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길고양이 안내문

사노라면

by 산삐아노 2019. 4. 22. 17:01

본문

사노라면...

사람이라서 부끄러움을 느낀다.


아파트 정원을 오가며 살아가는 고양이들을 아파트 사람들이 무척 사랑하는구나, 그동안 생각했었다. 

집에 놀러온 친구는 혹시 고양이 때문에 아파트 주민들간의 갈등은 없느냐?고 물었었다. 

난 그때만 해도 우리 아파트 사람들은 동물에 대해 인정이 있다 생각하고 있었다. 

그래서 갈등 없이 다함께 고양이를 돌보고 있다고 대답했던 기억이 난다. 


하지만 얼마전 고양이들을 쫓으면서 화를 내는 할머니를 보고 다들 고양이를 좋아하는 것은 아니구나, 생각했다. 

할머니는 고양이가 화단을 망친다며 화를 냈었다. 

하지만 화단을 망치는 것은 고양이가 아니라, 고양이를 좋아하는 아이들이라는 사실은 이야기하지 않았다. 

화단은 아이들과 고양이 밥을 주기 위해 화단에 들어가는 어른들 때문이었다. 

화단을 망치는 것은 사람이었다.

화단을 망치지 않고 고양이 밥을 주고 고양이를 사랑할 방법을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며칠 전 아파트 관리사무소에서 붙인 공지문에 의하면, 

고양이가 차량사고의 원인이고 고압선을 합선시키는 대형사고의 원인라고 지적하고 있다.

하지만 차량사고는 고양이가 원인이 아니라 부주의하게 운전하는 운전자의 문제이고,

고압선을 합선시키지 않도록 고양이가 드나들지 않을 방법을 강구하면 대형사고는 막을 수 있을 것이다.

길고양이에게 규칙적인 식습관을 길러주는 것이 타인에게 피해를 줄 수 있다는 논리도 황당하다.

규칙적인 식습관이라...

사람들은 배고픈 고양이에게 먹을 것을 때때로 나눠주고 있을 뿐이다.

타인이 받는 피해가 도대체 무엇인지?

그냥 고양이가 싫다는 것이 아닐까 싶지만...

고양이가 튀어나와서 놀라는 것이 그리 큰 문제일까?


나는 이 공지문을 보면서 씁쓸함을 느꼈다. 

생명을 소중히 생각하는 것보다 더한 논리가 있다고 생각하는 인간이 두렵다.

인간은 인간의 생명만이 소중할 뿐인 이기적인 존재임을 인정해야 하리라.

길고양이를 양산한 존재가 바로 인간이 아니겠나.

관련글 더보기

댓글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