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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야베 미유키의 [얼간이], '얼간이' 시리즈 첫번째 권

즐거운책벌레/소설

by 산삐아노 2017. 11. 22. 1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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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미야베 미유키의 '얼간이(ぼんくら)' 시리즈의 첫번째 권을 마침내 읽었다. 

결국 이 시리즈는 거꾸로 읽어나간 셈이 되었다. 

이 시리즈는 [얼간이(2000)], [하루살이(2004)] 상하, [진상(2011)]상하로 이루어져 있는데, 

나는 진상부터 시작해서 하루살이를 거쳐 얼간이에 이른 것이다. 

처음부터 보지 않았지만 그래도 꼭 나쁘지는 않다. 

그래도 이 시리즈 독서를 시작하려는 사람이 있다면 순서대로 읽으라고 권하고 싶다. 


2.이 '얼간이' 시리즈는 얼간이 하급관리인 이즈쓰 헤이시로와 그의 처조카인 유미노스케, 

오캇피키 마사고로와 그의 양자인 산타로(짱구), 이즈쓰 헤이시로의 주겐이 고헤이지가 힘을 합쳐서 사건을 풀어가는 미스터리물이다.


만사 귀찮아하는 이즈쓰 헤이시로와 영민한 추리력을 뽐내는 어린 미소년 유미노스케의 조합은

참으로 매력적인 해결사 파트너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제 이 시리즈 물을 모두 읽고 나니, 이즈쓰 헤이시로와 유미노스케가 다음 이야기가 궁금해진다. 


3. 2000년대 이후에 등장한 이 시리즈물은 앞서 등장한 해결사 오캇피키 대장인 모시치라는 인물의 바통을 헤이시로가 이어받았음을 알 수 있다. 

[얼간이]에 모시치가 등장한다. 헤이시로가 그에게 도움을 구하는데, 그 계기로 그가 부리는 오캇피키인 마사고로와 인연을 맺는다. 

지금 나는 [맏물이야기]라는 모시치가 사건을 풀어나가는 이야기를 읽고 있다. 

모시치가 등장하는 미스터리물은 90년대 작품들이다. [혼조후카가와의 기이한 이야기(1991)], [맏물이야기(1995)]


4. [얼간이]를 통해서 우리는 미나토 상회에서 뎃핀 나가야의 세입자를 쫓아내려는 음모의 전말을 보게 된다. 

책의 구성은 시리즈의 다른 책과 마찬가지로 단편을 묶은 장편이다. 

'괴한', '노름꾼', '통근하는 지배인', '논다니', '절하는 남자', '긴그림자', '유령'으로 이루어져 있다.

마지막 '유령'에 등장하는 아오이로 추정되는 여인을 보면서 

시리즈 다음 권인 [하루살이]에서 바로 이 아오이, 미나토상회의 주인인 소에몬의 조카이자 첩이 중요한 인물이 될 것임을 알 수 있다. 

[하루살이]에서는 아오이 살인사건을 풀어나간다. 


5. 이번 [얼간이] 속에도 재미난 이야기들이 많다. 

'절하는 남자' 편을 보면 항아리 신앙이라는 것이 나오는데 웃기다.


"콩 부부 이야기로는, 하치스케가 흥분해서 이야기한 내용에 따르면, 

항아리에 사실을 가둔 다음을 그것들을 이 세상에서 깨끗하게 없애 주십시오, 하고 비는 것이 그 신앙의 핵심이라고 한다

사심을 가두려면 마음속에 있는 비뚤어진 소망을 종이에 써서 항아리 속에 넣어 두면 된다. 

그리고 열흘간 정해진 주문을 외며 열심히 항아리에 절을 하면, 참 신기하기도 하지, 항아리 속에 흰 종이만 남고 애초에 적었던 글자는 깨끗이 사라진다. 

이것을 사심이 사라졌다고 본다는 것이다."


'긴그림자' 편에 나오는 헤이시로의 재미난 생각.


"죽은 자는 자기가 죽은 것을 어떻게 깨달을까-문득 그런 생각을 했다.

죽은자가 해코지를 하거나 귀신이 되는 것은 사후에도 강한 감정이 남아 있기 때문이리라.

그러나 그 이전에 자신이 죽었음을 어떻게 아는 것일까? 누가 고해주나? 염라대왕이? 지옥의 옥리가? 

하지만 사라밍 죽을 때마다 일일이 그렇게 고해줘야 한다면, 죽는 사람이 허다한 만큼 저승 담당자들은 눈코 뜰 새도 없지 않겠는가.

역시 자기의 죽음을 슬퍼하고 한탄하는 산 자들의 얼굴을 그늘에서 쳐다보며 깨닫는 걸까?

그렇다면 슬퍼해 주는 사람이 없는 사람은 자기가 죽었다는 사실을 좀처럼 깨닫지 못하는 건 아닐까?"


6. 벌써 미야베 미유키의 에도시대소설 가운데 내가 읽지 못한 책이 얼마남지 않았다는 생각이 든다. 

지금 현재 책상 위에는 [맏물이야기], [괴수전], [피리술사], [안주]가 있을 뿐이다. 

미야베 미유키의 에도시대 소설 가운데 번역되지 않은 것들도 있다. 

얼른 번역해주길 바라는 마음이다. 

이제 한글로 번역된 미야베 미유키의 에도시대소설을 모두 읽어 버리면 무얼 읽어야 할까? 하는 황당스러운 생각이 떠올랐다. 

아직 그래도 몇 권 남았으니... 기운을 내보자. 

또 다른 재미난 것들을 찾을 수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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