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자의 여행법

저자
미셸 옹프레 지음
출판사
세상의모든길들 | 2013-03-15 출간
카테고리
인문
책소개
역사를 보는 새로운 관점 ; 여행하는 자 Vs 정착한 자서로 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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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자의 여행법>이라는 한글 번역서의 제목은 적당하지 않아 보인다.

원제는 <Theorie du voyage>, 직역하면 <여행의 이론>이다.

 

외국 서적의 경우, 제목이 내용을 직설적으로 잘 담고 있는 것이 대부분인데,

그 서적이 우리말로 번역되면, 제목은 책 내용을 잘 담지 못하는 것으로 바뀔 때가 많다.

이 경우도 그렇다.

 

이 책의 내용은 철학자가 여행하는 법을 알려주는 것이 아니다.

여행에 대한 철학적 개념을 담고 있다.

여행에 대한 철학적 이론이라고 보는 것이 마땅하다.

 

이런 식의 여행에 대한 책은 드물다.

개개인이 경험한 구체적 여행을 수다나 이미지로 풀어내는 것은 많지만

여행 자체를 개념적으로 접근하는 책, 즉 여행에 대한 철학책은 드물다.

 

인트라다, 전에, 사이에1, 동안에, 사이에 2, 후에, 코다

라는 장의 구성을 따라가다 보면 여행에 대한 내 생각을 비판적으로 들여다 보게 된다.

그래서 재미있다.

물론 이 저자의 생각에 모두 공감할 수는 없다고 하더라도.

 

시작 대목에 나오는 카인(유랑민)과 아벨(정착민)의 이야기를 거론하면서

기독교의 신이 아벨의 팔을 들어준 것을 통해서

카인은 영원한 방랑의 형벌을 받고

여행의 근원을 속죄로 보게 한 해석은 흥미롭다.

여행자는 카인의 후손이라는 것이다.

 

순례는 기독교 문화 속에서는 여행의 또 다른 이름으로 느껴졌다.

 

시간이 한참 더 지난 후에는 재빨리 되살릴 수 있는 형태로 굳어진 순간만이 남게 된다.

이러한 순간들의흔적은 단순히 여행에 대한 증거로 남는 것이 아니라 여행을 어느 정도 불멸하게 만든다.

하지만 지나치게 많은 흔적들, 예를 들면 넘쳐나는 사진들만큼 나쁜 것도 없다. 

이것은 마치 자신이 세상에 존재한다는 징표를 오직 사진 촬영으로 축소시킬 수 있는 위험까지 감수하면서 

카메라에 모든 것을 담으려는 현대 여행자들의 히스테리라고 할 수 있다.

기억의 작업을 불가능하게 만들거나 오히려 기억을 더 혼란스럽게 뒤섞어 버리는

천문학적인 양의 수채화나 데생, 시, 글보다 더 거추장스러운 것은 없다.  

(동안에, '기억을 매어두다' 중에서)

 

이 부분은 정말 오늘날의 여행자들이 한번쯤 자신을 돌아봐야 할 지점이다.

저자는 여행에서 서너가지 흔적이나 많아도 대여섯가지 흔적이면 충분하다는 입장을 피력한다.

사실 아무리 사진을 찍어대도 결국 우리는 몇 가지 되지 않는 기억을 담고 살 뿐이다.

 

하지만 저자의 비행기 예찬, 속도 예찬, 느림에 대한 비하에는 공감하기 어렵다.

여행에도 좋은 여행과 나쁜 여행이 있는데,

비행기를 이용한 여행을 결코 예찬할 여행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것이 이 시대에 만연한 여행법이라고 해도.

비행기가 얼마나 반환경적인 산물인지를 생각한다면

비판적 철학자가 비행기 여행을 지지하고 나서기는 어렵다.

 

그럼에도 여행을 즐기는 사람이라면 이 책을 비판적으로 강독해보는 것이 충분히 도움이 되리라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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