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희곤 감독의 [명당]은 극장에서 보지 않았고 인터넷을 통해서 보았다. 

그런데 극장에서 보아도 좋았을 뻔했다. 

이 영화가 담은 우리 산천의 모습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극장에서 보았다면 그 멋진 장면을 좀더 잘 감상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을텐데... 조금 아쉽다.

이 영화에 등장하는 배우들은 대체로 믿고 봐도 좋은 배우들이다. 

장동 김씨의 거두이자 좌상 김좌근 역을 맡은 백윤식, 

장동 김씨의 묘자리를 봐주는 지관 정만인 역을 맡은 박충선, 

장동 김씨 집안의 김좌근의 아들, 김병기역을 맡은 김성균, 

나라의 운명을 걱정하는 지관 박재상 역에는 조승우, 

함께 하는 친구 역에 유재명, 

흥선군 역에 지성까지

다들 한 연기해 보인다. 

같이 영화를 본 친구는 무엇보다 지성이 돋보인다고 하는데, 동의하는 바다. 

오히려 김성균의 연기는 그가 해온 그대로의 악역이라 두드러져 보이질 않았다. 


그런데 헌종 역의 이원근의 연기는 영...

여배우로는 초선 역의 문채원을 끼워넣었을 뿐. 

특히 조선의 역사가 그렇듯 사극에는 여성 배우가 들어설 자리가 없어도 너무 없다. 

불타는 가야사. 

흥선대원군의 아들과 손자의 2대 왕을 거쳐간 후 조선이 멸망하는 것이 묘자리 때문이라는 상상. 

흥미로울 수도 있지만 공감은 가질 않는다. 

가야사를  없애고 그 자리에 묘를 선 흥선. 

결국 조선은 망하고 지관 박재상은 독립군에게 신흥 무관학교의 자리를 봐준다는 이야기...

어떤 터는 마음이 편안하고 어떤 터는 마음과 몸이 불편해지는 경험은 다들 하겠지만,

풍수지리를 이야기하는 자들은 좀더 나간다. 

묘자리를 잘 서야 자손이 번성한다는 생각. 어이없는 이야기다.

[명당]을 보러가지 않은 이유는 바로 이런 어이없는 스토리 때문이기도 했는데, 

영화를 보다보니 역시 스토리가 이 영화의 한계다. 

스토리는 별로였지만 화면은 아름답다. 

풍광과 한옥의 아름다움에 한껏 취할 수 있다. 

스토리를 한계에도 불구하고 잘 만든 사극이긴 하다. 

그런데 조선의 몰락을 막으려고 2대왕을 배출하는 명당을 공개하려 하지 않는 지관 박재상, 

자신의 자손들이 2대에 걸쳐 왕이 되도록 가야사를 차지하려는 흥선, 

장동 김씨의 권세를 위해 왕의 묘자리까지 차지해 집안의 묘자리로 삼아온 김좌근...

조선 이씨 왕조의 영광을 원하는 것, 김씨 집안의 영광을 위하는 것, 자신의 자손이 왕이 되길 바라는 것...

결국 국가 이데올로기를 위한 신념이냐, 집안을 위한 욕망이냐인데...

국가 이데올로기에 헌신하는 것은 훌륭하다고 치하하고 집안의 번성을 위하는 것은 탐욕스럽다고 비난해야 하는 것일까?

둘다 어리석긴 마찬가지 아닐까 싶지만... 

전자는 자기희생을 동반하기에 더 멋지게 포장되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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