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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중업 박물관이 품은 과거, '안양사지', '중초사지'

나들이예찬/도시의 섬

by 산삐아노 2014. 9. 18. 0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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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양시 예술공원은 사실 안양유원지라는 이름이 걸맞는 소란스러운 공간이다.

 

휴일이면 도로를 따라 쉼 없이 달리는 차는 횡단보도 건너기도 겁이 나는 곳이고

식당에서는 대중가요를 요란하게 틀어둬서 귀가 시끄러운 곳이다.

여름이면 물놀이 인파도 많을 뿐만 아니라

주말에는 관악사에서 내려오는 등산객 인파로 북적인다.

거기다 공공예술 프로젝트의 예술작품들을 감상하러 온 소수의 사람들까지 더해진다.

 

유원지풍경과 예술공원풍경이 서로 부조화하게 뒤섞여 있는 묘한 풍경이

우리 시선을 더 혼란스럽게 하는 지도 모르겠다.

 

 

나 같은 사람은 그런 곳에 가면 청각과 시각의 어지러움 때문인지 정신 멍해지기 마련인데,

시각적 혼란스러움과 청각적 소란스러움이 필요한 사람이라며 휴일 안양예술공원을 찾아가는 것도 한 방법일듯하다.

 

뭐, 정신 없다는 것이 반드시 나쁘다는 뜻은 아니다.

때로는 정신을 놓고 싶을 때도 있으니까.

 

하지만 정신없음보다는 정신을 간수하고 싶은 때가 더 많으니까,

그런 점에서 내 마음이 끌리는 곳은

'안양사지'와 '중초사지'를 껴안고 있는 김중업 박물관이다.

 

20세기 중반의 기억을 더듬게 하는 김중업 박물관도 멋지지만

신라와 고려의 머나먼 기억, 꿈결같은 흔적인 '안양사지'와 '중초사지'가 끌린다. 

 

신라후기 9세기에 지어졌다는 중초사가 고려 왕건 때 안양사로 바뀐다.

그리고 16세기까지 존재했다고 한다.

물론 절 모습은 찾아볼 수 없다. 다만 절터가 있을 뿐이다. 

그리고 중초사의 흔적보다는 안양사의 흔적이 더 많은 곳이다.

 

21세기의 부산스러운 주변 풍경이 김중업 박물관 입구를 들어서는 순간

우리는 머나먼 과거로, 거의 1000년의 세월을 거슬러 시간여행을 떠날 수 있다.

말이 없는 과거는 침묵으로 우리에게 다가온다.

유원지 속의 박물관, 현재 속의 과거, 소음 속의 침묵...

도시의 섬, 도시의 낙원이다.

 

안양시의 이름을 안겨 준 '안양'이 '극락'의 뜻이다. 

이 이름은 바로 이 '안양사'에서 유래한 것이라고 하지 않나.

우리는 낙원의 품에, 아니 낙원을 꿈꾸었던 욕망의 흔적 속에 잠시 머물 수 있다.

평화로운 곳이다.

 

 

 

멀리 김중업 박물관 입구가 보인다. 

 

왼편에 문화누리관. 이곳은 전시, 교육을 위한 공간이기도 하지만, 옥상정원, 레스토랑, 카페 등도 갖춰져 있다.

 

오른편에 안양시 공공예술 프로젝트 예술작품의 갈색기둥이 보인다. 이미 사어가 된 언어들이 쓰여져 있는 기둥들이 줄지어 서 있다.

 

안양시 공공예술 프로젝트의 작품인, 한국 작가 배영환의 <사라져가는 문자들의 정원>이다.

낯선 문자들이 쓰여져 있는 갈색 기둥 옆에 건물의 낡은 콘크리트 기둥들이 보인다.

콘크리트 기둥을 없애버리지 않고 그대로 남긴 것을 함께 이용한 것이 흥미롭다.

 

왼편에 안양사지관이 있다. 여기서 2008년부터 2011년까지 4년동안 발굴한 유물들이 보관, 전시되어 있다.

 

 

왼편에 건축가 김중업이 지은 유유산업 공장 건물의 굴뚝과 보일러실을 리모델링한 '어울마당'이 보인다.  

  

 

왼편으로 문화누리관, 오른편으로 김중업 박물관 모습이 보인다. 우리나라에서 건축사의 박물관으로는 유일하다고 한다.

 

<보충>2015.3.28.오후 1시 반경

안양공공예술프로젝트 작품.  배영환의 [사라져가는 문자들의 정원]
김중업박물관 입구근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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