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삐아노의 꿈놀이터 :: 미야베 미유키의 [가상가족놀이]

미야베 미유키 소설 읽기를 중단한지도 제법 되었다. 

김영하의 [살인자의 기억법]을 읽은 후 다시 재미난 소설책이 읽고 싶다는 생각에 미야베 미유키의 소설책을 다시 찾았다.

[가상가족놀이]라는 제목에 이끌려서 이 책을 집었다. 

이 책은 북로드 출판사에서 2017년에 출간했지만 일본에서는 2001년에 출간된 책이다.

그러고 보면 제법 오래 전의 책이다. 


제목으로 비추어보면, 인터넷 상, 즉 가상 공간 속에서만의 가족과 관련되는 이야기임을 짐작할 수 있다.

제목도 흥미롭지만 소재도 흥미롭다. 

소설 속에서 살해된 도코로다 료스케라는 중년 남자는 아내와 딸이 하나 있다. 

그런데 그는 인터넷 상에서 아버지의 역할을 하며, 가상공간의 아내와 딸, 아들이 있다. 

실제 가족과는 대화도 거의 없지만, 가상공간 속 가정에서는 참으로 다정다감한 소통을 이룬다.


도코로다 료스케는 과연 누가 죽인 것일까?

사실 소설을 조금만 읽어보아도 도코로다 료스케의 살해범을 쉽게 추측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이 소설은 범인에 대한 궁금증에서 계속 읽게 되는 책은 아니다.


오히려 제목이 말해주듯이, 작가는 추리형식을 빌어서,

현실 가족에서 충족되지 못하는 외로운 마음을 가상 가족을 통해 조금이나마 위로를 받고자 하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

가상가족들에게는 그토록 상냥한 사람들이 실제 가족에게는 그리 대하지 못하고 서로 상처를 주는 이야기를 해보려했나 보다.


그러나 이 이야기는 그리 새로울 것도 없는 이야기라서...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이 소설은 생각보다 재미가 없다. 


무엇보다 살해된 아버지라는 인물이 도대체 이해가 되질 않는다. 

남성작가가 그리는 여성처럼, 여성작가가 그리는 남성이라서 인물이 현실적이지 못하다는 느낌을 주는 걸까?

그리고 아버지가 가상가족에 애정을 쏟는 것에 화가 날 수는 있지만 그 분노가 아버지를 잔혹하게 살해할 만한 동기가 되는 걸까?

너무 억지스러운 이야기라고 해야 하나?


아무튼 개인적으로 이 소설은 잘 쓴 소설로 보이진 않는다. 

미야베 미유키가 만들어내는 인물에 대한 기대가 충족되지 못해서 실망스럽다. 


그건 그렇고, 가상 공간 속의 인간관계는 얄팍한 것이긴 하지만 그 나름대로 현실에서 불가능한 위로를 얻을 수 있다. 

이 사실은 나의 개인적 경험에 비추어봐도 그렇다. 


가즈미는 말했다. 인터넷 속의 가족놀이는 즐거웠다고. 그곳에서만 얻을 수 있는 것이 있었다고 소중했다고.

어머니도 말했다. 그곳에는 고독한 인생을 위로해주는 상대가 있었다고.

미노루가 삐딱하게 굴면서도 가상가족에게서 눈을 뗄 수 없었던 것도 '말'이 통하는 아버지도 좀 있었으면 했다'라는 소소한 꿈을 

그곳에서라면 불완전한 형태로나마 이룰 수 있었기 때문이리라. 

(  본문 중에서)


그럼에도 가상공간의 인간관계가 현실 속 인간관계로 이어지진 않는다. 아니 이어져서는 안 된다.

가상의 관계는 가상세계 속의 것이니 말이다.


저자가 소설 속에서 이야기하듯, 

딸 가즈미도 인터넷 속에서 누군가로부터 위로와 이해를 받았더라면 분노를 극단적으로 표출하지 않을 수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은 옳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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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 로샤씨 2018.04.10 14:13 신고 답글 | 수정/삭제 | ADDR

    옹.. 소설 컨셉은 되게 흥미롭네요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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