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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와무라 겐키의 [세상에서 고양이가 사라진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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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일본소설책을 읽은 것은 순전히 나가이 아키라 감독의 영화 [세상에서 고양이가 사라진다면] 때문이다. 

이 영화를 볼까말까 좀 고민하다가 영화볼 기회를 놓쳤다. 

결국 다운로드를 받아서 봐야겠다 생각하다 영화를 보기 전 원작 소설부터 보자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소설 속 주인공 나는 31살로 우편배달부다. 

갑작기 뇌종양말기 진단을 받고 죽음 앞에서 어쩔 줄 몰라 하는데, 

그에게 갑자기 알로하라는 악마가 나타난 것이다. 

악마는 그에게 세상에 존재하는 한 가지씩을 사라지게 하는 대신, 하루의 생명을 연장시켜준다는 제안을 하고

그는 그 제안을 받아들인다. 

물론 없앨 것을 선택하는 자는 악마다. 

악마는 처음 핸드폰을 없애고, 영화를 없애고 시계를 없앤다. 

나는 여기까지 읽었을 때 사실 핸드폰, 영화, 시계가 세상에서 사라진다고 해서 뭐 그리 불편할까 싶었다.

평소에 핸드폰은 잘 받지도 않고 영화가 없으면 책을 보거나 음악을 들으면 되고 시계가 없으면 그야말로 자연스러운 시간의 흐름을 만끽하면서 살면 되니까.


그런데 악마는 주인공에게 고양이를 없애자는 제안을 한다.

나의 어머니는 버려진 고양이를 입양해 키웠는데 처음에는 양상추를 키웠고 양상추가 죽었을 때 양배추라는 고양이를 키우게 되었다.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양배추는 주인공이 키우게 되었다.

그러고 보니 이 소설 속에서는 반려고양이의 죽음, 어머니의 죽음, 그리고 죽어가는 나, 이렇게 죽음에 대한 이야기가 소설의 중심축이다.

아니 가족소설이라고 보아야 될 것도 같다. 

단란했던 엄마, 아빠, 아들의 가정이 아들과 아빠의 불화로 서먹해지고 

아들과 아빠의 관계를 풀어주려던 어머니가 죽고 서먹한 아들과 아빠만 남고

결국 아들과 아빠가 화해해 다시 단란함을 찾아가고자 하는 소설이니 가족 소설이라고 해도 지나치지는 않다. 

그렇다면 사실상 고양이 소설은 아니라는 것이다. 

그래도 나는 이 소설을 고양이 소설인 양 분류했다. 


고양이 양상추 이야기도 나오고 고양이 양배추 이야기도 나오는 데다

악마가 고양이를 세상에서 없애자는 거래에 주인공은 no하니 말이다. 

반려고양이 양배추를 생각하면서 결국 고양이 없애기를 거부하고 자신의 죽음을 받아들인다는 이야기이니, 

고양이가 이 소설에서 무척 중요한 존재임은 분명해 보인다. 

그래서 마음대로 이 소설을 고양이 소설이라고 분류해 버린 것이다. 


아무튼 작가의 스토리텔링 실력이 나쁘진 않다.

상상력이 있는 흥미로운 이야기인데다 진지하기까지 하니까.

죽기 전에 관계회복, 화해하는 지혜까지 안겨주고.


난 이 소설을 읽으면서 작가가 매일 나타나는 악마에게 다른 셔츠를 입히는 것에 주목했다. 

월요일엔 야자수와 미국산 자동차가 그려진 노란 알로하 셔츠, 

휴대폰이 사라진 화요일엔 돌고래와 서핑보드가 그려진 셔츠,

영화가 사라진 수요일엔 빨강셔츠,

시계가 사라진 목요일 아침엔 무지개사탕과 컬러풀 잉코의 스카이블루 셔츠,

그리고 목요일 밤 고양이를 없애자면 나타난 악마는 해골과 칼이 어우러진 검은 알로하 셔츠를 입었다.

주인공은 고양이를 정말 사라지도록 할 것인지 고민하며 금요일을 보내고 토요일을 맞았는데, 

악마는 다시 화려한 알로하셔츠를 입고 나타났다.

영화 속에서는 악마의 셔츠를 이대로 표현했을까? 궁금했다. 


영화를 다운로드해서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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