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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강우의 [경의선], 지하철 기관사의 불안을 잘 표현

볼영화는많다/배우

by 산삐아노 2018. 5. 21. 1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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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종영된 mbc 드라마 [데릴남편 오작두]에서 은둔 가야금 장인 오 혁 역을 맡았던 김강우.

드라마 속에서 오작두와 오혁을 오가는 김강우의 연기는 드라마 수준에 넘쳤던 것 같다.


김강우는 연기력이 대단해서 벌써 전부터 내가 지켜보는 연기자인데,

평소라면 보지도 않았을 유형의 드라마 [데릴남편 오작두]를 보게 된 것도 순전히 김강우가 출연한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역시나 김강우의 연기력은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벌써 10년도 더 된 영화, 박흥식 감독의 [경의선(2007)]을 보게 된 이유도 같다.


김강우가 1978년생이라고 하니까, 올해 마흔. [경의선]을 촬영했을 나이는 20대 후반. 

[데릴남편 오작두]의 김강우와 [경의선]의 김강우의 모습에서 10년 이상의 세월의 간격이 느껴진다. 

하지만 그 미소는 똑같다.


[경의선]에는 서로의 삶에 있어 접점이 없을 것 같은 두 사람, 지하철 기관사 김만수와 대학 시간강사 이 한나라는 두 인물이 등장한다. 

김만수와 이한나는 임진강역에서 우연히 만난다.

기차도 끊기고 어둠은 깊어가고 눈은 쉴새 없이 내리는 겨울밤, 주위에 아무도 없어 고요하고 역 앞에서 생면부지인 둘은 서로에게 거짓말을 하며 처음 대면한다. 

유부남 대학교수와 불륜관계를 맺어오던 이 한나는 만수에게 유부녀인 척한다. 

지하철 역에서 자신을 기다리며 샘터와 도시락을 건네주던 아가씨를 조금씩 흠모하기 시작한 김만수는 약혼녀가 있는 척 한다. 

하지만 사실 이 한나는 불륜관계의 교수와 제주여행을 하려고 한 그 날, 교수의 아내에게 들킨 상태다. 

 또 김만수는 자신이 몰던 전철에 뛰어들어 자살한 여성 때문에 충격을 받아 휴가중이다. 

둘은 추위에 떨면서 길을 걷다가 모텔방에서 하룻밤을 보내며 서로의 상처를 드러낸다.

영화는 그래서 이 둘의 인연이 더 깊어졌는지 아닌지에 대해서 이야기하지 않는다. 


내 생각에,  상처가 있는 두 사람이 우연히 삶의 어떤 순간에 만나 서로의 상처를 보듬어주고 다시 각자의 길을 떠나는 것이 자연스러울 것 같다.


그건 그렇고, 이 영화 속에서 내가 주목한 것은 지하철 기관사의 불안과 공포다. 

감독은 기관사의 시선에서 지하철의 움직임을 담는다. 

보고 있는 내내 기관사 만큼이나 긴장하고 불안해진다. 

지하철 기관사란 직업이 심리적 불안과 공포를 견디는 직업이구나, 를 실감할 수 있었다. 

나는 영화를 보는 내내 김만수에게 집중했고, 이한나의 이야기는 진부하기까지 했다. 

김만수를 이야기하기 위해 이한나를 끌어들인 느낌이랄까.


김강우는 김만수를 제대로 연기해서 보여준다. 

그의 불안과 공포를 김강우는 김만수가 되어 우리에게 전한다. 

20대 후반의 김강우는 이미 연기가 물이 올랐다. 

세월이 가면서 점점 더 연기가 무르익었다기 보다 원래 연기에 탁월한 능력을 가진 배우가 아닌가 싶다. 


이 영화는 젊은 김강우의 연기력을 맛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볼 만한 가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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