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웹마스터도구 산삐아노의 꿈놀이터 :: 미야베 미유키의 [흔들리는 바위], 귀신들린 사람의 어린이살해


1. [흔들리는 바위(ふるえるいる, 1993)]는 미야베 미유키의 초기 시리즈물에 속한다.

93년 [흔들리는 바위]는 가미카쿠시에 대한 이야기를, 97년 [미인]은 시비토쓰키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가미카쿠시'는 사람이 갑자기 사라짐을 뜻하고,'시비토쓰키'는 사람의 시체에 나쁜 령이 깃듬을 뜻한다. 

([미인]에 대해서는 앞서 블로깅 했으니 참고하시길.)


2. 이 두 권의 시리즈물에서는 '오하쓰'라는 십대 소녀가 신비한 사건을 푸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흔들리는 바위의 부제로 '영험한 오하쓰의 사건기록부'라고 표지에 쓰여 있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듯이,

오하쓰는 남들이 보지 못하고 듣지 못하는 것을 보고 듣는 능력을 가졌다. 

"오하쓰에게는 사람에게 보이지 않는 것이 보이고 들리지 않는 것이 들린다. 마치 세 번째 눈, 세 번째 귀가 있는 것처럼, 

이따금 그녀가 꿈에서 본 일이 얼마 안 있어 현실이 될 때도 있다. 

사람의 마음을 읽고, 생각하는 것을 알아 맞힐 때도 있다. 

옛날에 일어난 사건을 마치 지금 눈앞에서 보는 것처럼 세세한 데까지 설명할 때도 있다."('사령' 중에서)


"아까 우쿄노스케에게 한 말은 거짓이 아니지만 무언가가 '보이기' 전에는 늘 하나같이 이상하게 가슴의 고동이 느껴진다. 

아니면 오늘 아침에 마루야 앞을 지나쳤을 때처럼 머리가 아프다고 느낄 때가 많다."('기름통' 중에서)


또 오하쓰를 돕는 사람으로 우교노스케라는 한 살 위의 십대 소년이 등장한다.

이 소년은 산학에 관심이 많고 재능도 있다. 오하쓰와는 성격도 능력도 정반대다. 

사건 자체가 신비한 것이다 보니 사건 해결에는 오하쓰가 주된 역할을 하지만, 오쿄노스케의 보조역할도 무시하기는 어렵다.


오하쓰라는 비범한 능력을 가진 평민소녀가 사건을 푸는 데 참여하게 되는 데는

노부교의 신비한 일에 대한 관심 때문이다. 이 관심사는 신비한 사건에 대한 기록인 [미미부쿠로]라는 책을 탄생시킨다.

이 [미미부쿠로]라는 책은 1798년부터 1815년까지, 즉 에도 후기에 행정부교를 지낸 네기시 야스모리가 쓴 10권의 책이다. 

이 책에는 1000편의 신기하고 괴이한 이야기가 담겨져 있다. 

'미미부쿠로(耳袋)'는 귀로 들은 이야기'를 의미한다. 

실존하는 책 [미미부쿠로]의 저자를 소설 속에 등장시킨 것이다.


3. 이 책에서의 주요 사건은 어린 아이들의 살해사건이다.

그런데 이 살인사건은 시비토쓰키와 관련된다.  

사령은 처음에는 초를 팔러 다니는 40대 홀아비 기치지, 다음에는 목욕탕에서 일하는 청년 스케고로, 마지막으로 우쿄노스케의 아비인 부자에몬에게 옮겨간다. 

사령의 정체는 100년전 사람인 무사 나이토 야스노스케다. 

야스노스케는 자신의 아내와 아이들을 죽인 살인자인데, 다시 나타나 자신의 아이들과 이름이 같은 아이들을 죽이고 아내의 후손에 해당되는 리에를 죽이려고 한다.

이 야스노스케라는 망령을 없애는데 역시 100년전 아코 무사인 영혼의 도움을 받는다. 

이렇게 해서 이 이야기는 100년에 벌어진 겐로쿠 아코 사건까지 이어진다. 


4. 겐로쿠 아코 사건은 일본의 수많은 영화, 드라마, 소설로 만들어져 온 '가나데혼 주신구라'의 원형인 사건이다.

'가나데혼 주신구라'는 마흔 일곱 무사를 뜻하는 '가나', 본보기의 '데혼', 충신의 '주신', 창고의 '구라'가 합쳐진 이름이다.

'주신구라'는 충의와 절개를 지킨 무사들의 이야기로 1748년이래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아왔다고 한다.

그런데 실제 사건의 전말은 이렇다.  

1701년에 아코의 번주인 아사노 나가노리가 에도성에서 칙사접대의 의례를 지도를 담당한 기라 요시나카에 칼부림을 한다.

기라 요시나카는 상처를 입지만 죽지 않았고 칼부림을 한 아사노 나가노리는 할복을 명령받아 할복하고 가문이 끝이 난다.

아코 성은 막부에게 넘어가고 아코 번의 무사들은 영지에서 쫓겨나고 비참한 생활을 하면서 아사노의 복수를 결심한다. 

1702년 47명의 아코 무사들은 기라 저녁에 침투하여 창고에 숨어 있던 기라 요시나카를 참수하고 마흔 한 명의 목숨을 거두지만 전사자 하나 없이 압승을 거둔다.

하지만 이들은 모두 막부에게 붙잡혀 1703년 전원 할복을 명령받고 죽는다.

그런데 왜 아사노 나가노리가 칼부림을 했는지 그 이유는 모른다.


5. 미야베 미유키는 이 아코 사건을 소설 속으로 끌어들인다.

바로 아사노가 할복한 곳에 놓은 바위가 앞뒤좌우로 흔들린다는 [미미부쿠로]에 나온 이야기를 가지고 온다. 

그 돌이 흔들리고 소리를 낸 까닭을 당시의 사령이 나타나 혼란을 일으킴을 예고한 것으로 설명한다. 


"마음의 빈큼, 사령의 손이 뻗어와 마음의 틈을 비틀어 열고 슬쩍 들어온다......"('의거의 이면' 중에서)


6. 오하쓰가 보고 느끼는 것은 무엇일까?

노부교에게 들은 이야기를 오하쓰가 우쿄노스케에게 들려주는 대목('기름통' 중에서)

"네, 어르신의 말씀으로는 사람은 누구나 죽을 때 무시무시하게 강한 마음을 품게 된대요.

살아 있는 동안에 했던 생각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강하고 격렬한 마음이지요. 

마치 불을 붙인 향이 다 타서 떨어지기 전에 화악 밝아지는 것처럼."


"사람이 편안하게 죽을 때는 두고 가는 가족에 대한 애정이나, 임종을 지켜준 것에 대한 감사의 마음, 

이별을 아쉬워하는 슬픔-슬픔이지만 따뜻한 슬픔이지요-을 마음에 품게 돼요. 

하지만 갑자기 죽게 될 때는 놀람이나 불만, 공포는 화악 타올라서 마음에 남지요. 

그런 마음은 그 사람의 숨이 끊어진 후에도 남게 되는 거예요."


"사람이 죽을 때의 마음은 그만큼 강하다고 어르신은 말씀하셨어요.

그러니 다른 사람의 손에 억울한 죽음을 당하거나, 두려워 울부짖으면서 살해되거나, 원통한 눈물을 흘리며 숨이 끊어지면 마음이 남지 않을 리 없지요. 

제가 보거나 듣는 것은 그렇게 남은 '마음'이랍니다."


"때로는 남은 마음이 너무 강해서 몸이 썩어 없어진 후까지 계속 남아 있다가 형태를 이루어 저 같은 사람뿐만 아니라 다른, 보통 사람들의 눈에도 보이게 될 때가 있어요. 

유령이라고 불리는 것의 정체라고 어르신은 말씀하시더군요. "


7. [미인(1997)]을 먼저 읽고 [흔들리는 바위]를 나중에 읽었지만 순서는 크게 문제되지 않는다. 

시리즈물로 읽으니 [미인] 한 권을 읽었을 때보다는 더 흥미롭다. 

오하쓰와 우쿄노스케, 네기시 야스모리라는 노부교, 그리고 오하쓰를 거둬 키운 오빠부부 등, 인물들이 좀더 입체적으로 보인다. 

순서대로 읽으면 좀더 이해가 쉬울 것도 같다. 

아무튼 이 초기 오하쓰 시리즈물은 미쓰터리물이면서도 판타지 호러물이다. 

일본의 독특한 용어인 '가미카쿠시'와 '시비토쓰키'를 이야기로 잘 풀어주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일본문화에 대한 이해가 좀더 생겨난 듯.


7. 메모. 

"예전에는 직종이나 파는 물품에 따라 구역을 나누는 제도를 엄격하게 지켜 마을 이름의 유래가 되기도 했지만 

메이레키의 대화재(1657)를 경계로 점차 불분명해지더니 요즘에는 완전히 유명무실하게 되었다."('사령'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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