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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림슨 피크], 유령이 마음에 안 들어

볼영화는많다/상상의힘

by 산삐아노 2015. 12. 6.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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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벌써부터 [크림슨 피크]를 보러가려고 했는데, 도저히 짬이 나질 않았다.

동네에서는 더는 볼 수 없게 되었고

영화가 서울을 떠나려하니까 서둘러야 했다.

꼭 극장에서 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고딕느낌의 장면이 음산하면서도 화려하고 아름다울 것 같아서 놓치고 싶지 않았다.

결국 밤에 서울로 향했다.

 

2. 내가 그토록 이 영화가 보고 싶었던 것은 스티븐 킹 원작의 영화였기 때문이기도 했다.

내가 처음 영화관에 보고 싶었던 영화도 바로 스티븐 원작의 영화 <캐리>였다.

내 나이로는 볼 수 없는 영화였지만 동네의 작고 허름한 영화관이어서였는지

영화관에서 어린 나를 들여보내주었던 기억이 난다.

그 기억 때문인지 나는 스티븐 킹 원작의 영화에 대한 애정이 있는 것 같다.

 

3. 영화를 보다 보니 이 영화가 왜 대중으로부터 큰 관심을 끌지 못했는지 이해할 것도 같았다.

무엇보다 영화 속 유령들에 대한 공감이 되질 않았다.

어린 이디스에게 나타난 어머니 유령부터 절대 공감 불가.

이 어머니 유령이 영화 전체 속에서 제일 무서웠다. 

그런데 딸을 사랑하고 딸의 운명을 염려해서 나타난 어머니 유령이 그토록 무섭고 섬찟한 모습으로 등장하는 이유를 모르겠다.

어머니가 딸에게 나타나는 유령이라면 흐릿한 실루엣의 애정이 담긴 모습이어야 하지 않을까 싶지만.

 

또 크림스 피크에서 살해된 여자들의 유령은 모두 붉은 물이 흐르는 해골의 형상이었는데,

유령이 꼭 해골의 모습을 할 필요 있을까?

해골은 사체의 모습인데 좀비같은 영화에나 어울리법하다.

오히려 유령이라면 흐릿한 실루엣 정도가 적절하지 않았을까?

붉은 물을 떨어뜨리는 해골 유령이라니... 오히려 웃음이 나올 지경이었다.

 

감독이 유령을 잘못 설정함으로써 영화에 대한 감정이입이 떨어지고

영화의 품격이 떨어지는 느낌을 받았다.

 

4. 유령영화를 보러갔는데 살인사건 영화를 본 기분이었다.

사실 유령영화는 좋아하지만 살인사건 영화는 좋아하지 않는다.

거의 마지막에 이디스와 루실의 대결은 어이없는 느낌마저 들었다.

식칼을 쥔 이디스와 거대한 칼을 쥔 루실의 대결.

참으로 황당스럽다.

 

5. 스토리도 문제라는 생각이 든다.

루실이라는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는 딸이

자신을 학대해온 어머니를 살해하는 이야기는 참으로 비현실적이다.

상상으로 뭔들 못할까 싶지만.

 

현실 속에서 아버지를 죽인 아들, 딸은 존재하지만

어머니를 죽인 딸 이야기는 못 들어보았다.

 

공포스러운 존재, 악랄한 존재로 여성을 설정한 스티븐 킹의 스토리는

옛날 마녀이야기의 재현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남성들이 여성들을 마녀, 악마, 괴물과 연관시키는 습성.

크게 공감이 가질 않는 스토리였다.

 

6. 크림스 피크의 대저택은 영화의 배경으로 손색이 없어 보인다.

살인사건이 벌어지는 음산한 대저택의 모습으로 멋지다.

이 영화가 그나마 볼만하다면 이 저택 때문이라는 생각이 든다.

 

7. 애써 서울까지 가서 영화를 보았지만, 생각만큼 만족스럽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멋진 배우들을 만난 것에 즐거워해야 하나...

루실역의 제시카 차스테인을 스크린으로 본 것이 즐거웠다.

이디스 역의 미아 와시코프스카가 출연한 영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2>도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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