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삐아노의 꿈놀이터 :: 미야베 미유키 [영웅의 서]1,2권, 사라진 오빠를 찾아나선 여동생의 모험

1. [영웅의 서]는 2009년 일본 매일신문사에서 상,하로 출간되었고, 우리나라에서는 2010년 문학동네에서 1,2권으로 번역출간되었다. 

제목 때문인지 선뜻 손이 가지 않아 지금껏 읽지 못한 작품이었다.

한 마디로 영웅의 책이라는 의미인데, 이 소설을 읽다 보니, 앞서 읽었던 [비탄의 문(2018, 문학동네)]이 떠올랐다. 

이름 없는 땅, 무명승, 늑대, 테두리와 같은 용어가 이 책에서 등장했기 때문이다. 

어찌 문학동네에서는 미야베 미유키의 판타지 소설을 번역하기로 한 건가?


2. 아무튼 이 소설에서는 부모와 아들, 딸로 구성된 가정이 나오고, 

청소년인 아들이 어느날 학교에서 두 학생에게 폭력을 휘둘러 한 학생을 죽이고 난 후 홀연히 사라진다. 

주인공은 사라진 소년의 여동생인 초등학생 유리코. 

유리코가 오빠를 찾아 나서는데, 그 과정에서 이름 없는 땅에 가고, 그곳에서 무명승을 만나며, 늑대의 도움을 받는다. 


"'테두리'는 사람이 말을 만들어 '세계'를 해석하려고 한 순간에 탄생한 거야. 

힘이고 의지이며 희망이자 바람, 기도이도 하지. 

그 모든 것을 포괄해.

그것이 '테두리'다."('2장 은둔자의 도서관'중에서) 


"게다가 아가씨, 이 '테두리' 안에는 이미 '영웅'이 풀려났다는 걸 알아챈 어른들이 있어. 

그 사람들은 머지않아 움직이기 시작할 거야."

"어떤 사람들?"

"사본을 찾아 전 세계를 돌아다니는 어른들. 

아까 현자가 말했지?

사본을 찾아서 숨기려고 하는 사람들이야."

"혹은 사본의 내용을 연구해 '영웅'의 진실을 알려고 하는 자들이지." 현자가 말했다.

"그렇게 얻은 지식을 보루로 삼아, 황의를 입은 왕에게서 이 '테두리'를 지키려는 자들이야."

'영웅'을 추적해 황의를 입은 왕을 잡기 위해, 부지런히 수색과 연구를 계속하는 사람들.

"그 인간들을 우리는 '늑대'라고 부른다.""('2장 은둔자의 도서관'중에서) 


"이곳이 이름없는 땅이다.

이 색채가 결어된 풍경이."('3장 이름 없는 땅' 중에서)


"이 땅은 이야기의 원천입니다."('3장 이름 없는 땅' 중에서)


""이야기가 태어나고 사라져가는 곳. 이야기가 떠나고 되돌아오는 곳. 

'죄업의 대륜'은 그 흐름을 만드는 수단-장치라고 할까요."

그것을 밀어서 계속 돌리는 일이 무명승의 역할이라고 한다."('3장 이름 없는 땅' 중에서)


"저희는 일찍이 인간이 몸이었을 적에, 이야기에 살려고 한 자들이 영락한 모습입니다.

"거짓말에 살고, 거짓말을 구현하려는 대죄를 범했습니다. 

고로 저희는 개개의 모습을 잃고 하나이자 만, 만이자 하나인 검은 옷의 무명승이 되어, 이 땅에서 유일한 안주의 장소를 찾게 되었습니다."

('4장 죄업의 대륜' 중에서)


 3.  유리코의 오빠는 황의를 입은 왕, 영웅에게 매혹되었고, '최후의 그릇'이 되었다.

유리코는 오빠를 구하기 위해 최후의 그릇과 피와 살을 나눈 자로서 '인을 받은 자'가 된다. 


"사람이 살아 있는 것뿐이라면, 얼마만큼의 위업을 달성하는 그건 단순한 사실에 지나지 않아. 

생각하고 말하고 회자됨으로써 비로소 '영웅'은 탄생하지.

그리고 생각하고 말하고 회자되는 것, 이 전부가 이야기다."('2장 은둔자의 도서관'중에서) 


""그런 사본들을 통해 인간은 '영웅' 본체의 힘을 들여다 보지. 
그 힘의 일부분을 쐬는거야."
그리고 그것에 씌고 만다.
"물론 사본과 접촉한 자가 모두 씌지는 않아. 
씌는 자에게는 씔 만한 자격이 필요해.
그런 자를 가리켜 우리는 '그릇'이라고 부르지""('2장 은둔자의 도서관' 중에서)

"'영웅'의 그림자 부분은 인간의 분노라는 감정을 특히 좋아하거든."


"황의를 입은 왕에게 봉인을 깨기 위한 힘을 줄 마지막 하나의 '그릇'..

드디어 유리코는 이해했다.

"그것이야말로 최후의 그릇. '소환자'다.""('2장 은둔자의 도서관' 중에서)


"'인을 받은 자는 대부분의 경우 어린아이, 어린 혼이 아니면 이 땅으로 이르는 길을 찾아내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3장 이름 없는 땅' 중에서)


4. 미야베 미유키는 이야기를 짓는 일은 거짓과 관련되고 죄라고 표현한다. 
개인적으로 이 대목, 이야기를 죄악시하는 스토리가 그리 마음에 들지 않는다. 
하지만 우리의 삶은 결국 주관적 시선을 통한 해석이 붙기 마련이니 
우리 모두, 우리 인간의 삶이 이야기를 짓는 것과 다를 바 없다는 작가의 생각에는 공감한다.

"그런 거짓말이 없으면 인간은 살 수 없습니다.

인간세상은 성립되지 않습니다. 

이야기는 인간에게 필요한,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필수적인 거짓말입니다.

하지만 거짓은 거짓, 거짓은 죄입니다."('4장 죄업의 대륜' 중에서)


"우리 무명승죄업의 대륜을 밀어서 인간세상이 요구하는 거짓말을 공급합니다. 

흐름이 끓기지 않도록 부지런히 일합니다. 

그것은 죄갚음인 동시에 죄를 재생산하는 일이기도 합니다."('4장 죄업의 대륜' 중에서)


""그러한 '자아내는 자' 중 하나입니다.
자신은 작가도 아니거니와 역사가나 예술가도 아니라고 당신은 말씀하시겠지요.
하지만 그것은 단순히 입장과 역할이 다른 것뿐입니다. 
인간은 모두 삶으로써 이야기를 자아내니까요."('11장 고백' 중에서)

""그러니까 이야기는 인간이 가는 걸음 뒤에서 따라와야 하는거야.
인간이 지나간 뒤에 길이 생기도록."
하지만.
"때때로 인간은 '테두리'를 순환하는 이야기 속에서 자기 눈에 화려하게 보이는 것을 선택해.
그 이야기를 앞장세우고 그것을 모방해서 살려고 하는 우를 범하지.
'있어야 할 이야기'를 흉내 내려고 하는 거야."
그 '있어야 할 이야기'는 다양한 이름으로 불린다.
때로는 정의, 때로는 승리, 때로는 정복, 때로는 성공. 
자신이 가는 길 앞에, 다른 자의 눈에는 보이지 않는 환상의 길을 그리고 나아가려 한다. 
그것이 이야기에 살려 한 죄.
"그 교만한 본말전도는 반드시 재앙을 부르지. 그래서 대죄라고 불리는 거야.
'최후의 그릇'이 무명승으로 변해, 영겁의 시간 속에서 계속 갚아야 할 정도의 죄.
"물론 '있어야 할 이야기'에 죄는 없어. 
하지만 때때로 '있어야 할 이야기'가 사람들을 유혹한다는 사실을 '자아내는 자'들은 알고 있지.
알고 있으면서도 계속 자아내. 그것이 업이야. 인간의 업이야."
'자아내는 자'들은 자신의 죄를 알든 모르든 상관없어.
한편으로 희망, 선함, 아름다움, 따뜻함, 생명을 축복하고 사람들에게 평안함을 주는 이야기를 자아냄으로써, 
겨우 업을 지고 살아가는 것을 용서받는다.
이 땅에서 '죄업의 대륜'을 돌리는 무명승들과 '테두리'에 사는 '자아내는 자'들은 
'영웅'과 '황의를 입은 왕'이 그렇듯 한 사물의 표리인 것이다. 
이야기의 순환은 인간이 지닌 업의 순환이기도 하다. "('14장 진실 중에서')


5. 다 읽고 나니, [영웅의 서]에 등장하는 유리코가 [비탄의 문]에 등장했다는 생각이 떠올랐다. 

다시 한 번 더 [비탄의 문]을 들춰봐야겠다. 

[영웅의 서]를 먼저 읽고 [비탄의 문]을 읽는 것이 더 나을 것 같다. 

미야베 미유키가 만든 가공의 세상, 이름 없는 땅, 테두리,  그

리고 무명승, 자아내는 자, 최후의 그릇, 늑대, 인을 받은 자와 같은 인물들이 엮어가는 판타지 소설이 흥미진진한 것은 사실이다.  

작가로서의 평생의 삶이 투영된 작품이라는 인상이 강렬하다.


6. <메모> 미야베 미유키는 아마도 사소한 것들도 잘 메모해두지 않을까? 

그리고 그 메모들을 이용해서 장편 소설의 곳곳에 배치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보았다. 


뭐든지 '일단 보관해두는' 버릇이 있는 엄마가 그런 '일단 보관물품'을 넣어두는 서랍 몇 개와 빈 상자를 기억해둔 덕택에 

문제의 메모지를 찾아낸 것 유리코였다.('2장 은둔자의 도서관'중에서) 


"책에는 인간을 잠으로 이끄는 힘이 깃들어 있어. 

아가씨도 자주 책장을 펼친 채 자잖아?"('2장 은둔자의 도서관'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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