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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야베 미유키의 [미인], 원귀에 의한 가미카쿠시

즐거운책벌레/소설

by 산삐아노 2017. 11. 2. 1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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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미야베 미유키의 에도소설 읽기 세 번째.

앞서 [벚꽃 다시 벚꽃(2011)], [진상(2011)]에 이어 이번에 선택한 책은 [미인(1997)].

[미인]은 미야베 미유키의 시대소설 초기작품에 해당된다. 30대에 쓴 글이다.

[미인]의 원제는 '천구풍'이다. 풀이하자면, 원귀가 일으키는 바람이라는 의미다. 

우리나라 제목으로는 짐작할 수 없지만, 일본 원제만 보아도 귀신이야기겠구나, 짐작이 된다. 

이번 소설은 미스터리에다 판타지 호러까지 장르가 확장된다.

작가는 참으로 상상력이 풍부한가 보다. 


2. 사건은 결혼을 앞둔 오아키라는 처녀가 아침놀이 붉게 타오르는 순간 갑작스레 행방불명된 데서부터 출발한다.

특별히 붉은 아침놀이 바로 이 소설이 펼칠 이야기가 신비롭고 기이한 이야기가 될 것임을 짐작하게 한다.

나막신 가게 주인인 아키의 아버지 마사키치의 눈 앞에서 딸이 사라지고 

딸을 살해했을 것으로 오인받은 마사키치는 자신이 딸을 죽였다는 고백을 남기고 자살하기에 이른다. 

마사키치는 딸의 행방불명(가미카쿠시: 사람이 갑자기 사라지는 현상. 신의 세계나 사후세계로 끌려간 것으로 본다. 현실세계로 다시는 돌아오지 못하는 사람도 있다.)과 상관이 없다. 

그렇다면 오아키는 어디로 왜 사라진 것일까?


3. 이 사건을 풀어나가는 데 있어 일등공신은 열 일곱살인 처녀 오하쓰다.

오하쓰는 남들이 보지 못하고 듣지 못하는 것을 보고 듣는 신비한 능력을 가진 십대 소녀.

사실 이 사건은 현실적인 추리로는 풀 수 없는 사건이다.

귀신이 개입해 있으니 말이다. 그것도 관음보살로 변장한 여인의 귀신.


오아키의 행방불명에 이어 야채가게의 큰 딸 오리쓰도 사라진다. 

오하쓰는 말하는 고양이 데쓰의 도움으로 사건을 해결한다. 

데쓰는 하얀버선을 신은 듯 흰 발을 하고 있는 줄무늬 고양이로 둔갑술도 할 줄 안다. 

오하쓰로, 장기말로, 거울로도 변신해서 위기를 모면하고 천구(원령)을 물리치는 데 큰 도움을 준다.


4."천구가 젊고 예쁜 처녀를 채 가려면 두 가지 조건이 필요하다.

천구의 망념이 깃든 고소데로 만든 물건을 지니고 있을 것. 

그리고 주위에 그녀의 젊음과 아름다움에 반감이나 증오, 질투나 슬픔을 품은 사람이 있을 것. 

천구는 슬픔과 증오를 양분 삼아서 처녀를 현세에서 다른 세계로 채 가는 힘을 얻는다."


오아키와 오리쓰가 천구의 가미카쿠시를 당한 까닮은

둘다 젊고 아름다우며, 

주머니 장수 다키치에게서 원귀의 고소데로 만든 주머니를 샀고

신분이 다른 결혼을 선택한 오아키에 대한 아버지의 불만, 부모의 사랑을 독점한 오리쓰에 대한 여동생의 질투가 있었다. 


5."아무래도 천구는 영원히 젊고 아름답고 싶다,

그리고 이승에서 그걸 다 누리고 싶다는 생각이 응어리가 되어서 생겨난 망념의 화신같은 것이 아니겠느냐?

그렇다면 그런 망념을 품은 망자한테 씌고 발판으로 이용당하는 처녀는 어떤 사람이겠느냐?"

"오히려 아주 수수하고 외모에 자신이 없는-그러면서도 여자의 가치는 아름다움에 있고, 또 여자는 당연히 아름다워야 한다고 믿는 처녀....."

(부교와 우교노스케의 대화 중에서)


이 이야기는 아름다움에 집착하는 여성의 과도함이 만든 원귀를 소재로 삼았다.

흥미롭다.


6. "거울입니까?"

"그래. 그래서 이번에는 거울에 대해서 기록한 문헌들을 조사해봤더니, 

옛날 사람들은 분명히 거울에 귀신을 빨아들이고 봉해 둘 수 있는 힘이 있다고 믿었던 모양이다. 

약사여래에 거울을 바치는 까닭은 그것으로 병마를 빨아들이고 봉인해서 쾌유하게 해 달라고 기원하는 뜻이 담겨 있다는구나. 

뿐만 아니라 거울 뒤에 특정한 문자를 새기로 기도를 올리면 거기 빨려 들어갈 마귀를 지정할 수도 있다고 한다."

그래서 이 소설 속의 천구는 거울로 물리친다. 

고양이의 역할이 큰데, 거울로 변신한 데쓰가 바로 그 임무를 마무리한다.


7. 원귀와 관련한 배경으로

벚꽃, 붉은 아침놀, 서늘한 바람....

신비로우면서도 아름답고 으스스한 ....

시각화되면 무서우면서도 무척 아름다울 것도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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