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삐아노의 꿈놀이터 :: 미야베 미유키 [홀로 남겨져], 음악과 더불어 상상하는 단편 소설들

시간의 여유가 생기니 다시 미야베 미유키 소설로 눈이 간다. 

이번에는 그동안 메모해두었던 목록 가운데 미야베 미유키의 [홀로 남겨져(북스피어, 2011)]를 빌렸다. 

이 소설은 1992년에 일본 문에춘추에서 출간된 책으로 한국에서의 번역출간은 좀 늦은 셈이다. 

미야베 미유키의 초기작으로 단편들의 묶음집이다.

모두 7편의 단편이 실려 있다. 

1 홀로 남겨져, 2 구원의 저수지, 3 내가 죽은 후에, 4 그곳에 있던 남자, 5 속삭이다, 6 언제나 둘이서, 7 오직 한 사람만이 


'홀로 남겨져'는 내가 지금껏 한 번도 생각해 보지 못한 상상이 담겨져 있어 독서가 즐거웠다. 

자신의 마음의 잔상이 유령처럼 분리되어 남아 있다는 상상, 

이때 마음은 분노와 증오를 동반한 복수심인데 이 마음이 동일한 마음을 지난 사람에게 전해진다는 상상. 


'구원의 저수지'는 미야베 미유키의 소설에 자주 등장하는 모티브다. 

은밀한 마을로 희생자를 품고 있는 공포스러운 마을. 

누군가를 희생시켜서 유지시키는 마을에 대한 생각은 반복적으로 소설 속에 등장한다. 

여기서도 장인적 기술의 대물림을 위해 인구를 유지시키려고 사고를 일으키고 심리적 감금을 야기한다는 설정. 

제목에서 '구원'은 바로 이 마을을 구원한다는 의미로 보인다. 

아무튼 이런 이야기는 정말 공포스럽다.


'내가 죽은 후에'는 나로 인해 죽은 사람이 내 곁에 머물러 있다는 오싹한 상상이 담겨 있다.


'그곳에 있던 남자'는 파킨슨병을 소재로 쓴 것인데, 이 단편은 다른 단편에 비해 상대적으로 별로다. 


'속삭이다'는 내 귀에 속삭이는 듯한 욕망의 목소리를 다룬 것이다.

그릇된 욕망도 해소하면 마음은 편안하다는 것. 


'언제나 둘이서'는 사랑의 집착을 이야기한다. 한 몸에 두 영혼의 상상.  


'오직 한 사람만이' 역시 사랑과 관련한 이야기인데, 그 구조가 시간적으로 복잡하다. 

현재는 과거로 인해 변화되었는데 그 과거를 인식하는 순간 현재가 바뀐다. 

변화의 힘은 내 마음이다. 미래의 마음이 현재를 바꾼다는 상상, 황당하지만 재미나다. 


책이 제목으로 선택했을 정도로 이 소설 속에서 가장 흥미로운 단편은 단연 '홀로 남겨져'이다.

그리고 가장 공포스러운 단편은 '구원의 저수지'. 


장편에 비해서 단편은 그 길이가 짧아 담을 이야기가 적어서 상대적으로 덜 재미있기도 하지만

'홀로 남겨져'처럼 압축적으로 지어낸 단편은 그 길이와 무관하게 그 흥미로움에 있어 부족함은 없다. 

압축성, 그것이 단편의 매력이기도 하다. 


그런데 도서관에서 이 책을 기계로 빌리는데 딸림 자료가 있다고 해서 조금 의아했다. 

소설에 딸림 자료라니... 사서에게 문의하니 CD를 건넨다. 

처음에는 혹시 일본어로 단편의 일부를 읽은 부분이 수록되어 있을까?

아니면 각 단편과 관련된 곡들이 수록되어 있나?

하는 질문들이 떠올랐다. 

그런데 모두 5곡. 런닝타임이 20분 53초. 

1 Dreams(보컬 박기영) 2 오직 한 사람만이 3 구원의 저수지 4 홀로 남겨져 (보컬 강고은)5 홀로 남겨져 (피아노 버전)

내 생각과는 달랐지만 싱어송라이터인 박기영과 퓨전 국악 작곡가인 김백찬이 소설을 읽고 영감을 바탕으로 작곡한 곡들이 수록되었다고 한다. 

음악가들이 소설을 읽고 난 후 받은 영감으로 작곡한 곡들이라니 흥미롭긴 하다. 

출판 기념회 북콘서트에서도 음악공연까지 함께 있었다고 하니 북콘서트가 더욱 풍성했을 것 같다. 

우리나라에서 소설 OST는 최초였다고. 


작곡가들도 '홀로 남겨져', '구원의 저수지'가 인상적이었나 보다. 

'홀로 남겨져'라는 곡은 쓸쓸한 느낌이 들지만 내가 이 소설을 읽고 느꼈던 긴장감과 공포스러움의 감정이 잘 담긴 것 같지는 않다. 


어쨌거나 음악과 소설을 한 묶음으로 경험할 수 있어 나쁘지 않았고 신선한 경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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