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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야베 미유키 [인질카논] 따뜻한 미스터리 단편집

즐거운책벌레/소설

by 산삐아노 2019. 1. 27. 1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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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겨울 미야베 미유키 읽기는 계속이다. 

컨디션이 안 좋으니 다른 일을 하기보다 읽기 즐거운 소설책 읽기로 쉴 겸 놀 겸하고 있다.

[인질카논]은 96년 일본 문예춘추에서 출간되었고 우리나라에서는 2010년 북스피어에서 번역 출간되었다. 

이 책에는 모두 7편의 단편소설이 실려 있다. 

인질카논, 십년 계획, 과거가 없는 수첩, 팔월의 눈, 지나간 일, 산 자의 특권, 새어나오는 마음이다.


1) '인질카논'은 자정이 넘은 시간, 편의점에서 벌어진 인질극 이야기다.

회사 송년회를 끝내고 집으로 돌아가던 이쓰코란 여성이 집 근처 편의점을 들렀을 때 강도가 들이닥쳐 편의점을 돈을 훔쳐 달아난다. 

이 사건은  '헬멧남'이라 불리는 사사키 슈이치라는 정비소 수리공과 치매 할아버지가 관련되어 있다. 

헬멧을 벗지 않는 습관, 특정 장난감을 선호하는 치매 할아버지란 인물들과 동네 편의점이란 공간이 만나 탄생한 이야기.


2) '십년 계획'은 실연당한 남자를 10년 후에 죽이겠다는 여성의 계획을 소재로 삼았다. 

이야기는 택시안에서 만난 택시기사와 승객의 대화로 들려준다.

택시를 타면 기사와 승객이 대화를 나누는 일은 흔하다. 

이 흔한 일상적 공간인 택시안에서 택시기사란 사람의 개인사, 욕망을 듣는다. 


3) '과거가 없는 수첩'은 전철에서 발견한 잡지 속에서 발견한 새수첩 속의 단 한 명의 이름에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동네에서 벌어지는 작은 방화사건, 방화사건으로 인해 알게 된 한 여성의 실종. 실종된 여성이 바로 수첩 속 이름의 주인공.

수첩을 우연히 취득한 가즈야란 남성은 이 여성의 사생활을 엿보게 된다. 

전철 안에서 주운 물건을 매개로 낯선 사람의 사생활 미스터리를 파헤쳐보는 이야기.


4) '팔월의 눈'은 죽은 할아버지가 남긴 유서를 발견한 중학생 손녀딸이 그 유서의 의미를 이해하게 되는 이야기다.

교내폭력 때문에 결국 다리 하나를 잃게 되는 미쓰루는 우울증에 빠져서 집안에서 꼼짝하지 않고 지내는데, 

20살의 할아버지 사연을 알게 되면서 우울을 떨쳐 일어난다. 

할아버지는 2.26사건과 관련되어 있었다. 

2.26 사건은 같은 해 출간한 책 [가모우 저택사건]에서도 주요한 소재인데, 이때 미야베 미유키는 이 사건에 꽂혀 있었나 보다. 


5) '지나간 일'은 학교에서 괴롭힘을 당하는 한 소년을 만난 추억을 담았다. 

전직 경찰관이 경호서비스 일을 하게 되었는데, 한 소년이 찾아와서 경호를 부탁한다. 

그는 소년과 이야기를 나누고 소년을 진심으로 도와주려고 마음 먹었는데, 이후 더는 소년을 만날 수 없었다. 

그 소년이 제공한 주소도 전화번호도 모두 거짓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소년이 괴롭힘을 당하고 있다는 것은 분명 사실로 여겨져서 마음에서 떨쳐낼 수 없었다. 

한참 시간이 지나 청년이 된 소년을 우연히 전철 안에서 만나게 된다.


6) '산자의 특권'은 자살하려고 뛰어내릴 적당한 건물을 물색하다가 우연히 부딪치게 된 한 소년을 통해 자살을 접고 삶을 지속할 힘을 얻게 되는 이야기.

이 소년도 학교에서 괴롭힘을 당하고 있었다. 

여성은 소년에게 힘이 되어 주기로 약속하며 그 약속을 지키려면 살아야 한다고 다짐한다. 

이 단편집 안에서 나는 이 이야기가 가장 재미있었다. 

소년과 여성이 한 밤중에 학교 안을 헤매고 다니며 공포에 질린 광경이 상상만 해도 웃음짓게 했다. 


7) '새어나오는 마음'은 아파트 윗집에서 물이 새서 홍수가 난 아랫집 주부가 우연히 윗집의 사연을 접하게 되는 이야기.

윗집에 산다는 대학생은 실존하는 인물이 아니라 어머니라고 자처한 사람이 만든 가상의 인물이라는 것.

어떤 사연 때문인지 알 수 없지만 나름의 사연을 가지고 있을 어머니.


4,5,6 이야기는 모두 학교폭력과 관련되고, 2,3은 남녀간의 사랑과, 7은 가족사와 관련된다.

1은 현대 도시인의 일상공간인 편의점이 주요한 소재다. 

전체적으로 사람사는 일상적 이야기 자체가 미스터리임을 보여주는 단편들이다.

전체적으로 결말이 따뜻하다. 작가의 사람에 대한 따뜻한 시선이 느껴지는 작품들이다.   


<메모>

"결국에는 제자리로 돌아왔다. 

수첩은 새로 살 수 있지만 사람은 그러지 못한다고 말하며, 

새로 쓰는 것도, 낡은 것을 버리고 새것을 사는 것도 불가능하다고 말하며."

(과거가 없는 수첩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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