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들은 모두 사랑스럽지만, 특히 검정고양이가 좋다.
어린시절 읽었던 공포소설에는 검정고양이는 단골 손님이었던 기억이 난다.
중세의 사형기구를 보관해 둔 곳에서 거닐던 고양이도,
벽 속에 파묻은 시신의 머리 위에 올라앉아 있던 고양이도 그랬다.
애드가 앨런 포우의 소설 속에서였던 것 같은데... 기억이 맞나?
뭔가 불길하고 음침하고 소름이 돋는 장면들에 등장하는 동물은 거의 어김없이 검정 고양이였다.
다들 불길해서 싫다지만 그래도 나는 검정고양이가 마음에 들었다.
그 어떤 고양이보다 검정고양이는 더 신비롭고 범접하기 어려운 듯한... 느낌부터 강렬하다.
나는 내 마음대로 검정고양이를 길에서 마주치면 운이 좋은 날로 생각한다.
프랑스 렌느의 동네길을 걷다 보면 여러 종류의 고양이들을 만나게 되는데,
검정 고양이도 적지 않다.
몇년 전 가을 날도 그랬다.
이슬비가 흩날리던 날, 길을 걷다 검정고양이를 만난 것이다.
길을 가다가 이렇게 한번 봐주는 것도 고맙다.
그리고 다시 제 갈길.
그러다 잠시 멈춰주면 사진찍을 여유를 갖게 되니 이도 고맙고...
게다가 이렇게 빤히 한 번 봐주면 더 고맙고.
이렇게 길을 가는 검정 고양이를 여러컷 찍을 수 있다면 이날은 정말 운 좋은 날이다.
그런데 이 검정고양이는 좀 살찐 고양이다.
날렵한 검정고양이가 더 매력있지만, 오동통한 검정고양이도 사진 모델이 되어 준다면 충분히 매력적인 고양이로 봐줄 만하다.
댓글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