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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에 들렀다 발견한 최규석의 만화책, <울기엔 좀 애매한>.
그가 입시학원 만화 강사를 하던 시절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한 것이라고 한다.
부모가 이혼하고 어머니와 함께 살아가는 원빈,
원빈은 만화가를 꿈꾼다.
그래서 겨우 어머니를 설득해 만화를 배우러 입시학원에 등록하지만
세상은 녹록하지 않다.
가난한 아이들이 만화가를 꿈꾸고 가난한 만화가가 되고, 그리고 그 만화가의 아이가 또 만화가가 되고 싶어하고...
만화가의 가난의 끝없는 악순환에 대한 이야기가 머리에 남는다.
내가 본 최규석의 만화는
가난한 지방사립대생의 이야기인<습지생태 보고서>,
대학민국 가난한 보통사람의 이야기를 자전적 이야기를 통해 풀어낸 <대한민국원주민>,
블랙코메디 단편만화 묶음인 <공룡둘리에 대한 슬픈 오마주>이다.
알코올 중독자 아버지, 주부인 엄마, 진학을 포기하고 공장에 간 누나, 애를 써도 가난을 벗지 못한 큰형으로 이루어진 작가의 가족이야말로
'대한민국 원주민'이라는 것이다.
최규석은 너무 보잘것없어 보이는 사람들, 하지만 우리주변에 흔한 사람들, 바로 우리 가족일 수도 있는 이들을 '대한민국 원주민'이라고 부른다.
대한민국 60년사 한국사회 어두운 그곳에서 있는 듯 없는 듯 살아가는 이들을 조명하는 이야기.
최규석은 언제나 그렇듯 솔직하고 진지하면서도 유머를 잃지 않는다.
대한민국 사람들을 즐겁게 만들어 주었던 아기공룡둘리,
그 둘리가 나중에 어떻게 되었을지 최규석의 잔혹하고 현실적인 상상력은 우리에게 이야기해준다.
손가락이 잘린 노동자 둘리, 몸 파는 또치, 생체실험 희생양이 된 도우너, 감옥을 드나드는 희동이.
이 비극적 상상력이 우리의 가슴을 친다.
사실 나는 <습지생태보고서>라는 책 제목만 보고 최규석이란 작가가 '습지생태'와 관련한 친환경테마 만화도 그렸구나,했다.
그런데 알고 보니 가난한 대학시절의 이야기를 그린 것이었다.
저자의 의도대로 난 많이 웃었다! 정말 재미난 만화책이다.
특히 4화 선녀는 없다 23화 뛰어오른 적 없어! 24화 수박된다, 인상적이었다.
내가 지금껏 본 그의 만화들은
그의 빛나는 상상력과 현실비판감각, 게다가 솔직한 욕망표현까지 잘 표현되어
항상 가슴을 울렸다. 감동적이다.
정말 한참만에 그의 만화를 다시 손에 쥐었다.
이왕 보기 시작한 거, 6월민주항쟁을 담은 <100도씨>도 봐야겠다.
그런데 <습지생태 보고서>를 그리고 난 다음, 무얼 그리고 있나?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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