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쿠마루 가쿠란 일본작가를 알게 된 지 얼마되지 않는다. 

그의 소설이 현재 서점에서 베스트셀러 목록에 올라 있다는 기사를 읽고 그의 소설을 한 번 읽어볼까 싶었다. 

비교적 최근에 나온 소설들은 모두 대출해간 상태라서 오랜 전의 소설부터 천천히 읽어보기로 했다. 

그래서 읽게 된 것이 2009년에 '황금가지'에서 출간한 [천사의 나이프]

이 소설은 2005년 일본에서 에도가와 란포상을 받은 작품이라고 한다. 

에도가와 란포상은 추리소설을 장려하기 위해 만든 문학상으로 추리작가의 등용문으로 이용된다. 


미야베 미유키가 그려내는 인물들에 비해 이 소설의 인물들이 입체적이지 않고 서로 뒤얽힌 인물들의 관계가 그만큼 생생하지도 않지만, 

작가가 택한 소재, 그리고 반전에 반전이 이어지는 스토리의 전개가 이 소설을 손에서 놓지 못하게 만드는 점이 있다. 


이 소설은 청소년의 살인을 다룬다. 

그리고 청소년 살인범을 엄격히 처벌해야 할지, 아니면 잘 보호해서 갱생시켜야 할지에 대해 팽팽하게 대립하는 입장들, 

그 입장들의 한계에 대한 생각이 소설전체를 관통한다. 


이야기를 끌고 가는 인물은 아내를 잃고 어린 딸을 키우며 카페 프랜차이즈점을 운영하는 젊은 아빠 히야마다. 

아내는 세 명의 중학생들에 의해 살해 당한다. 

이 비극적 살인 사건이 발생하고 4년이 흐른 시점에서 살해범인 청소년들 가운데 하나가 히야마가 운영하는 카페 근처 공원에서 살해당하는 것으로 

이야기는 시작된다. 


미스터리를 이끌고 가는 동력은 히야마의 피해자 가족으로서의 분노다. 

살인범에 대한 아무런 정보도 얻지 못하고 살인범들과 그 가족들로부터 사과도 받지 못한 채 

사랑하는 사람의 상실감을 견디며 살아가야 하는 피해자 가족의 고통을 보여준다. 

히야마는 자신의 아내를 살해한 그 청소년들이 누구인지 알고 싶다는 욕망에서 미스터리의 중심부로 떨어진다. 


아내의 살해범인 청소년 둘이 차례로 살해당하고, 또 다른 한 명은 사고를 당해 죽을 뻔한 사건들이 벌어지는 가운데 

복수심에 불타는 히야마가 그 청소년들 살해의 용의자로 부상한다. 


도대체 히야마가 살인범이 아니라면 누가 이 청소년들을 죽이려 하는가?


청소년 살해범을 살해한 범인의 정체도 놀랍지만, 그보다 더한 반전이 우리를 기다린다. 

이야기의 끝에 다다르면, 히야마는  청소년 살해범에 대한 관대한, 인권옹호적 입장에 거침없이 쏟아냈던 비판을 넘어

청소년 살해범을 보호하고 갱생하려는 입장에 대한 이해를 향해 성큼 다가간다. 아니, 다가갈 수밖에 없다. 


히야마를 통해 저자는 청소년 살해범의 엄격한 처벌을 주장하는 입장도, 보호해서 갱생하자는 입장도 나름의 설득력을 가지고 있으며, 

각각의 입장에서 부족한 부분이 무엇인지 들여다 보고 싶어 했다는 인상을 받는다. 


사회파 미스터리로 분류되는 야쿠마루 가쿠의 추리소설들은 추리소설적 흥미를 넘어 사회적 문제를 들여다 보고자 하는 저자의 의도를 담고 있다. 

[천사의 나이프]도 마찬가지다. 

덕분에 한 번도 생각해 보지 못한 문제, 청소년 살인범에 대한 처벌의 문제를 들여다 보고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미스터리를 읽고 있으면 무더위도 잠시 잊게 된다. 

미스터리와 함께 무더위를 견디는 것, 잘한 선택이다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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