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노라면...
여행은 잊은 것들을 되살려 놓는다.
제주 함덕 해수욕장에서 제주 하르방을 만났다.
작은 다리의 장식품으로 다리 끝에 매달려 있는 하르방.
하르방은 식상할 정도로 제주 곳곳에서 만날 수 있었다.
하르방은 '할아버지'를 뜻하는 제주 방언이긴 하지만 찾아보니 '남신'의 의미도 있다고 한다.
네가 하르방의 존재를 처음 알게 된 것은 부모님들이 제주 여행을 다녀오시면서 사온 기념품을 통해서였다.
손가락 두 마디쯤 되는 크기의 하르방 열쇠고리.
아직도 이 열쇠고리는 내 작은 서랍 속에서 잠자고 있다.
사용하지도 않으면서 이 열쇠고리를 가지고 있는 것은 돌아가신 부모님에 대한 기억 때문이지도 모르겠다.
어머니에게는 이 열쇠고리를 구매한 제주여행이 평생의 처음이자 마지막인 제주여행이었고, 해외여행이었다.
단화를 신고 한라산을 오르느라 무척 고생했다는 어머니의 말씀이 떠오른다.
산을 수시로 다니며 즐겼던 아버지는 왜 어머니에게 등산화를 사주지 않았던 걸까?
당신은 등산화를 신으셨으면서.
평소 외출도 잘 하지 않던 어머니가 한라산을 단화를 신고 오르는 것은 굉장히 힘든 일이었을 것이다.
벌써 오랜 전의 일이고 두 분 다 고인이 되신 지금, 아버지의 무심함에 좀 화가 난다.
우리 집에는 열쇠고리 하르방 외에 돌 장식 하르방이 둘 더 있다.
현무암으로 만든 이 돌 하르방은 베란다 화분들 곁에 놓아두었는데, 귀엽다.
내게 이 하르방을 건넨 친구의 말에 의하면, 제주 여행에서 돌아온 사람들이 선물로 가져다 준 것들이란다.
오래된 하르방이라고...
그동안 집에 있으면서도 잊힌 하르방들이 제주여행 덕분에 다시 되살아났다.
부모님이 올랐던 한라산을 오르고 싶었지만 여러 이유에서 이번에도 오르지 못했다.
언젠가 한라산을 오를 기회가 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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