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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야베 미유키 [용은 잠들다], 기억, 마음을 읽는 초능력자들

즐거운책벌레/소설

by 산삐아노 2019. 1. 7. 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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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지난 해 말에 읽었던 [크로스파이어(1998)]는 염력방화능력이라는 초능력이 등장했었다. 

이번에 읽은 책 [용은 잠들다]는 사람의 기억, 마음을 읽거나 사물에 남은 잔상을 읽는 초능력, 텔레파시와 텔레포트 능력을 가진 두 사람의 이야기를 담았다. 

미야베 미유키가 쓴 초능력 관련 소설로는 두 번째 독서다. 

[용은 잠들다]는 1991년 출판예술사에서 출간되었고 우리나라에서는 2006년 랜덤하우스에서 번역출간되었다. 


2. 이야기를 끌고 가는 화자는 나, 즉  잡지 <애로> 편집부 기자인  고사카 쇼고다.

폭풍우가 몰아치던 날 길에서 우연히 초능력 소년 신지를 만나게 되고, 

맨홀 뚜껑을 열어 고의는 아니지만 어린 아이를 죽게 한 사건의 진상을 알게 된다. 

초능력을 믿지 않는 고사카는 신지가 초능력소년이라는 것을 믿지 못하는 중에 또 다른 초능력 소년 나오야를 알게 된다. 

그런데 전 애인이자 기혼자인 사에코가 납치되는 사건이 벌어지고, 나오야는 사에코의 살해를 막기 위해 애쓰다 부상당하고 

결국 모든 에너지를 소진하고 죽음을 맞는다.

 소설은 고사카가 초능력자의 존재를 만나고, 그 존재를 인정하고 그 존재를 회고하는 식으로 쓰여 있다. 


개인적으로 스토리는 그리 흥미롭지는 않았다. 

폭풍우치는 날 어린 아이의 사고사, 남편과 그의 애인에 의한 아내의 납치사건 등이 그다지 공감이 덜 갔다고나 할까.

다만 초능력자가 존재한다면 이들은 어떤 능력을 발휘할 수 있고 또 어떤 고통을 겪게 될지에 대한 작가의 상상력이 흥미롭기는 하다. 

미야베 미유키의 소설은 인간, 인간의 마음에 대한 탐구가 돋보이는데 초능력자라는 존재하지 않는 사람에 대한 상상력까지 더했다.  


3. 그런데 제목 '용은 잠들다'를 잘 번역한 제목일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따금 이런 생각을 합니다... 어쩌면 우리는 정말로 자기 자신 안에 용을 한 마리 키우고 있는 건지도 모른다고요. 

상상도 할 수 없는 능력을 갖춘, 신비한 모습의 용을 말이죠.

그 용은 잠들어 있거나 깨어 있거나 함부로 움직이고 있거나 병들어 있거나 하죠."

(무라다 가오루의 말, 제 5장 어둠 속에서 중에서)


무라다는 신지와 같은 소년은 용을 깨워버린 인간이라고 생각한다. 

소설 속 신지는 용을 깨운 이후 내내 용을 조종하기 위해 애를 쓰는 모습으로 등장한다.


"우리는 각자 몸 안에 용을 한 마리씩 키우고 있다. 

어마어마한 힘을 숨긴, 불가사의한 모습의 잠자는 용을, 그리고 한 번 그 용이 깨어나면 할 수 있는 것은 기도하는 일밖에 없다.

부디, 부디 올바르게 살아갈 수 있게 되기를, 무서운 재앙이 내리는 일이 없기를-.

내 안에 있는 용이 부디 나를 지켜주기를-.

오로기 그것만을."

(제 6장 사건의 전말 중에서)


 용은 잠재력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인다. 

초능력자들은 그 잠재력이 특별한 이다.

그렇다면 '龍は眠る'은 '용은 잠들다'가 아니라 '용이 잠들어 있다'가 내용과 부합하는 번역이 아닐까 싶지만...


4. [크로스파이어], [용은 잠들다]에 이어 또 다른 초능력자에 대한 소설 [마술은 속삭인다]를 읽어볼 생각이다.

읽다 보니 시간상 거꾸로 거슬러간다. 

[크로스파이어]는 1998년, [용은 잠들다]는 1991년, [마술은 속삭인다]가 1989년 작품이니 말이다.


5. 메모.

"게다가 범인은 재즈 마니아였다. 

재즈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들으면 화가 날 일이지만 범행을 저지를 때는 언제나 아트 블레키의 모닝을 백 뮤직으로 들었다고 한다."

(제3장 과거로의 여행 중에서)


아트 블레키(Art Blakey)의 모닌(Moanin')을 한 번 들어봐야겠다. 

그리고 요즘 음악을 배경으로 두고 일상을 꾸리는 중인데... 

범죄에도 배경음악을 까는 범죄자라는 아이디어가 흥미롭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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