데 성공했다. 

이처럼 장마를 동반한 습기찬 여름에는 이렇게 흥미로운 책을 읽으며 보내는 것도 한 방법이다. 


[죽음(열린책들, 2019)]은 원제가 'Depuis l'au-delà'이다. 번역하자면, '내세에서'라고 해야 할 것이다. 

이 책을 모두 읽고 난 후 왜 원제가 '내세에서'인지 이해하게 되었다. 

따라서 한국어 제목 '죽음'은 적절하지 않은 제목으로 보인다. 너무 추상적이고 진지한 제목이랄까?

개인적으로 '죽음'이라는 테마에 기대하는 바가 있었던 것이 사실인데, 이 소설은 제목이 잘못 붙여져서 내가 잘못된 기대를 하게 만들었다. 


아무튼 미스터리 판타지소설의 스토리를 거론하는 것은 읽지 않은 사람들에게 흥미를 반감시키는 일이니 여기서도 될수록이면 자제하기로 한다. 

주인공은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자신에서 이끌어낸 인물인 가브리엘이라는 작가. 

스포일러가 되겠지만 가브리엘은 죽은 채로 등장해서 죽은 채로 이야기를 이끌고 나간다. 그렇다고 그가 소설 끝에서 부활하거나 환생하는 일은 없다. 

그야말로 죽은 자가 소설의 주인공이라는 것 자체가 흥미롭긴 하다. 

그리고 또 다른 주인공으로 뤼시라는 영매가 나온다. 

산 자의 세상과 죽은 자의 세상을 매개하면서 산자와 죽은자의 소통을 담당하고 있는 진짜 영매다. 

그 밖의 등장인물로 가브리엘의 쌍둥이 형인 토마, 비평가 장무아지, 출판사장 알렉상드르 드 빌랑브뢰즈, 가브리엘의 할아버지 영혼이 있다. 

이야기는 가브리엘이 뤼시라는 영매를 통해 자신이 죽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자신이 살해되었을 거라고 의심하면서 살해범을 찾는 여정을 담았다. 

1권은 상대적으로 덜 재미있어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필력이 줄었나 했는데, 2권은 흥미로왔다. 

1권에서 읽기를 포기하려는 독자가 있다면 충분히 기대하고 끝까지 읽어도 좋다고 말해주고 싶다. 


이 책도 줄거리 사이사이 에드몽 웰즈의 [상대적이고 절대적인 지식의 백과사전]이 끼워져 있다. 

소설 속에 이런 식의 삽입도 작가의 창의적인 대목이 아닌가 싶다. 

흥미로운 이야기꺼리를 끼워두는 것이다.  

물론 이야기의 진행을 주춤거리게 한다고 싫어하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겠다. 

때로는 방해가 되기도 하지만 때로는 흥미롭기도 하다.


개인적으로 영혼이니 내세니 윤회니 신이니 하는 따위를 믿진 않지만 그런 소재를 이용한 이야기는 좋아한다. 

인간의 상상력을 펼칠 수 있도록 하는 재료들이니.

소설 속 작가인 가브리엘은 상상력을 대변하는 작가로 나온다. 

난 상상력을 발휘한 소설들이야 말로 소설 읽을 재미를 준다고 믿는 사람으로서 가브리엘 편에 서고 싶다. 

현실세계를 그대로 다룬다면 소설보다는 다큐영화나 기사를 더 선호한다. 

"상상하고 꿈꾸고 생각할 거리를 던져 주는 멋진 이야기"를 쓸 수 있는 작가들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다. 


그런 점에는 이번 소설 [죽음]도 충분히 재미있다. 

작가들간의 갈등, 죽은 작가들 간의 전쟁의 이야기도 재미있었다. 


그리고  페르 라셰즈 묘지나 카타콤과 같은 공간은 지난 추억을 떠올리게 해서 개인적으로 즐거웠다. 

특히 카타콤에 들어 갔을 때는 정말 충격적이었는데, 지금도 그때의 기억이 부분적으로 생생하다. 


이번 소설은 첫 대목보다 마지막 대목이 인상적이라서 여기 인용해둔다. 

"지금까지 그를 사로잡았던 생각과는 다른 생각이 머릿 속에 꿈틀거린다. 

<나는 왜 죽었지?>가 아니라, 보다 근원적이고 신비로운 질문이 그에게 말을 걸어온다.

<나는 왜 태어났지?>"('93'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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