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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대산 적멸보궁 가다 만난 눈꽃과 까마귀

나들이예찬/나라안나들이

by 산삐아노 2015. 2. 5. 1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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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대산 적멸보궁은 부처님 사리가 있는 우리나라 5개의 사찰 중의 하나다.

그래서 부처님 상이 없다고 한다.

 

처음 오대산에 왔을 때는 부처님 사리가 있다는 신화적 이야기가 신기해서 들렀지만

그 다음에는 비로봉 가는 길에 잠시 잠깐 들르곤 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서대 수정암을 가려다가 그 길을 찾지 못해서

중대 사자암을 거쳐 적멸보궁에 다시 갔다.

 

중대사자암을 지나면 계단길이 잘 닦여져 있다.

부처님 사리를 접견하러 오는 신도들을 위해 길을 잘 만들어 둔 것이다.

 

예전에는 진흙투성이의 미끄러운 길을 올라야 했는데

그 사이 계단길이 되서 겨울에도 걷기가 수월하다.

 

걷다가 잠시 나무들을 바라보니 눈꽃이 피어서 아름답다.

싸락눈이 내리더니 이렇게 나무에 눈꽃을 피웠다. 

 

 

 

겨울의 앙상한 가지 위에 핀 눈꽃은 나무를 신비롭게 만들어 준다.

 

 

잘 닦인 계단을 또 누가 잘 쓸어두었다.

모자를 쓴 달걀귀신 같이 생긴 것은 바로 등불이면서도 음향기기다.

여기서 '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이라는 불가가 쉬지 않고 흘러 나온다.

지난 가을에 왔을 때와 똑같은 음악이다. 

염불을 대신하는 음악이라 생각된다.

이 계단을 오르는 사람들이 마음 속 번뇌를 걷어내도록 도우려는 의도일 것이다. 

 

 

적멸보궁에 거의 다다르면 이렇게 용조각품이 보인다.

요즘은 조각도 저장해두고 3차원 프린트를 하듯이 만들어낸다고 하는데, 이것도 그렇게 만든 것일 것이다.

그럼에도 그 크기가 엄청나서 이 높은 곳까지 가져오기에는 힘이 들었을 것 같다.

찬찬히 살펴보면 용은 두 조각으로 이루어져 있다.  

 

 

눈이 계단길 양쪽으로 소복히 쌓여 있다.

계단길가의 나무들을 바라보다 연하장 그림이 떠올랐다. 

 

 

계단 끝 오른편에 적멸보궁이 보인다.

 

 

적멸보궁이다.

스님의 열불이 흘러나온다.

스님이 직접 염불을 읊조리고 계신 걸까?

 

 

적멸보궁 앞에 서서 아래를 내려다 보니 이런 풍경이다.

등산객으로 보이는 사람이 멀리 보인다.

여기서 계단 아래를 내려다 보는 것이 편안하고 좋다.

그래서 적멸보궁을 들를 때면 매 번 이 자리에 서서 아래를 내려다본다.

 

 

적멸보궁 뒤편의 야트막한 언덕에 부처님 사리가 묻혀 있었다고 한다.

비석으로 보이는 것은 사리가 묻힌 곳을 표시하고 있다.

하지만 부처님 사리는 여기 없다.

현재 성보 박물관에서 전시 중이다.

부처님 사리라고 주장하는 투명한 구슬같은 것들을 바라보고 있는데, 정말 부처님 사리일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다가 아무려면 어떠냐 싶었다.

신화적인 이야기거리가 있다는 것이 나쁘지는 않다.

부처님 사리로 믿으면 그만이지.  

 

 

멀리 나무 위에 여기저기 까마귀들이 앉아 있다.

어떤 할아버지 말씀이 까마귀들은 각자 홀로 있는 듯 하지만 사실 무리를 이뤄서 다닌다고 한다.

까마귀가 한 마리 발견되면 어김없이 근방에 다른 까마귀들을 발견할 수 있다고.

할아버지는 "까마귀들은 시집을 보내지 않고 다들 데리고 사나봐." 하셨다.

 

아니나 다를까, 까마귀가 정말 많다.

 

 

운좋게도 까마귀를 이렇게 크게 포착할 수 있었다.

새까만 색의 깃털에서 윤이 흐르는 듯하다.

크고 시원하게 생긴 까마귀가 바라보는 눈조차 시원하게 해 준다.

 

적멸보궁에서 많은 까마귀들을 만날 수 있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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