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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온 후 동네길을 지나며

나들이예찬/동네나들이

by 산삐아노 2017. 1. 23.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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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이 내린 동네는 평소와 또 다른 모습이다.

잎을 떨어뜨린 중국단풍가로수길 바닥은 지나다닌 사람들의 흔적을 담고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지나간 후 눈길인 생겼다.

공원 입구에 서 있는 소나무 가지 위에는 벌써 눈이 녹고 없다.

사람들이 많이 밟지 않은 공원길에는 아직도 눈으로 하얗다.

아직 녹지 않은 흰 눈을 이고 있는 나무도 있다.

눈 위 발자국이 어지럽다. 


평소 다니는 길 위의 흰 눈. 

난 바닥이 미끄러운 부츠를 신고 걷던 중이라 눈이 녹은 자리를 택해서 걸었다.

느티나무의 죽은 잎들도 이제 모두 나무 곁을 떠나버리고 나무는 앙상하다.

아이들이 평소 뛰어놀던 공간에도 눈이 수북하다. 

배롱나무가 낯선 느낌으로 서 있다.

인간이 예술품이라면서 가져다 둔 덩어리들도 눈을 모자처럼 쓰고 있다.

벤치에 아무도 앉지 않아 쓸쓸해 보인다. 

눈 속에 고립된 것만 같다.

벚나무 길의 벚나무도 겨울잠 중이다.

사각으로 잘라둔 가지들 위에 눈이 양탄자처럼 자리잡았다.

이상하다.

거의 아무도 앉지 않는 벤치에 눈이라도 내려 앉으니 반갑다 해야 하나.

햇살이 부족해서인지 눈이 내려서인지 평소 번쩍이는 조형물이 썰렁하고 추워보인다.


눈풍경을 바라보며 눈 위를 걸으니 평소보다  2배의 시간이 걸린 것 같다.

하지만 겨울을 느낄 수 있어 나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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