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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근처 산책길의 추억 (Courrouze지역, Rennes, France)

나들이예찬/나라밖나들이

by 산삐아노 2015. 10. 3. 1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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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에 살든, 동네주위를 산책하는 습관이 있다.

그래서 어떤 길들은 일상적인 산책길로 친숙해지고

살던 동네를 떠난 뒤에도 기억 속에 깊이 각인되어 가끔씩 표면으로 떠오르기도 한다.

 

그런 길 가운데,

내가 프랑스에서 잠시 살던 시절, 내가 살던 아파트 근처 지역이었던 courrouze지역이다.

이곳은 원래 공장과 군대가 있던 곳으로 황무지로 버려져 있었는데,

내가 머물던 당시 그곳을 친환경적인 동네로 만들어나가려고 애쓰는 중이었다.  

지금도 근처에 군대가 있다.

 

나는 건설중이 courrouze지역을 배회하는 산책을 좋아했다.

집에서 멀지도 않고 동네가 너무 조용해서 걷기도 좋았다.

짓고 있는 아파트가 특이해서 아파트가 완성되면 어떨지 궁금하기도 했고

주변 버림받은 건물에 그려진 그림들을 바라보는 것도 좋았다.

 

 

 

3년 전 9월 초 산책의 기억.

당시 courrouze는 한참 공사중이었다.

최신식, 디자인이 특별한 아파트가 건설되고 있었다.

그 근처에 조성된 나무울타리의 산책길을 따라 종종 걸었다.

 

 

 

울타리 왼편으로는 공사현장이 보이고, 오른편으로는 주차장이 있었다.

이 산책길은 거의 이용하지 않는 듯했다.

가끔 개들을 산책시키는 사람들이 있긴 했다.

 

 

내가 좋아하는 야생화. 개양귀비. 프랑스에서는 coquelicot라고 부른다.

이 꽃이 주변 여기저기 피어 있었다.

 

 

 

울타리를 따라 걷다 보면 오른편으로 주차장을 지나 버려진 공장부지가 있다.

건물 벽에는 누군가 그림을 그려두었다.

산책하면서 그 그림들을 보는 것도 큰 즐거움이었다.

솜씨가 좋은 화가의 작품으로 여겨졌다.

 

 

왼편에는 보다시피 멋진 아파트가 건설되고 있었다.  

그래서 크레인이 줄지어 서 있었다.

 

 

울타리 산책길을 빠져나오면 사거리가 나온다.

차가 거의 다니지 않는 길이다.

버려진 공장들이 보인다.

 

 

사거리에서 왼편으로 꺾어지면 공사장의 모습이 더 분명하게 보인다.

아파트들이 모두 신기한 꼴이다.

 

 

 

공사장들 사이로 걸어들어오면 잔디운동장이 나온다.

나는 잔디 운동장에서 가끔씩 조깅을 했다.

산책도 하고. 그곳에서 쉬는 까마귀를 바라보는 것도 좋았다.

 

잔디 운동장에서 보이는 성같은 건물과 멀리 있는 낡은 공장에 그려진 그림을 바라보면서 가끔 걸음을 멈추기도 했다.

 

 

 

공장 건물은 철길 너머에 있었다.

어떨 때는 밤에 이 공장 실내에 불이 켜져 있기도 했다.

누가 무얼 한 걸까?

 

 

이 멋진 집에는 누가 사는지 궁금했다.

일정한 시기에 잔디를 돌보고 나무를 돌보는 사람들이 오고갔고

집 주인은 얼굴 마주치기도 어려웠다.

이 집에 사는 사람들이 걸어서 문 밖을 나오는  것을 본 적이 없다.

가끔 자가용이 들어갔다 나왔다 했을 뿐이다.

 

지금은 이 모든 것들이 사진과 기억 속에 가라앉았다.

하지만 사진을 보고 있으면 그곳에서의 산책이 현재처럼 생생하게 기억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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