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삐아노의 꿈놀이터 :: 미야베 미유키 [금빛 눈의 고양이], 미시마야 변조괴담 시리즈5

1. 미야베 미유키의 '미시마야 변조괴담 시리즈(三島屋変調百物語シリーズ)'는 

[흑백(2008)], [안주(2010)], [피리술사(2013)], [삼귀(2016)] 그리고 [금빛 눈의 고양이(2018)]까지 출간되었다. 

그리고 현재 6권에 해당되는 이야기를 작년 여름부터 [마이니치 신문]에서 연재중이라고 한다. 

작가는 시리즈 제목에서 100가지 이야기라고 했지만 시리즈 2번째 권인 [안주]를 출간할 때 99까지 이야기를 쓰겠다고 밝혔다. 

그리고 고희(70세)까지는 99편을 쓰지 않겠나?한다고.


2.5권까지 작가는 총 24편의 이야기를 썼다. 

[흑백]에서 5편, '만주사화', '흉가', '사련', '마경', '이에나리' 

[안주]에서 4편,  달아나는 물', '덤불 속에서 바늘 천 개', '안주', '으르렁거리는 부처'.

[피리술사]에서 6편, '다마토리 연못', '기치장치 저택', '우는 아기', '가랑눈 날리는 날의 괴담 모임', '피리술사', '절기 얼굴',

[삼귀]에서 4편, '미망의 여관', '식객 히다루가미', '삼귀', '오쿠라 님',

그리고 [금빛 눈의 고양이]에서 5편, '열어서는 안 되는 방', '벙어리 아씨', '가면의 집', '기이한 이야기책', '금빛 눈의 고양이'


3.'미시마야 변조괴담 시리즈'에서 지금껏 이야기를 듣는 사람은 오치카. 

주머니가게인 미시마야 주인인 이헤에의 형의 딸, 즉 조카딸인 오치카는 마음의 상처가 있어 17살에 집을 떠나 숙부댁에서 지내면서 하녀생활을 한다.

더불어 숙부의 제안으로 바둑의 방인 흑백의 방에서 괴담을 듣고 숙부에게 전하는 역할을 맡는다. 

숙부는 "괴담을 모은 것은 결국 사람의 마음을 모은 것과 같다"고 말한다.

흑백의 방에 이야기를 하러 온 사람도 자신의 기이한 이야기를 들려주면서 치유를 하지만, 

이야기를 홀로 듣는 오치카도 들으면서 자기 마음의 상처를 치유해나간다. 

이야기를 들려주고 이야기를 듣는 동안 마음 깊은 곳이 움직인다. 정화와 각성의 시간. 


그런데  미시마야 괴담 자리에서 가장 중요한 원칙은 "이야기하고 버리고 듣고 버리고"이다.  


"오치카는 생각한다.

흑백의 방에서 듣는 이야기를 듣고 버린다는 것은 물건을 버리듯 내팽개친다는 의미가 아니다.

들은 이야기를 존중하고 건드리지 않는다. 

듣는 사람이 의미를 더하지 않는다. 

들은 그대로 받아들이고 조용히 보내준다."('가면의 집' 중에서)


4. [금빛 눈의 고양이]에는 5편의 이야기, 즉 '열어서는 안 되는 방', '벙어리 아씨', '가면의 집', '기이한 이야기책', '금빛 눈의 고양이'가 실려 있다.

한국어 번역판에는 '금빛 눈의 고양이'라는 제목을 달았지만, 원래 일본책에는 '기이한 이야기책'이 제목이다. 

그리고 이 '기이한 이야기책'의 이야기가 이 5권에서는 가장 중요한 이야기이기 때문에 제목으로 가장 적절해 보인다. 

하지만 한국 출판사에서는 책 판매를 염두에 두어 제목을 바꾼 것으로 보인다. 


5권에는 중요한 변화가 일어난다. 

그 변화는 혹시 이 책을 아직 읽지 않은 사람을 고려해서 여기서는 언급하지 않기로 한다. 

또 다른 변화는 오치카의 사촌인 도미지로가 괴담을 듣고 그 이야기를 그림으로 그린다는 설정이 나온다. 

(처음에서는 숨어서 듣고, 나중에는 함께 듣고, 나중에는 홀로 듣는다)


첫번째 이야기 '열어서는 안 되는 방'에는 행봉신이 등장한다. 

행봉신은 마주치면 재앙을 가져온다는 신이다. 산에서 날씨도 좋고 바람도 없는데 이유 없이 춥거나 열이 나거나 기분이 나빠지면 행봉신을 만났다고 한다고.

행봉신을 만나고 그 신에 기댄 가정이 파멸하는 비극적인 이야기다. 무섭다.


"사람이 마음에 품고 있는 간절한 소원.

생이별한 아이를 만나고 싶다. 자신을 좋아해 주지 않는 사람을 돌아보게 하고 싶다. 죽은 사람을 되살리고 싶다. 계속되는 불행을 끝내고 싶다.

사람은 약하기에, 욕심을 부리기에, 끝없이 바란다. 그 약함에 파고드는 행봉신은 잡아먹을 것이 없어서 곤란할 일은 없다."


두번째 이야기 '벙어리 아씨'에는 모몬 목소리를 가진 여인이 나온다. 

모몬 목소리는 요괴를 부르는 목소리. 

어릴 때는 구분할 수 없으나 혼기가 되면 목소리가 달라진다. 

모몬 목소리를 가진 자는 큰 소리를 내도 안 되고 소근거려서도 안 되는데, 큰 목소리는 먼 곳에 닿고, 작은 목소리는 땅 밑 깊은 곳까지 스미기 때문이다. 

모몬 목소리의 여자아이는 미인이라고. 

이 이야기의 메시지는 남과 달라서 사람들로부터 불길하게 여겨져 따돌림을 받던 사람도 다른 사람을 돕는 데 자신의 능력을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세 번째 이야기 '가면의 집'에서 대재앙이 벌어지는 까닭을 갇혀 있던 가면이 도망했기 때문이라는 상상을 펼친다.

그래서 가면이 도망치지 않도록 잘 지켜야 하는데, 가면이 도망칠 수 있는 낌새를 알 수 있는 자는 행실이 나쁜 자라는 것. 

그 행실이 나쁜 자가 바로 '파수견'의 역할을 할 수 있는 자라는 생각이 재미난다.


"산더미 같은 악에서부터 손톱때만한 악까지 크기는 제각각이라도 악행을 저지르는 사람들은 하늘의 별만큼 돌아다니고 있다."


네 번째 이야기 '기이한 이야기책'에서는 베껴쓰는 동안 자신의 수명과 죽는 방식을 알게 되는 책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물론 이 책인 제목의 '기이한 이야기책'은 아니다. 

'기이한 이야기책'은 바로 도미지로가 괴담을 듣고 그린 그림을 모아둔 오동나무 상자다. 


다섯 번째 이야기 '금빛 눈의 고양이'는 도미지로가 형 이이치로와 흑백의 방에서 술을 마시기로 하고, 이때 형이 도미지로에게 괴담을 들려준다.

이 괴담은 어린 시절 이이치로와 도미지로가 함께 겪은 이야기인데, 

도미지로는 마음의 상처가 되서 기억에서 지웠지만 이이치로는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이야기는 금빛 눈을 가진 하얀 고양이로 변한 생령에 관한 이야기. 


"오히사: "게우케겐은, 잘 알 수 없는 이상한 것이라는 뜻이래."

도미지로:"나쁜 짓을 하는 요괴야?"

오히사:"아니, 그냥 거기에 있을 뿐이야. 그저 털뭉치니까.""


<메모1> 사위는 방에서 며느리는 마당에서 들여라는 일본 속담.

사위는 자신의집보다 더 좋은 집안에서 들이면 집안의 격이 올라가고 

며느리는 자신의 집보다 낮은 집안에서 들이면 으스대지 않고 부지런히 일하니 집안에 도움이 된다는 의미. 


<메모2> "팥에는 마를 쫓는 힘이 있으니까 단팥죽은 특이한 괴담자리에 잘 어울리겠네요."

일본은 팥을 이용한 음식이 많은 것 같다. 

여름철 팥빙수, 겨울철 단팥죽은 정말 맛있는 간식거리인 것 같다. 


갈탕갈분에 설탕을 넣고 뜨거운 물을 부어 섞은 음식

갈탕은 어쩌면 어린 시절 내가 동네 길가에서 사먹었던 그 음식이 아닐까 싶다. 

설탕을 녹여서 탄산수소나트륨을 첨가해서 먹었던 그 불량과자와 함께 갈탕도 팔았던 기억이 있다. 

이후 한 번도 먹어본 적이 없는데... 그것이 갈탕이라는 것을 이 책을 보다 알게 되서 좋았다.


미야베 미유키의 '미시마야의 흑백의 방에서 들려주는 100가지 괴담 이야기'는 그 재미가 줄지 않았다. 

여전히 흥미롭다. 작가의 필력은 참으로 대단하다. 

올 여름에도 이 책이 더위를 견디는 데 힘이 되었다. 운이 좋아서 도서관에서 이 책을 생각보다 일찍 빌려볼 수 있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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