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위를 피하기 위한 추리소설 읽기.

도서관에서 가서 빌려온 추리소설들을 쌓아놓고 하나씩 차례로 읽는 중이다. 

미유베 미유키의 [모방범3]을 빌려난 간 사람은 도서관에 책을 언제 반납하려는지... 

결국 난 그 책을 건너 뛰고 [낙원1], [낙원2]를 빌렸다.

제목이 왜 낙원일까? 생각하면서.


이 책은 한 눈에 봐도 너덜너덜. 걸레가 되어가고 있다.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빌려본 걸까? 아니면 책을 험하게 본 사람들의 예의없는 독서 때문일까?


1. 우연히 빌린 책이지만 [낙원]은 어떤 의미에서 [모방범]에 이어지는 소설이다.

[모방범]에서 르뽀 작가로 등장하는 시게코가 이 책에 등장한다. 

[모방범]의 연쇄살인사건의 범인이 잡힌 9년 후의 시점에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물론 [모방범]과 [낙원]은 시리즈물은 아니다. 

작가는 2001년에 [모방범]을 출간하고 2007년에 [낙원]을 출간하는데

[모방범]에 나온 인물들 가운데 시게코와 그녀의 남편 쇼지를 등장시킨 것이다. 

작품의 간격이 6년인데, 소설 속 시간은 9년이 흐른 것이다. 


시리즈가 아닌 만큼 이야기는 연관성은 없다. 

전혀 다른 스타일의 이야기다. 

[모방범]이 사회파 미스터리라면, [낙원]은 다소 판타지적인 요소가 더해진다. 

타인의 기억을 읽는 인물들이 나오기 때문이다. 

시게코는 처음에 교통사고로 사망한 히토시라는 아이의 능력을 초능력으로 인정하려하지 않지만 끝에 가서는 그 아이의 능력을 인정하고 만다. 

따라서 현실적인 이야기라고 보기는 어렵다. 

그녀가 에도시대 소설에서 쓰는 이야기와 현대 사회파 미스터리의 중간즈음 되는 글이라고 해야 할까.


이야기는 시게코가 9년 전 사건의 충격에서 겨우 헤어나는 시점에 도시코라는 여성을 만나게 되고,

도시코가 죽은 아이 히토시의 그림을 보여주면서 자신의 아이가 가 과연 사이코메트리인지 알고자 하는 데서 시작된다. 

* 사이코메트리: 특수한 능력을 이용해 실종자를 찾거나 살인사건을 해결하는 것


도시코는 히토시가 평소에는 특별히 그림을 잘 그리는데 가끔 유치원 아이처럼 유치한 그림을 그린다고 하면서

죽기 전 그린 유치한 그림 중 하나(박쥐모양 풍향계가 달린 집 안에 여자아이가 죽어 있는 그림)가

그가 죽은 다음에 떠들썩했던 살인사건을 미리 본 것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과연 히토시가 초능력이 있는지에 대한 진위를 알고 싶단다.  

시게코는 도시코가 자신의 아들를 애도하는 과정으로서 히토시의 이야기를 타인에게 하고 타인이 히토시 이야기를 들어주길 원하는 것이라 생각하면서 

히토시가 초능력이 있는지 아닌지에 대해 알아봐주기로 한다.


히토시의 초능력의 유무를 알아보다가 도이자키부부의 큰 딸 아카네의 살해사건을 알게 되고 아카네의 여동생 세이코의 의뢰도 받게 된다. 

도대체 왜 자신의 부모들이 세이코를 죽인 것인지를 알고 싶다면서. 

마침내 사게코는 도이자키 부부의 살인사건의 전모를 파악하게 되고 히토시의 초능력이 사실이었음을 받아들인다.


2. 이 책의 제목이 '낙원'이 된 이유는 거의 뒷부분에서 알게 되었다. 

"그래도 사람은 행복을 추구하려고, 확실히 그것을 손에 넣을 때가 있다. 

착각이 아니다. 환각이 아니다. 바다 건너 이국의 신이 어떻게 가르치든,

이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은 어느 순간 반드시 자신의 낙원을 찾아낸다. 비록 그것이 아주 잠시일지라도.

도시코와 히토시처럼.

도이자키 부부처럼.

세이코와 다쓰오처럼.

아카네와 '시게' 처럼.

'산장'의 주인 아미카와 고이치마저도 분명, 분명히 그랬다.

피투성이가 되든, 고난을 짊어지게 되든, 비밀에 의해 유지되든 위태로운 것이든,

짧고 덧없는 것이든, 설령 저주를 받는다 해도, 그곳은 그것을 추구한 사람의 낙원이다.

뭔가를 지불한 대가로, 낙원을 지상으로 가져올 수 있다.

하기타니 히토시는 그것을 그렸다. 이미 잃어버린 모든 낙원과, 그것을 되찾기 위해 지불할 모든 대가를."


대가를 치르고 얻는 지상의 낙원이라...

흥미로운 생각이다. 좀더 생각해 봐야겠다. 


3. 아무튼 이 소설은 [모방범] 만큼 재미있지는 않았다. 

그래도 미야베 미유키가 자신이 만들어낸 인물을 다른 이야기 속에서 살려서 그 인물을 좀더 입체적으로 그려내는 것이 마음에 든다. 

인물이 마치 가까이서 살아있는 느낌을 들 정도로 점차 생생해진다.

그런 점에서 작가는 신이 인간을 빚어내듯 자신의 이야기 속에서 인물을 빚어내는 과정 속에서 창조주의 경험을 맛볼 것 같다. 


4.  <노트>. <낙원 2>에서 '푸른 하늘 모임' 아리아 사무국장이 시게코에게 들려준 말.

"아이들이 마음이 여린 시기에 무서운 이야기를 접해두는 것은 아주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음산한 이야기나 살인사건 같은 것 말고. 무서운 이야기요. 

잘 만들어진 이야기를 통해 세상의 어두운 부분과 인간의 고포심 같은 걸 알아두는 건 어린이들의 성장에 좋은 양식이 되죠." 


이 이야기는 미야베 미유키의 생각일 것이다. 

어디선가 미야베 미유키가 이런 이야기를 했다는 것을 읽은 적이 있는데...

생각이 나질 않는다. 어디였을까?

설정

트랙백

댓글

사용자 정의 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