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미야베 미유키의 추리소설을 집어들었다. 

미야베 미유키 소설에 중독되었다는 표현을 쓰고 싶을 지경이다.


1. [이유(1998)]는 읽기로 한 이유로 '나오키문학상'을 받은 작품이 읽고 싶다고 생각했지만 말이다.

'나오키 문학상'은 일본의 대중문학 신인에게 주는 상으로, 나오키 산주고(1892-1934)라는 소설가의 업적을 기려서 1935년에 만들어진 상이라고 한다. 

사실 추리소설의 경우는 나오키 문학상을 받기가 어렵다고 하지만 미야베 미유키의 [이유] 정도라면 거뜬히 받을 수 있으리라 본다. 

내가 아는 작가로는 에쿠니 가오리가 나오키 상을 수상했고, 

소설은 읽지는 않았지만 영화로 만들어진 작품(타나카 미츠토시 감독의 [리큐에게 물어라(2013)])으로 접한 적이 있는, 

야마모토 겐이치의 [리큐에게 물어라]가 2008년에 나오키 상을 수상했다고 한다. 


2. 미야베 미유키의 소설이 그 방대한 분량에 있어 기를 질리게 하는 점이 있는데, 

바로 이 소설도 그 분량이 참으로 대단하다. 659페이지. 

하지만 그 많은 분량에도 불구하고 소설을 손에 놓을 수 없다는 것도 미야베 미유키의 필력의 대단함이다. 

일 때문에 읽어야 책들이 책상에 가득 쌓여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유]를 손에 놓치 못해서 일이 뒤로 밀려버린 것이다. 


3. [이유]는 사회파 추리물로 분류되는 소설이라고 하는데, 

당대의 사회전반에 대해서 예리하게 관찰분석해 이야기를 전개시켜나가는 추리소설로 보면 된다. 

부동산 경기 호황기에서 불황기로 넘어가는 과정에서의 부조리한 사회현상, 가정의 모습, 개인적 욕망이 이야기를 이끌고 간다.  

[이유]에서는 재산이 충분치 않은 데도 무리하게 대출을 받아 고급아파트를 사려는 사람, 

경매에 넘어온 아파트를 싼값에 구매하려는 사람, 

경매에서 싼값에 팔린 아파트를 버티기꾼을 동원해서 가로채 이득을 보려는 사람이 등장한다. 

 

미야베 미유키의 대표적인 사회파 추리물로 [화차(1992)], [모방범(2012)]을 들 수 있다고. 

둘다 우리나라에서는 각각 문학동네, 시아출판사에서 2006년도에 번역출간되었다. 

[화차]는 소설보다 변영주 감독의 [화차(2012)]로 먼저 접했고 아직 소설은 읽지 못했다. 

개인파산과 신용불량을 내용으로 다룬다.


4. '반다루 센주기타 뉴시티'라는 고급 고층 아파트단지의 웨스트 타워 20층 25에서 벌어진 살인사건, '아라카와 일가족 4인 살해사건'이 내용의 중심이다. 

이 사건을 들여다보는 과정에서 여러 가정이 등장한다.

'가족'에 대한 질문이 분명 담겨 있다.


 '고이토'가(부부, 청소년 아들)-무리하게 아파트를 장만해서 결국 빚을 갚지 않아 경매가 넘기게 되자 야반도주하고 버티기꾼을 동원함. 

고이토 노부야스와 시즈코는 허영이 대단한 사람들. 

'다카라이가'(부부와 청소년 딸, 아들)-버티기꾼 가운데 한 사람 야시로 유지와의 관계에서 아이를 갖게 되어 싱글맘이 된 딸 아야코. 

'이시다가'(아버지, 할머니, 청소년 아들, 딸)-경매로 나온 고급아파트를 사려다가 곤욕을 치르는 이시다.

'스나카와 가'-1) 버티기꾼이 된 스나카와 가 가짜가족-할머니(길에서 우연히 만난 치매 할머니를 스나카와 동거커플이 돌봄), 부부(스나카와 노부오와 동거녀), 20대 아들(스나카와 동거커플집에 하숙하는 청년) -이 가짜가족 모두 2025호에서 살해됨.

                     2) 진짜 스나카와 가-할머니, 어머니, 20대 아들, 아버지 스나카와 노부오는 15년 집을 나감.

'가타쿠라 하우스' 간이여관을 꾸리는 가카쿠라 가(할머니, 부부와 청소년 아들, 딸)-살인범으로 지목되어 도주하던 이시다 나오즈미로 하여금 진실을 말하게 함.


그 밖에 가짜 가족의 치매 할머니 도메의 가정, 스나카와의 어머니 시집, 가짜 가족의 청년의 가정 등 굴절된 가족의 모습이 나온다. 


또 가족내의 여러 관계들이 다양한 모습으로 그려진다. 부부관계, 고부관계, 시아버지와 며느리관계, 남매관계,  부자관계, 모자관계, 모녀관계 등


소설 속에는 미야베 미유키가 그려내는 인물들, 그리고 그 인물들이 맺는 관계들이 촘촘하게 표현되어 있다. 


5. 냉혹한 사회 속에서 불행한 가정에서 자란 사람이 불행한 삶을 벗어던지지 못하는 이야기는 우울하다. 

불행한 사람들이 직간접적으로 관계 맺는 사람들과 그 불행의 여파를 맞는다. 

개개인의 관계들이 역동적이다.

그리고 세상의 부조리가 개개인의 삶에 큰 영향을 미친다. 

개개인의 그릇된 욕망이 세상의 부조리 속에서 출렁인다. 

세상이 문제가 많아서 개인들이 불행한지, 개개인의 욕망이 문제라서 세상이 엉망인지...

닭이 먼저인지 달걀이 먼저인지... 알기는 쉽지 않다. 

분명한 것은 상호 영향을 주고받는다는 사실이다.


6. 짬이 나면 다음 번에는 [모방범]을 읽어보고 싶다.

개인적으로 현대소설보다는 에도소설이 더 재미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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