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미치오 슈스케의 [가사사기의 수상한 중고매장], 엉터리 추리와 숨겨진 진상

즐거운책벌레/소설

by 산삐아노 2018. 7. 1. 13:25

본문

1. 이 추리소설책은 순전히 우연히 도서관에서 집어든 것이다. 

일본작가에 대해서 그리 잘 알지 못하기에 그날 손에 집히는 책 중에서 마음에 와닿는 것이 있으면 그냥 빌려서 보는 편이다. 

미야베 미유키 책도 그렇게 빌려 읽다가 지금까지도 좋아하면서 읽고 있다. 


미치오 슈스케가 나오키 문학상을 받은 적 있는 작가라는 것도 알지 못했다. 

[가사사키의 수상한 중고매장(2011)]은 벌써 7년 전에 출간된 책이다.


2. 목차에서 알 수 있듯이 봄, 여름, 가을, 겨울의 한해에 걸친 네 편의 이야기가 각 계절을 배경으로 한다. 

또 각각의 상세한 제목이 소설의 주요인물과 관련이 있다는 사실이다. 

봄 이야기인 '까치로 만든 다리'는 중고매장 사장인 '가사사기'란 이름과 관계가 있다. 

가사사기는 일본어로 까치를 뜻한다.

여름 이야기인 '쓰르라미가 우는 강'은 중고매장 부사장인 '히구라시'란 이름과 관계가 있다.

히구라시는 일본어로 쓰르라미, 하루살이를 뜻한다.

가을 이야기인 '남쪽 인연'은 중고매장에서 죽치고 지내는 여중생 미나미란 이름과 관계가 있다.

미나미는 일본어로 남쪽을 뜻한다.

겨울 이야기인 '귤나무가 자라는 절'은 히구라시가 계속해서 당하는 주지가 사는 절인 '오호지'란 이름과 관계가 있다.

오호지는 '노란색이 넉넉히 많은 절'이라는 뜻이다. 즉 귤이 많이 열리는 절이라는 의미도 봐도 된다. 


3. 네 편의 이야기의 틀은 동일한다. 

가사사기라는 과장이 심하고 자기도취적인 인물이 사건에 대한 그릇된 추리를 하고

히구라시는 제대로 된 추리를 해 진상을 파악함과 동시에 가사사기의 엉터리 추리가 들통나지 않도록 만들어준다.

가사사기를 추리 천재로 믿는 미나미를 위한 배려다. 

미나미는 우연히 중고매장 사람들과 인연을 맺어 그곳에 종종 들른다. 


오호지는 히구라시가 물품을 매입하거나 파는 주지가 사는 곳으로, 각각의 이야기가 시작되는 곳이기도 하다.

봄 이야기에서는 히구라시가 주지의 오동나무 장롱을 오백엔에 사려했지만 칠천엔에 매입하는 것으로,

여름 이야기에서는 히구라시가 주지의 서궤를 매입거절하려 했지만 육천엔에 매입하는 것으로,

가을 이야기에서는 히구라시가 주지의 낡은 기타 세개를 각각 육천엔에 매입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겨울 이야기에서는 히구라시가 마침내  거의공짜로 입수한 오디오세트를 2만2천엔에 판매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4. 봄 이야기에서는 청동상 방화미수사건, 여름 이야기에서는 신목 손괴 사건, 

가을 이야기에서는 고양이 냐짱을 도둑맞은 사건, 겨울 이야기에서는 주지의 저금통이 박살난 사건이 등장한다. 


가사사기는 '한 수만 더 두면 체크메이트'라고 말한다. 그리고는 진상을 파악했다면서 키워드를 제시한다. 

봄 이야기에서는 '유산, 유언장, 불 때문에 발생한 일'을 키워드로 가가타 공장 창업주의 큰 며느리인 스미에를 범인으로 잘못 지목한다.

청동상 안의 유언장을 없애기 위해 청동상에 불을 질렀다는 추리.

여름 이야기에서는 '씨름꾼의 실리콘, 기묘한 문갑, 2빼기 1은 1이다'를 키워드로 누마자와 목공점의 목공인 우사미를 범인으로 잘못 지목한다.

우사미가 여장한 사치에를 협박해서 자신의 실력을 발휘하기 위한 신여를 제작하려고 신목을 훼손하고 여장한 사치에를 협박했다는 추리. 

가을 이야기에서는 '지진, 홧김에 먹은 음식, 선물 작전'을 키워드로 남녀2인을 범인으로 잘못 지목한다. 

반지를 훔치려다 지진 때문에 반지를 놓친 여자범인이 물고기 레드테일 캣이 반지를 삼켰기에 포기했다는 추리. 

남자범인이 여자범인의 환심을 사기 위해 반지를 되찾으려 했으나 레드테일 캣을 고양이로 착각하고 고양이를 훔쳐갔다는 추리. 

겨울 이야기에서는 '귤바구니, 어휘력, 주지의 목소리'를 키워드로 주지의 아들인 소친을 범인으로 잘못 지목한다.

장지문 밖에서 귤바구니란 단어를 자신을 가리키는 것으로 생각한 소친이 질투가 나서 저금통을 훔쳐 박살냈다는 추리.


그러면 히구라시가 밝힌 진상은 무엇일까? 그 답은 책 속에. 


5. 여름 이야기를 읽으면 사치에가 착각했다는 노송나무와 화백나무 이야기가 나온다.

잎 뒤쪽의 하얀모양이 Y인 것은 노송나무,  X자인 것은 화백나무라고.

이 이야기는 측백나무과의 두 나무를 착각했다는 이야기인데, 

편백나무와 화백나무 이야기가 분명하다. 

그런데 왜 노송나무라고 번역했을까?

알고 보니, 일본어로 ヒノキ가 우리말로는 편백나무 또는 노송나무로 번역된다는 것이다. 

저자가 선택한 번역어는 노송나무.

그런데 노송나무는 정확한 번역이 아니다. 

편백나무라고 번역했어야 옳다. 

우리나라에서 노송나무는 정확한 나무이름이 아니라 세 종류의 각기 다른 나무를 뜻하는 이름이기 때문이다. 

편백나무, 노간주, 향나무를 모두 노송나무라고 부른다고 한다. 즉 노송나무는 정확한 학술명이 아니다. 


6. 가사사기의 엉터리추리와 히구라시가 발견한 숨겨진 진상이 대비시켜 보여준다는 점에서 이 소설의 재미가 있다. 

그리고 인물들이 결점이 있지만 다들 인간미가 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작가가 말했듯이, 작가가 만나고 싶었던 상상속 인물들이었는데, 우리는 그 인물들이 만들어가는, 재미난 가공의 세계를  맛보는 것으로 충분하다. 

절과 중고매장, 그리고 주변 동네의 풍경 속에서 소소한 사건들이 벌어지고, 

중고매장을 꾸리는 가사사기와 히구라시는 탐정도 아니니, 

범인을 꼭 체포하기 위해서라기보다 벌어진 사건 주변의 복잡한 진실을 엿보는 것으로 만족한다.

물론 가사사기는 그 진실을 제대로 알아보지도 못하지만.


미야베 미유키의 추리소설에 비하면 덜 재미나지만, 추리소설이라기보다 추리적 요소가 있는 재미난 이야기로 접근한다면 흥미롭게 읽을 수 있다.  


관련글 더보기

댓글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