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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니 빌뇌브 감독의 [블레이드 러너 2049],

볼영화는많다/상상의힘

by 산삐아노 2017. 12. 31.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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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가을 [블레이드 러너 2049]가 개봉했을 때, 꼭 보고 싶었던 영화였다. 

그런데 어쩌다 보니 영화를 놓쳤다. 

아쉬운 마음이 컸는데, 이번에 시간도 있고 해서 인터넷으로 이 영화를 보기로 했다.


[블레이드 러너 2049]는 [블레이드 러너]의 후속작이다. 

[블레이드 러너 blade runner]도 극장에서 보지는 못했고 비데오로 본 기억이 난다. 

아마도 90년대 후반이었던 것 같은데... 정확히 모르겠다. 

내가 본 것이 흥행에 참패했고 리들리 스콧 감독도 불만족한 1982년도 미국 극장판 [블레이드 러너]였는지,

아니면 감독이 수정해서 흥행에 성공한 1992년도판이었는지 모르겠다. 기억이 가물가물.

이후 지금으로부터 10년 전, 2007년에 감독이 다시 한 번 스스로를 만족시킬 [블레이드 러너 파이널 컷]을 만들었다고 하는데, 

그것은 확실히 보지 못했다. 언젠가 기회를 만들어 봐야겠다. 


어쨌거나 [블레이드 러너 2049]의 스토리를 이해하기 위해 [블레이드 러너]의 스토리를 이해해 두는 것은 필요하다.

[블레이드 러너]라는 제목은 버로스의 단편소설에서 빌렸고, 

원작은 필립 K. 딕의 [안드로이드는 전기양의 꿈을 꾸는가?]의 소설이다. 

하지만 영화는 리들리 스콧의 사색이 지대한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본다. 


[블레이드 러너 2049]는 2049년 LA가 배경인데, [블레이드 러너]는 2019년  LA가 배경이다. 

21세기 초 타이렐사가 리플리컨트라는 복제인간을 만든다.  

인구증가, 지구환경의 파괴 때문에 인간이 다른 행성으로 이주하는 과정에서 리플리컨트를 이용한다. 

이 리플리컨트는 수명이 4년다. 

그런데 식민행성을 탈출해 지구로 온 전투용 로이, 암살용 조라, 군위안부용 프리스가 자신의 수명을 연장하려 한다.

리플리컨트을 폐기처분하기 위해 사냥하는 블레이드 러너 뤽 데커드는 인간을 죽이고 도망친 리플리컨트를 죽이라는 임무를 받는다.

타이렐사를 방문한 뤽 데커드는 타이렐 박사를 만나고, 그가 조카를 이식해 만든 리플리컨트인 레이첼을 만나 사랑에 빠진다.

로이는 타일렉 박사를 찾아내 수명을 연장하려 하지만 불가능하다는 이야기에 그를 죽인다.  


릭과 레이첼이 차를 타고 도로를 달리는 해피엔딩으로 끝나는, 처음 4시간짜리 편집본을 재편집해 2시간이 좀 못 되는 분량으로 줄여 상영한다.  

92년 편집본에서는 앞선 편집본과 달리 엘리베이트문이 닫히는 것으로 끝난다고 한다.

(그런데 내가 본 [블레이드 러너]의 마지막 장면이 기억나질 않는다. ㅠㅠ)

이 편집본은 82년 극장판에서 빠진, 릭이 유니콘 꿈을 꾸는 부분을 첨가함으로써 릭이 리플리컨트일 수 있음을 암시했다. 

동공의 움직임을 관찰해서 리플리컨트인지 아닌지를 판별해서 죽이는 릭 데커드는 정작 자신이 리플리컨트인지 아닌지는 알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 대목이 관객의 궁금증을 자아냈다.

[블레이드 러너 2049]에서는 블레이드 러너 k가 주인공이다. 

이름이 없는, 신모델 리플리컨트인 블레이드 러너 k. ('k'라고 하니까 카프카의 소설의 주인공 k가 떠오른다.)

아무튼 자기 정체성이 없다는 의미로 이름이 없는 것이겠지만, 이상하게도 k는 어린 시절 기억이 있다. 

이 기억에 대한 진실은 나중에 밝혀진다. 

k가 리플리컨트를 사살하는 과정에서 30년 전 죽은 여자 리플리컨트의 유골을 발견하는데, 

그 유골을 통해서 이 리플리컨트가 임신, 출산한 적이 있음을 알게 된다. 

경찰은 사회 혼란을 막기 위해 리플리컨트의 출산 사실을 숨기려 하지만, 

망한 타이렌사를 접수해 리플리컨트를 개량해온 월레스는 더욱 완전한 리플리컨트를 만들기 위해 생식을 통해 태어난 리플리컨트를 쫓는다. 

k는 리플리컨트의 진실을 파헤쳐나가면서 자신의 정체성에 혼란을 느끼게 된다. 

어쩌면 자신이 생식을 통해 태어난 리플리컨트일지 모른다는 생각을 하며 아버지일지도 모르는 릭 데커드를 만나게 된다. 

하지만 k는 다른 리플리컨트들, 인간보다 우월한 리플리컨트의 세상을 꿈꾸는 무리들을 통해 자신이 릭 데커드의 아이가 아님을, 

자신의 기억에 대한 진실을 알게 된다.

자신을 희생해 릭 데커드를 구해 릭 데커드와 레이첼 사이의 아이를 만날 수 있도록 도와주고 k는 죽음을 맞는다. 

눈이 내리는 것을 바라보며 계단에 쓰러져 죽어가는 k의 모습이 쓸쓸하기만 하다.

어쩌면 인간도, 인간을 통해 만들어졌지만 죽음을 맞는 생명체인 리플리컨트도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을 이야기하는 것일까?

남의 기억을 자신의 것으로 가졌던 k는 그 기억이 자신의 것이기를, 

자신이 부모로부터 태어난 존재이기를, 

도구가 아니라 이름이 있는 존재이기를,

누군가로부터 이름이 불리고 누군가를 사랑하는, 소중한 기억이 있는

보다 자연스러운 생명체이기를 소망했는지도 모른다. 

그의 이루어질 수 없는 소망은 그 소망을 이룰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으로 끝난다.


영화는 전체적으로 사색적이고 소란스럽지 않다. 

인구의 이름없는 도구가 아니라 자신의 정체성을 조금씩 찾아가려는 욕망이 싹트면서 쓸쓸해지는  k.


물질적인 몸이 없는 도구적 존재로 등장하는 또 다른 존재 '조이', k를 사랑한다고, k에게 '조'라는 이름을 붙여주는 '조이',

정말로 감정을 주고 받는 듯한 느낌을 주지만, 어쩌면 그것조차 프로그래밍된 것이라는 것을 발견할 때의 쓸쓸함.

자신의 '조이'가 사라지고 '조이' 상품을 홍보하는 광고판을 바라보는 k, 

관객의 입장에서 k의 쓸쓸함이 전해져 온다. 


영화는 기대한 것 이상으로 흥미롭고 사색적이다. 

영화가 끝나고 생각할 거리를 안겨주는 흔치 않은 SF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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