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대 지장암을 가려면 월정사에서부터 걸어 아래 사진의 다리를 지나가야 한다.
멀리 보이는 오대산이 지는 햇살에 아름답게 보인다.
눈이 내려서 풍경이 좀 낯설어졌다.
눈이 왔지만 길 위의 눈이 녹아서 걷기에 나쁘지는 않았다.
전나무가 반갑다.
조용히 하라는 문구가 눈에 확 들어온다.
이곳은 굳이 조용히 하라 하지 않더라도 절로 조용해지는 공간같다.
비구니 스님들이 얼마나 조용히 사시는지.
사람 없는 암자 같다.
아직 채 녹지 못한, 지붕 위에 쌓인 눈이 내 눈길을 끈다.
눈 속에서 빼꼼히 고개 내밀고 있는 생명의 흔적.
암자 주변이 눈에 덮혀서 가을에 보았던 풍경과는 사뭇 다르다.
눈이 덮혀 있으니, 더 고요한 것만 같다 .
곳곳에 '위험'이라도 쓰인 깃발이 꽂혀 있었다.
혹시라도 눈 때문에 발을 잘못 디뎌서 다치기라도 할까봐 그랬는지
참으로 자상한 배려같아 보인다.
전나무 발 아래 눈이 소복하게 쌓여 있다.
지난 가을에는 이 암자 앞에 쭈그리고 앉아서 햇살을 쪼였는데
이번에는 그냥 물끄러미 바라만 보고 돌아섰다.
추워서.
내려서는 데 눈이 덮힌 돌 탁자와 의자들이 눈에 띤다.
눈 아래 잠든 모습이다.
날씨 좋을 때는 다들 이 의자에 앉아 도란도란 이야기꽃도 피우고 했겠지만.
내년 봄에 이곳을 들르면 여기 앉아서 차 한 잔 하고 싶네.
댓글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