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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야베 미유키 [쓸쓸한 사냥꾼], 헌책방, 책, 따뜻한 사람들이 나오는 추리소설

즐거운책벌레/소설

by 산삐아노 2019. 3. 27. 1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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쓸쓸한 사냥꾼은 추리소설 단편모음집이다. 

북스피어에서 2008년에 번역출간했고 일본에서는 신조사에서 같은 제목으로 1993년에 출간되었다. 

즉, 미야베 미유키의 초기작이다. 총 6편의 단편이 실려 있다.

"유월은 이름뿐인 달", "말 없이 죽다" "무정한 세월" "거짓말쟁이 나팔" "일그러진 겨울" "쓸쓸한 사냥꾼"

마지막 "쓸쓸한 사냥꾼"은 [모방범]을 예고한다.


각각의 단편은 다나베 서점이라는 헌책방이란 배경, 그 헌책방을 경영하는 이와 할아버지, 그 할아버지를 돕는 손자 미노루란 두 인물로 이어져 있다.

전체적인 틀이 있고, 각각의 단편이 독립적인 이야기다. 그 이야기들은 책과 연관되어 있다. 


"유월은 이름뿐인 달"은 결혼식 하객을 위한 답례품인 책 표지에 '이와손톱'이라고 낙서가 되어 있었고, 사실 '이와손톱'은 추리소설의 제목이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이와 손톱]이라는 책 속에 금고 비밀번호가 감춰져 있었다. 

"말 없이 죽다"는 사망한 아버지 집을 찾았을 때 아들이 발견한 302권의 같은 책 [깃발 흔드는 아저씨]라는 자비출판책과 관련된다. 

도대체 왜 죽은 아버지는 자신의 책을 모두 처분하고 단 한 종류의 책만, 그것도 삼 백권이 넘도록 보관하고 있었을까? 

"무정한 세월"은 다나베 서점이 있는 동네의 가정용품 잡화점의 유령소동과 관련한 이야기를 풀어낸다. 

그런데 이 편에서는 다나베 서점의 '폐가'의 책과 관련한 이야기가 곁들여진다.

'폐가'라는 서점 안에서 점원에게 부탁해야 꺼낼 수 있고 손님의 연령, 외모를 관찰한 다음에 판매할 책을 구비해두는 곳이다.

예를 들어 [살인의 기술] 같은 책이 폐가에 놓인다.

그 곳의 책 가운데 [법률의 허점 사전]을 사간 추리소설 작가, [일상생활 속의 독극물] [안락사의 방법] 등의 팔러온 부자의 이야기가 잠깐씩 나온다.

"거짓말쟁이 나팔"은 다나베 서점에서 [거짓말쟁이 나팔]이란 낡은 책을 훔치려다 들킨 꼬마 이야기가 나온다.

"일그러진 거울"은 [붉은 수염 진료담'이란 문고판 책을 전철 선반에서 발견하고 가져다 읽은 여성이 

제일 마지막에 수록된 '얼음 아래서 돋아나는 새싹'을 읽고 자신을 직시하게 된다. 

그래서 그 책에서 발견한 명함의 당사자를 찾아간다는 이야기. 

"쓸쓸한 사냥꾼"에서는 그리 유명하지 않은 추리작가의 행방불명으로 가족은 다나베 서점의 이와 할아버지의 도움으로 책을 정리한다.

그리고 가족은 작가의 행방불명으로 미완의 유작 [쓸쓸한 가족] 을 자비출판한다. 

그런데 가족 앞으로 온 엽서들, 그 엽서를 보낸 자는 [쓸쓸한 사냥꾼]의 스토리 대로 살인을 벌이고 

그 소설이 마무리짓지 못한 것을 현실에서 완성하겠다는 뜻을 전해온다. 


이처럼 각 단편은 책과 관련한 이야기가 완결편으로 담겨져 있을 뿐만 아니라, 

단편들 전체를 관통하는 다나베 서점의 이와 할아버지와 그의 손자 미노루의 이야기도 함께 풀어가다. 

할아버지는 서점 고객의 부탁을 들어주고, 서점을 찾아온 사람을 접대하고, 서점을 찾은 범인에게 위협도 당하고...

할아버지와 미노루의 관계에 대한 이야기들, 미노루의 성장통 등. 


번역자 권일영은 이 소설이 '자기취향'이라고 전한다. 그의 말을 빌어 내게도 '쓸쓸한 사냥꾼'은 내 취향이다. 

소설을 읽다 보면, 

다나베 서점이 이 세상 어딘가에 존재할 것만 같고, 그곳에 가서 헌책도 뒤적거려보고 할아버지에게도 이야기도 건네보고 싶은 기분이 든다.  

그리고 할아버지를 도우며 서점을 왔다갔다하는 17살 소년 미노루 얼굴도 보고 싶고. 

미야베 미유티의 소설의 인물의 강점이 바로 이런 것이다 싶다.  

추리소설이지만 평범한 사람들이지만 따뜻한 사람들이 등장하는 이야기. 

그 사람들이 내 주변 어딘가에서 살아 숨쉬고 있을 것만 같은 기분을 주는 소설은 흔치 않다. 


도서관에서 빌린 책이 너무 낡고 너덜거려서 사실 빌리고 싶지 않을 정도였다. 

하지만 그만큼 사람들에게 읽혔다는 뜻이리라. 

그리고 나처럼 이 책을 먼저 읽은 사람도 마음이 따뜻해지는 것을 느꼈을 것 같다. 

미세먼지로 우울한 나날 속에서 한 줄기 따사로운 봄바람 같은 독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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