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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야베 미유키 [삼귀] 미시마야 변조괴담 시리즈4

즐거운책벌레/소설

by 산삐아노 2018. 12. 5. 1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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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시마야 변조괴담 시리즈가 번역되었다는 것을 알고 바로 읽어보고 싶었지만 

미야베 미유키가 인기 있는 소설가라 도서관에서 내 차례까지 오기에는 제법 시간이 걸렸다. 


1. 미시마야 변조괴담 시리즈 [흑백][안주][피리술사]에 이어 이번 [삼귀]는 네 번째 권.

원래 미시마야 변조괴담 시리즈는 "三島屋変調百物語シリーズ"다. 

즉 '百物語'에 주목해 본다면 '백가지 이야기'라는 셈인데, 미야베 미유키가 정말로 100가지 괴담을 풀어놓을려나...

편집자 후기를 보면 미야베 미유키가 [흑백]을 쓰고 난 후 삶이 허용하는 한에서 100화를 쓰겠다고 했다고 한다.

[안주] 발간 당시에는 조금 생각을 바꾸어100화를 쓰면 괴이한 일이 일어날 수도 있기에 99화까지 쓰겠다고 했다고. 100화는 독자에게 맡긴다면서.

아무튼 저자는 

괴담을 풀어놓고 괴담을 듣는 역할을 담당한 10대 후반의 소녀 오치카가 점차 성장하고 나이를 먹어가는 인생의 여정을 담는 긴 시리즈를 예고했다. 

2. 이번 4권에서는 '미망의 여관', '식객 히다루가미', '삼귀', '오쿠라 님' 4가지 이야기를 담았다. 

(앞선 시리즈에 대해서는 앞서 썼던 글들을 참고하시길)

첫번째 이야기 '미망의 여관'은 가까운 사람,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낸 사람들의 상실감, 아픔을 담은 것이다.

떠나보낼 수밖에 없었지만 데려올 수만 있다면 데려오고 싶은 살아남은 자의 욕망을 그렸다. 

이 욕망은 이해는 되지만 실현되어서는 안 되는 욕망이기도 하다. 아니 실현될 수 없는 욕망이다.

이야기 속의 화가는 그림을 통해서 죽은 사람들을 살려놓는, 아니 살려놓은 듯한 환상을 만들어낸다. 

소외와 고독 속에서 죽은 자의 집이 화가의 주도로 마을 사람들이 협력해 망자의 여관이 된다. 

죽은 자가 돌아올 때마다 산 자가 식물인간이 되어버리는 이야기. 

"조금 투명하고, 공중에 떠 있고, 거의 대화도 할 수 없지만 원래 그 사람의 모습으로 별채에 나타난 존재는, 

이와이 세키조의 지시하에 마을 사람들이 혼을 담아 그린 그림이 생기를 얻어 생겨난 환상에 지나지 않았다-."


두번째 이야기 '식개 히다루가미'는 이번 책에서 제일 재미나게 읽었다. 

후사고로는 '나나카 산길'에서 히다루가미를 업고 돌아왔는데, 덕분에 배고픔에 시달리게 된다. 

히다루가미를 충족시킬 만큼 먹으면 배고픔의 고통은 사라진다. 

그런데 이 히다루가미 덕분에 후사고로는 도시락집으로 성공한다. 


무엇보다 재미난 것은 도시락 사업에 성공할수록 히다루가미가 살이 쪄 집도 망가지고 그 집에 사는 사람들도 병이 들어서 

결국 히다루가미를 다이어트 시킬 수밖에 없다는 설정이다.  

유머가 있는 대목이다.


메모. 히다루가미: 걸어가는 사람에게 들러붙는다는 신. 고개나 묘지 등을 걸을 대 갑자기 기운이 빠져 나가는 기분이 든다. 이키아이가미라고도 함.

"히다루가미는 '악귀'라고도 부른다. 산길이나 들길에서 쓰러져 죽은 사람의 영혼이며 요괴이다. 

이것에 씌면 갑자기 심한 공복을 느끼고 자리에서 움직일 수 없게 되고 만다."


세번째 이야기 '삼귀'는 비극적인 이야기다. 폐쇄적이고 식량이 부족한 공동체에서 공동체를 살리기 위해 약자를 희생시키는 이야기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곳에서 노인들을 내다 버리는 이야기는 적지 않다. 특히 일본에서도.

이 이야기 속에는 폐쇄적이고 식량생산이 어려운 산골 마을에서 병이 깊은 사람, 부상이 심한 사람, 식량을 축내는 사람 등의 목숨을 끊어 마을을 지켜나가는 처참한 이야기가 나온다. 결국 이런 비극적인 상황이 '오니'를 만들어내었다는 설정. 

이제 사람들이 약자를 죽이지 않아도 '오니'가 와서 목숨을 거둬가는 상황에 이른다.

정말로 무서운 이야기는 이런 이야기가 아닌가 싶다.


네번째 이야기 '오쿠라님'에서는 생령이 등장한다. 오우메의 생령이 오치카에서 이야기를 하러 흑백의 방에 나타난다. 마치 꿈을 꾼 것처럼.

그런데 꿈이 아니고 생령의 방문을 받은 것이다. 

오우메가 들려준 '향 가게'집안 이야기는 무시무시하다. 딸을 오쿠라님으로 바쳐야 하는 집안. 

오우메의 둘째 언니 오키쿠가 오쿠라님이 된다. 그때부터 국화향을 바친다.

딸을 희생시켜 보호를 받는 집안이라니...


"비센야가 자신을 키워 준 은혜는 있다. 원망과 괴로움만 있는 것은 아니다. 

그래도 쌓이고 쌓인 울분과 슬픔은 소녀가 죽은 후에도 하나의 의지가 되어 세상에 머물렀다. 

좋아, 지금부터는 비센야를 수호해 주마. 

대신 소중하고 아름다운 딸의 영혼을 가져가 주지. 받은 은혜에는 수호를, 너희가 던진 모멸에는 불행을 되돌려주마."


아무튼 이 이야기부터는 새로운 인물들이 등장한다. 오치카가 머무는 주머니 가게인 숙부네의 둘째 아들 도미지로와 책을 팔러다니는 간이치.

그리고 오치카가 연모했던 아오노 리이치로는 고향으로 떠난다. 이야기의 상황이 바뀌는 대목. 

앞으로 도미지로와 간이치의 본격 출연을 예고하는 대목으로 봐도 될 듯. 


3. "사람은 이야기한다. 즐거운 일도 힘든 일도, 옳은 일도 잘못도. 

이야기하고 다른 사람에게 들려준 일은, 한 사람 한 사람의 덧없는 목숨을 넘어 이 세상에 남는다."


죽음 이후에도 이야기가 남는다는 것. 그 이야기는 그 이야기를 들려준 사람, 그 이야기 속의 사람, 그 사람들의 마음이 남는다는 뜻이겠지.


4. "에도의 요리집은 손님이 재료를 조달해서 음식 종류를 정하는 곳도 있고, 

데리고 있는 요리사의 실력이 자랑거리라면 가게 쪽에서 음식의 선정부터 재료까지 전부 담당하는 곳도 있다."

재료를 가지고 가서 요리를 해주는 요리집이라...

요즘 음식점이라면 당연히 몸만 가서 돈을 지불하고 먹는 곳인데... 

일본 에도 시대에는 재료를 준비해가서 요리를 부탁하는 요리집이 있었구나, 생각하니 무척 신기했다. 

재료부터 모든 것을 책임지는 요리집은 요리사의 실력이 좋아야 한다는 전제가 있는 것으로봐도

오늘날 우리나라 식당은 실력이 없으면서도 식당을 차리는 곳이 수없이 많으니 그토록 많은 음식점이 망하는 것이 아닐까 싶은 마음이 든다. 

 

5. 미야베 미유키는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는 경우는 전혀 없어서 즐겁게 써나가고 있다고 한다. 

즐겁게 써나가고 있기에 아이디어가 계속 생겨나는 것은 아닌지... 

글쓰는 사람이라면 그 글을 쓰는 일이 미야베 미유키처럼 즐거운 일이 되어야 그 글을 읽는 사람에게도 즐거움을 안겨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내가 글쓰는 사람이라면 미야베 미유키 같은 작가이고 싶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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