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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야베 미유키 [구적초], 세 명의 초능력여성의 이야기

즐거운책벌레/소설

by 산삐아노 2019. 1. 22. 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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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적초]라는 제목이 인상적이다. 비둘기 피리꽃.

원래 꽃 이름은 아니고 '구적초'라는 소설 속에 등장하는 이가 지은 이름이다.


"용담과 닮은 연보라빛 꽃이다.

잎이 많고 줄기도 굵으며 전체적으로는 눈에 확 띠지 않는 꽃이다.

잘라서 파는 모습을 본 적이 없으니 완전하 야생화일 것이다. 

벚꽃과 같은 시기에 공원의 잡초사이나 제방의 콘크리트 틈새 등에 느닷없이 꽃을 피운다.

사실 이름조차 확하지 않은 꽃이다. '구적초'라는 것은 꽃 모양이 구적-비둘기 피리(오카리나의 일종)-와 닮아서 다카코가 멋대로 붙이 이름이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다카코가 붙인 이름은 아니었다. 이름을 붙인 이는 따로 있다."('구적초' 중에서)


어쨌거나 이 책 [구적초]는 1995년 일본 광문사에서 출간되었다. 우리나라에서는 북스피어에서 2009년 번역출간했다. 

이 책은 미야베 미유키의 중단편집으로서 세 편의 이야기가 실려 있다. '스러질 때까지', '번제', '구적초'

모두 초능력 여성이 등장한다. 


'스러질 때까지'에는 예지몽을 꾸는 도모코가 나온다. 

20대 여성인 도모코는 할머니와 살았는데 할머니가 갑자기 돌아가시면서 집을 팔기로 하고 집 창고를 살펴보다가 

그곳에서 이상한 비데오 등 테이프 꾸러미를 발견한다.  

알고 보니 그것들은 모두 어린 시절, 도모코가 더는 기억하지 못하는 어린 시절의 자신이 담긴 테이프들이었다.

아버지가 촬영하고 어머니가 말을 거는데, 어린 도모코는 전날 밤 꿈을 꾸고 머리가 아프다며 울먹이면서 꿈얘기를 한다. 

이 꿈얘기는 미래를 예견하는 꿈이다. 

그런데 도모코는 부모님과 놀러갔다 돌아오는 길에 자동차 사고로 부모를 모두 잃고 혼자 살아남는다. 

이때 부터 도모코는 자신의 예지능력을 상실하고 그런 능력을 있었다는 사실조차 모르고 살아왔다. 


'번제'는 3년 후에 출간되는 [크로스 파이어]의 앞선 이야기다. [크로스 파이어]는 두 권으로 구성된 장편소설이다. 

염력방화능력을 가진 아오키 준코가 등장한다. 

'번제'에서는 아오키 준코가 여동생을 잃은 가즈키의 복수를 해주는 이야기다. 

가즈키가 어떻게 아오키 준코를 만나게 되고 그녀의 능력을 알게 되는지, 

어떻게 준코가 그의 복수를 도와주기로 하는지 등의 이야기가 나온다.


'구적초'는 물건에 손을 대면 그 물건을 스친 사람의 마음을 잃을 수 있는 다카코라는 여성이 등장한다. 

아직 신입형사지만 이 능력 덕분에 유능한 역할을 해왔다.

그런데 다카코는 이 능력을 상실한다. 

이야기는 경찰서가 처리해야 하는 여러 사건들, 그리고 그 사건에 대한 다카코의 기여, 그리고 다카코가 능력을 잃어가는 과정을 보여준다. 

짜임새있는 이야기가 흥미진진하다. 

중단편집의 제목으로 선택할 만한 작품이다.  


다음은 '구적초'에 나오는 흥미로운 대목이다. 


"인간의 마음을 오가는 감정은 어떤 경우라도 불순물 하나 없이 순수하지는 않다. 

기쁨에는 그것을 잃을지도 모른다는 불안이

슬픔에는 그것을 만든 원인에 대한 분노가,

모멸에는 우월감이-이런 식으로 비율의 정도야 어쨌든 간에 다양한 감정이 뒤섞여 존재하는 것이 보통이다. 

하지만 세월이 흐르면 감정들은 점차 여과되어 마지막에는 가장 강한 감정, 

이른 바 전체의 '핵이 되는 감정만이 남는다.

그러므로 사람의 마음과 접촉했을 때 맞딱뜨리는 순도 높은 감정은 대부분 오래된 추억에 뿌리를 내리고 있다고 판단해도 된다."

(구적초 중에서)


추억 속에 마음의 핵심이 되는 감정이 남는다는 생각... 그런가...그럴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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