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야베 미유키의 [비탄의 문]은 일본 매일신문사에서 2015년 상,하로 나눠져 출간된 것인데, 

우리나라에서는 문학동네에서 작년에 [비탄의 문1],[비탄의 문2]로 번역출간했다.

역시 도서관의 책빌리기 경쟁이 만만치 않다. 

경우 1권을 빌려 읽었지만, 2권을 읽으려면 좀더 기다려야 할 것 같다. 


1. 일단 이야기는 죽어가는 어머니 곁에서 굶주림과 추위에 시달리던 아이가 창 밖에서 날개달린 거대한 존재를 보는 것으로 시작한다. 

이 프롤로그를 읽는 순간, 아~ 이 책은 판타지물이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날개달린 거대한 인간을 닮은 존재가 현실세계에 없기 때문이다. 

흥미를 유발하는 시작이다.


2. 그리고 신체의 일부가 절단된 채 살해된 여성들의 이야기가 큰 물줄기로 흐른다.  


"피해자의 가죽을 벗겨. 여러 피해자의 가죽을 꿰매서 인형옷처럼 착용하는 여성의 몸을 만들려고 하지."

그 범인에게 붙여진 별명이 '버펄로 빌'이라고 한다.

"'발가락 빌'의 빌은 거기서 유래한 거야. 이번 사건의 피해자는 여성만이 아니지만, 피해자의 신체 일부를 취한다는 점은 같지. 그래서 갖다붙인 거야."

고작 그런 이유였나.

"원래 [양들의 침묵]의 범인도 실존한 연쇄살인범 에드 게인의 범행에서 영감을 얻어 만들어낸 거야. 

그렇게 창작된 작품의 2차 창작 형태의 '발가락 빌'이라는 억지스러운 캐릭터가 탄생했고."

요컨대 사실이 이야기화한 거지. 야마시나 사장은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어떤 사실에서 이야기가 태어나고, 그 이야기가 다른 사실에 흡수되어 다시 이야기로 부풀어올라. 

그러니까 사건의 중심인물인 범인 말고 전혀 상관없는 제삼자도 '이 이야기의 뼈대가 무엇니가'만 파악하면 사건이 어떻게 전개될 지 미리 읽어낼 수 있어."

(1장 사막의 모래 한 알 중에서)


3. 이야기를 끌고 가는 인물, 추리소설의 형사와 같은 역할을 하는  인물은 고타로라는 젊은 대학생이다.

그런데 고타로와 함께 '쿠마'라는 사이버 패트롤 회사에서 아르바이트 하던 모리나가가 

'노숙자사냥'의 희생양이 되었을 수도 있는 70대 노인을 찾아나서다 행방불명된다. 

고타로는 이 모리나가의 행방을 추적하다가 쓰즈키 전직 형사를 만나게 된다. 바로 차통빌딩에서. 

차통빌딜의 망가진 가고일 대신 날개가 달린 낯선 존재가 자리잡았다는 것을 알게 된 두 사람.

그리고 이 존재는 낮에는 차통빌딩에, 밤에는 어딘가로 날아간다는 것도.

마침내 이 존재를 맞닥뜨리게 되는데, 이 존재는 '가라'. 다른 세상의 존재라고.

가라는 사정이 있어 이 영역에서 인간의 '소망'을, 즉 '힘을 모으고 있다고 한다.

또 '소망' 즉 이야기는 인간의 희망이자 살아가는 기쁨 그자체라고.


"사람은 현실의 사물과 현상 속에 살고 있지만, 그것만으로는 살아갈 수 없어.

사물과 현상을 해석하고, 나아가 소망과 상상을 덧씌워야 비로소 인간답게 살 수 있지. 

그런 소망과 상상이 '이야기'야."

'테두리'는 그런 이야기의 집척체다.

"세계에 대한 해석의 집척제."

"그 결과 테두리는 실제 세계보다, 우주보다 더 광대해졌지."

그리고 다종다양한 '영역'을 내포하고 있다.

(유리코, 고타로의 대화. 3장 '테두리'와 전사 중에서)


4. 인생이 한 번뿐이라는 사실(즉, 죽음)에 맞서는 창조와 상상의 힘, 바로 그것이 이야기의 존재 의의자 존재 의미라고 저자를 대신해서 유리코가 말한다.  

이야기속의 존재인 가라의 등장, 그리고 이야기, 테두리, 영역에 대한 대목들을 읽다 보니, 불현듯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신]이 떠올랐다. 

베르나르 베르베르가 소설, 책, 작가, 독자 등을 소재로 삼았던 것처럼 미야베 미유키도 말, 이야기를 소재로 삼고 있구나 싶었다. 

이야기 속 인물이 현실 세상 속에 등장하는 상상의 이야기 쓰기. 소설이라는 이야기 속 현실세상에 이야기 속 인물이 등장하는 이중구조. 


5. 고타로는 1권의 마지막 부분에서 야마시나 사장을 죽인 연쇄살인마를 잡고 싶다는 강렬한 소망을 품고 가라를 다시 만나게 되는데...

그리고 고타로는 가라에게 거래를 제안한다. 범인의 갈망을 가라에게 주고, 자신은 범인의 몸을 원한다면서.

결국 거래는 성사되고 고타로는 그 증표로 왼눈이 안 보인다. 

1권은 고타로가 가라에게 통하는 눈, 즉 어둠의 눈을 얻는 것으로 끝이 난다. 


황당한 스토리만큼이나 2권이 궁금하긴 하다.

게임을 즐기는 미야베 미유키인 만큼 게임 속 전사를 소설 속에 등장시키고 싶었나 본데...


6. 메모.

1) 인터넷에 대하여.

친구들과 하잘것없는 잡담을 나눈다. 

현실세계에서는 절대 만나지 못할 만큼 멀리 떨어진 곳에서 취미가 같은 사람을 발견하는 기쁨을 누린다. 

불평을 늘어놓고 위로받거나, 고민을 털어놓고 상담한다. 

좋아하는 영화나 만화책 이야기에 열을 올리고, 연예인의 추문으로 이야기꽃을 피운다.

"요긴한 부문을 한 움큼 쥐면 위험한 부분도 한 움큼 따라오죠. 전체적으로 보면 혼란스럽지만 활기가 도는 바다라는 느낌이예요."

(고타로의 말. 1장 사막의 모래 한 알 중에서)


2) 말에 대하여
"고이고 쌓인 말의 무게는 언젠간 그 말을 쓴 사람을 변화시켜. 말은 그런거야.
어떤 형태로 꺼내놓든 절대로 자신과 떼어놓을 수 없어. 
반드시 자신도 영향을 받지. 
닉네임을 몇 개씩 번갈아 쓰며 아무리 교묘하게 정체를 감춰도, 글을 쓴 사람은 그게 자기 자신이라는 걸 알아. 
스스로에게서 달아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어."
(야마시나 사장의 말. 1장 사막의 모래 한 알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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