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찍 잠을 깨서 일찍 하루를 시작하게 된 날, 하지만 피곤해서 일을 하기는 싫은 날,
그런 날 난 지난 영화, [하류인생(2004)]를 보면 빈둥거리면서 하루를 시작했다.
내가 본 임권택 감독의 영화는 아름답고 나름 완벽미를 추구하지만 시나리오는 크게 공감가지 않는 ... 그런 영화였던 것 같다.
올드하다고 할까? 1936년생인 감독이 생각하는 시나리오가 올드한 것이 특별한 것은 아니겠지만...
[하류인생] 역시 스토리는 크게 공감이 가질 않는다.
특히 혜옥이란 인물이 이해가 될지 않고 비현실적이다. 과거의 남자들이 꿈꾸는 여성 아닐까 싶다.
그렇지만 공감할 수 있는 것은 우리 파란만장한 현대사 속에서 개인사 역시 파란만장해질 수밖에 없다는 것.
주인공 태웅에게 삶은 거칠게 헤쳐나갈 수밖에 없는 참으로 힘든 것이다.
바람나서 집나간 엄마, 깡패, 해결사, 로비... 패고 맞고...
그가 삶을 버티게 해 주는 것은 혜옥이라는 여성, 즉 아내와 아이들이다.
태웅의 역을 맡은 조승우, 연기 잘 한다.
20대 중반임에도 연기력이 부족함이 없다.
내가 조승우를 주목했던 것은 [고고70(2008)]에서였던 것 같다.
그는 지금껏 주연으로 연기인생을 이어가고 있다.
[내부자들(2015)], 드라마 [비밀의 숲(2017)], 그리고 [명당(2017)]까지, 믿고 볼 수 있는 주연 배우임에 분명하다.
[하류인생]에서 볼 만한 것은, 연기 잘 하는 조승우만이 아니라 시대적 배경이다.
50년대 후반부터 70년대 중반까지의 동네풍경, 역사적 분위기... 그리고 시대의 뒤안길로 사라져간 물건들...
시각적으로 즐겁다. 이 즐거움만으로도 이 영화는 볼 만하다.
이른 아침, 나쁜 선택은 아니었다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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